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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수화연극‘감동’은 더 잘 들려요
-연극배우 공혜경씨-


두 딸의 엄마인 공혜경씨(36)는 한때 잘 나가던 연극배우였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수석졸업하고 제3극단을 비롯한 여러 극단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 이주실 박정자 같은 쟁쟁한 배우들과 더불어 ‘연출가들이 뽑은 배우상’에 선정되기도 했던 유망주.


그랬던 그가 사람들의 시야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된 것은 청각장애인들을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제3극단이 ‘말 없는 신의 자식들’이란 작품을 준비하는데 청각장애인의 역할을 할 연기자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얼떨결에 제가 선택됐고, 수화를 익히기 위해 3개월이란 시간을 바치는 동안 청각장애인들과 우정을 쌓게 되었지요. 이후에도 청음농아극단에서 장애인들의 공연을 돕게 됐는데 거기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보람을 맛보았습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몇년 연극판을 떠나 있었던 그를 다시 찾은 사람들은 장애인들이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동화구연을 배우고 경원대 사회교육원·성신초등학교 등에서 전문구연가로 활동하는 한편 재활원을 찾아다니며 ‘수화동화’로 봉사를 하던 차에, 서울시가 주관하는 ‘장애인연극축전’ 측에서 도움의 요청이 온 것이다.


그가 청각장애 청소년들과 함께 만든 첫 작품이 팬터마임 ‘일상에서’다. 애화학교 학생 11명과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민 작품. 일상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5가지를 코믹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대통령부인 이희호 여사의 초청으로 국회에까지 가서 공연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선희학교의 아이들과 4개월을 연습해 핸드마임을 구성했다. 손에 하얀 장갑을 끼고 바닷속 여행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작품. “대학로의 웬만한 극단 작품보다 예술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 역시 축전이 끝나고도 두차례나 더 앙코르 공연을 가졌다. 물론 수화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인들과 무대작업을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시간이 배로 들 뿐 아니라, 힘들다고 중도에 포기하는 장애인들이 많아 애를 먹었죠. 핸드마임 공연을 앞두고는 배우들의 실수로 무대세트가 무너져내려 40분동안 공연이 지연되기도 했어요. 망가진 조명을 구하러 스태프들이 뛰어다니는 동안 관객들에게 수화동화를 보여주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래도 아무 대가 없이 장애인들과 더불어 작품을 만드는 일이 그는 즐겁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극을 통해 삶에 자신감을 얻는 모습이 대견한 까닭이다. 이번 겨울 공씨는 다음 작품을 위해 새로운 공부를 했다. 교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댄스스포츠 교육. 올해 열리는 장애인연극축전에서는 연극이 아닌 춤으로 세상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단다.


[경향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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