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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국 향기
추운데 어디 다녀오세요?” 어머니가 들고 있는 바구니에는 어린 쑥이 수북이 담겨

있습니다. 쑥국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침침한 눈으로 쑥을 찾아 매서운 바람을 맞으

며 헤매셨을 생각을 하니 고마움보다 어머니의 궁색함이 먼저 떠올라 기어이 한마디

하고 맙니다.


“바람도 찬데 뭐 하러 돌아다녀요. 그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딸에게 그런 소리를 듣고도 어머니는 한번 작게 웃고는 찬물에 씻어야 향기가 오래간

다며 차디찬 물을 넘치게 받아 쑥을 아래로 꾸욱 누르십니다. 곧 당신 삶의 각질 같

은 찌꺼기가 위로 떠오르고 어머니는 아무런 미련 없이 물과 함께 흘려 버리십니다.

커다란 솥에 굵은 멸치 한 줌을 휙 던져 넣고 그 사이 장독대에서 잘 묵은 된장을 퍼

오십니다.


마루에 걸터앉아 있다 구수한 쑥국 향기에 기분이 좋아진 저는 어느새 어머니의 어깨

위를 힐끔거리며 쑥국 먹을 때를 가늠해 봅니다. 식구들보다 먼저 한 그릇 받아 향기

에 취해 입이 데는 줄도 모르고 금방 비워 냅니다. “더 주랴?” 어머니의 물음에 얼

른 “네, 조금만 더 줘요” 하고 대접을 내밉니다. 어머니는 행복해하십니다.


하지만 이젠 어머니의 쑥국을 먹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해도 어머니의 그 맛이 아닙

니다. 아마도 3년 전 돌아가시면서 너무 맛있게 쑥국을 먹던 딸의 모습을 당신이 간직

하려고 그 맛까지 가져가셨나 봅니다.


오늘 시장에 나갔다 쑥을 사 왔습니다. 먼 훗날 우리 딸도 제가 끓여 준 쑥국을 기억

할까요? 하지만 그 옛날 내 어머니의 행복해하시던 모습은 제 딸에게 물려 줄 수 없

을 것 같습니다. 어디 저희 어머니만한 사랑이 있을라구요. 어머니가 하시던 대로 찬

물에 쑥을 꾹꾹 눌러 씻습니다.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떨어져 그리움과 같이 흘러갑니다.
(좋은 생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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