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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들어진 고대 |  | |
| 한국 고대사에 대한또 다른 해석 2 -만들어진 고대
(1 에서 연결됩니다.)
두 번째 사람은 ‘미셀 푸코’인데 그의 말을 빌리자면 광개토왕비와 같은 1차 사료로서의 “당대의 금석문은 그것을 남긴 권력의 ‘기념비(Monument)’일 뿐이며, 결코 사료일 수는 없다. 기념비를 사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둘러싼 선정성과 신비성, 신화성을 도려냄으로써 ‘탈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그 비문에 있는 내용은 실제 그 시대에 정말로 일어났던 일을 적어 놓은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그 정치적이거나 기타 환경과의 연관 관계속에서 그 텍스트를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다.
광개토왕비문으로 들어가서 이 책 내용을 살펴보자. 이 비문에 대해서는 100년 이상이나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논쟁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으로, 그 논쟁의 주된 부문은 신묘년기사의 32자 해석과 또 비문변조(조작) 여부였다. 그러니까 비문의 앞부분의 해석만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고, 또 그 시대의 상황을 판단하려고 하였을 뿐 아니라 그 내용조차도 보는(해석하는) 국가의 입장에 맞추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려고 하였다. 즉, 전통을 창출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이성시 교수는 비문의 뒷부분에 그 초점을 두어 즉 위의 두 서양학자가 얘기한 것처럼 해석을 하고 있다. 그의 결론에 따르면 “광개토왕비문은 광개토대왕의 평생 업적을 찬양한 묘비가 아니라 고구려의 독자적제도였던 수묘역 체제에 입각한 법령을 선포한 매체.”이다. 즉 이성시 교수는 현재의 시각에서 비문을 해석한 것이 아니라 고구려시대의 텍스트로 이 비문을 철저히 해석한 것이다. 기존의 사학계의 해석과는 완연히 다른 그의 시각을 볼 수 있다. 이제 100년 넘게 끌어온 비문에 대한 해석의 논쟁에서 좀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발해사에 들어가서 보면 우선 한국의 입장은 북한 학계의 연구결과로 말미암아, 남북국 시대 즉, 민족의 개념을 앞세워, 남쪽의 신라와 북쪽의 발해로 보아 이를 남북국시대로 칭하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한반도를 최초로 통일한 국가는 통일신라가 아니라 고려가 됨으로써 한국사를 근저에서 흔들어 놓는 이론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성시 교수의 견해를 보면 비판적인 입장에서 발해사가 현재 어느 나라의 역사냐 하는 입장을 해석함에 있어서 여섯까지 정도로 그 논조를 압축하고 있다. 그것을 살펴보면 발해의 건국자 및 건국 집단의 출자문제, 발해 국가의 민족적 구성과 지배 민족의 역할, 발해 왕실 및 지배자 집단이 명백하게 고구려 계승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 발해와 신라가 상호간 동족의식을 가졌느냐?, 발해 유민의 귀추와 그들의 귀속의식, 고구려 문화의 영향 등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발해는 다양한 생산 활동을 가진 여러 종족이 이 지역 풍토에 뿌리는 내리면서 독자적인 민족과 국가를 형성했다라고 해석하면서 뒤에 보면 또 발해사가 한국사의 체계적인 역사 서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고있다. 즉 발해는 독자적인 정치체제 및 여러 민족 구성, 문화를 가지고 있기는 하였으나 그 강역이 오랜 동안 한국 민족 형성사에 중요한 지점이었다는 것으로 볼 때 한국사의 포함대상이라고 보고 있으며, 아울러 여진족, 말갈족까지도 한민족 형성사 속에 자리 매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이는 또 다른 논쟁의 시작이겠지만 보는 시각이 새로웠다.
아무튼 저자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동아시아사 등을 연구해오면서 관련된 많은 저서와 논문을 남겼다. 그의 다른 저서를 더 보고싶고 또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역자(옮긴이)에 대한 부분인데, 단순히 해당 저서가 쓰여진 언어를 잘 하는 사람의 입장만이 아닌, 같은 부분을 연구하는 학자였다는 점이 아주 좋은 결과를 끌어 낸 것 같다.
한국의 고대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진부한 논쟁이 아니라 신선한 결론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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