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뇌성마비 두딸 수능치른`母情 |  | |
| “쌍둥이 딸을 휠체어에 싣고 등·하교 시킨 지난 12년 고생이 물거품으로 될까 두렵습니다.
남들처럼 재수하기도 쉽지 않은데….”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7일 저녁,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뇌성마비 쌍둥이
자매 진은영·은정(18·명지고 3년)양 집. 시험을 치르고 막 귀가한 두 딸을 맞는 어머니
유태분(42)씨는 시험이 너무 어려워 울고 싶었다는 두 딸의 이야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매일 새벽 1시까지 기를 쓰며 공부한 아이들인데 낙담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언어영역 시험을 망쳤다는 큰 딸 은영이의 푸념과 수학시험을 못봤다는 작은 딸 은정이의
풀 죽은 모습에 어머니의 가슴은 미어지는 듯했다.
“한 집안에 수험생이 두 명이나 있으니 남들 고생한 것보다 곱절, 게다가 둘다 몸이 불편하니
네 곱절의 ‘수능 몸살’을 한 셈입니다.”
두 딸이 8개월 나던때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는 유씨.
하루 4∼5시간을 자며 두 딸의 뒷바라지를 해온 유씨의 지난 18년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일일이 등하교 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수업중간에도 두 아이중
하나라도 아프거나 화장실 출입을 해야 하는 경우엔 만사 제쳐두고 학교로 달려가야 했다.
하루 10여차례 휠체어에 태웠다 내리는 일을 반복한 덕분에 그녀의 두 팔은 웬만한 남자
못지않은 근육질로 바뀌었다.
“휠체어 두대를 밀고 갈 때 비라도 뿌리면 우산을 받칠 손이 없어 세 모녀가 쫄딱 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능날 아침 두 딸을 데리고 고사장으로 향하는 유씨의 가슴엔 만감이 교차했다.
쌍둥이인탓에 한밤중 두 딸이 동시에 아파 함께 들처없고 눈보라속에 병원으로 뛰었던일,
작은 애가 넘어져 다쳤다는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학교로 달려갔던 일 등이 주마등 처럼 스쳤다.
두 딸이 지난 18년의 고생 끝에 이젠 어엿한 성인으로 컸구나 하는 뿌듯함과 함께 두 아이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세상의 풍파에 대한 걱정이 동시에 밀려 들었다.
그러나 두 딸 모두 쾌활하고 붙임성있는 ‘숙녀’로 성장해 준 것이 고맙고 대견하다.
몸이 불편한데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언제부턴가 제법 부모님 걱정까지 해주는 ‘효녀’들이다.
유씨가 몸이 아파 누워있을 땐 둘이서 기어다니며 걸레질을 하고 싱크대로 밥그릇을 나르기도
한다.
“엄마·아빠 결혼 기념일과 생일 땐 어김없이 자신들이 아낀 용돈으로 꼬박꼬박 선물을 합니다.”
은영이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대구대 심리학과에 진학해 장애인들의 움츠러든 가슴을
열어주는 방법을 공부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방송작가가 꿈인 은정이는 문예창작과에
진학하고 싶지만 이번 시험 성적이 안 좋은 것 같아 재활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문화일보에서)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