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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밤장수를 찾습니다. |  | |
| 어느 추운 날 밤. 서울 하월곡동 어두운 골목길에 허름한 노인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한밤중인데다 날씨마저 추워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노인은 쓰러진 채 도움을
구하려고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이미 탈진상태에 빠져 신음소리만 낼 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다가 행인이 한두명 지나갔으나 그들은 노인을 못 본 척
했다. 오히려 달아나듯 그 자리를 피해갈 뿐이었다. 시간은 자정을 넘었고 노인은 거
의 가망이 없어보였다. 그 때 한 군밤장수 사내가 리어카를 끌고 가다가 노인 앞에 멈
춰섰다. “할아버지, 무슨 일입니까?” 노인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뭐라 말을
하려고 해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사내는 급히 노인을 들쳐업고 병원으로 달려갔
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워낙 당뇨가 심하시더군요.” 응급처치
를 하고 나온 의사가 정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후 군밤장수 사내는 응급실
로 뛰어가 “할아버지 전화번호를 말씀해 주세요. 제가 집에 연락해 드리겠어요.” 적
어준 번호로 급히 전화를 걸고는 돌아와 노인의 팔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고맙
네, 어디 사는 누구신가?” “고맙긴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요.” “집이 어딘
가? 좀 가르쳐 주게.” “안정하셨다가 속히 돌아갈 준비나 하십시오.” “아니야. 집
이 어딘지 꼭 좀 가르쳐 주게. 그래야 내가 나중에 인사라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전 그저 군밤장수일 뿐입니다. 몸이 불편하신데 말씀 자꾸 하시지 마시고 안정을 취
하십시오.” 노인이 몇번이나 집을 가르쳐 달라고 했으나 사내는 자신이 군밤장수라
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리고 노인의 가족들이 병원으로 달려왔을 때에는 이미 자리
에 없었다. 노인은 건강이 회복된 후 그 군밤장수를 찾아나섰다. 하월곡동 시장 일
대는 물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골목이나 지하도 입구를 샅샅이 찾아다녔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다녀도 군밤장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노인은 마침내 일간신문에 광고를
냈다. <하월곡동의 모든 군밤장수는 보시오. 요즘 보기드문 한 군밤장수를 찾습니다.
지난해 설 전날 밤, 자정 넘은 시각에 시장 입구 골목에서 쓰러진 노인을 구해준 고마
운 청년에게 꼭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신문에 광고가 나가도 군밤장수한테서는 아
무 연락이 없었다. 그날 밤 노인을 돕느라 골목에 그대로 두었다가 리어카를 잃어버
린 사내가 다시 리어카를 장만하기 위해 막노동을 하고 있는 줄을 그 노인이 알 리 없
었다. 정호승/‘사랑에 대한 64가지 믿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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