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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했던 통학길
어느날 아침 버스를 타고 등교할 때였다.
시내로 들어가는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할머니 한 분이 버스문을 똑똑 두드렸다.
문이 열리자 할머니는 종이쪽지를 버스 운전기사에게 보여준 뒤
“이리로 가려면 어디로 가면 되유”하고 물었다.
버스 운전기사는 친절하게 버스노선을 가르쳐 드렸다.

할머니는 설명 들은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옆에서 들어보니, 사거리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꽤나 먼 거리였다.
나이드신 분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런데 버스 운전기사가 갑자기
문을 열며 타시라고 하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아냐. 나 돈이 별로 없어”라고
말했다. 고맙지만 괜찮다며 운전기사의 친절을 거절했다. 그러자 운전기사는
“돈을 내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냥 타세요”라고 권했고, 아주 친절하게
돈 안 받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할머니를 모셔다 드렸다.

지친 아침에 참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버스 운전기사 덕분에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참 훈훈해졌다. 버스 운전기사들이 불친절하다는 말이 참 많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월드컵이 얼마 안 남았다.
대중교통에서 많은 외국인을 만날 것인데 이런 운전기사가 많아진다면,
불친절한 대중교통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어느 외국인이 우리를 평가할까
하는 마음이 든다.

( 심창엽 16·충북 음성군 소이면 /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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