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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식품점이지만…
작은 식품점이지만…


( 이창송 / 70·서울 강남구 논현동·성원환경㈜ )

10여년 전 한국 무역대리점협회 통상사절단을 인솔하고 유럽을 순방했었다.

마지막 방문국인 독일 함부르크에는 비행기가 연착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식당문

이 이미 닫혀 있었다. 우리 일행은 배가 고파 호텔 밖으로 나와 서성거리다가 작은 등

이 켜져 있는 곳을 발견했다.

채소 나물들을 파는 한 평도 안 되는 허름한 식품점이었다.

진열대를 살펴보니 마침 선반 위에 쇠고기 통조림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같은 쇠고기 통조림인데도 값이 각기 달랐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상표며 무게, 모양새마저 하나같이 똑같았다.

그럼에도 가격 차이가 나는 까닭을 주인 할머니에게 물어봤다.

할머니는 영어를 모른다고 손을 내저은 뒤 뒷방에 대고 뭐라고 말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남루한 옷차림에 연세는 고희가 훨씬 넘어보였다.

그 할아버지는 우리들의 질문에 “이 통조림들은 수입품인데 비싼 것은

관세가 높을 때 수입한 것이고, 싼 것은 그 후 관세가 내렸을 때 수입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관세가 내린 만큼 싸게 판다는 설명이었다.

국영기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찰제로 판매하는 백화점은 더더욱 아닌

손바닥만한 구멍가게. 그럼에도 그들은 놀라운 상도의를 갖추고 있었고,

그래서 많은 세월이 지난 오늘까지 그들의 자세는 내 마음에 각인돼 있다.

(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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