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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의 눈먼 사자
탈레반에서 해방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그 카불 동물원에 있는 50세의 눈먼 사자 마르조의 사진이 로이터 통신으로

크게 보도되었다. 카불의 해방과 더불어 그 뭣보다 이 눈먼 사자의 생사에

마음을 조리고 있던 서방측 인사들에게 감동을 준 사진이 아닐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 왕가의 문장이 사자요, 탈레반이 들어와서 눈이 멀었기에

마르조는 아프가니스탄 운명의 대변자로 서방측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아

왔던 것이다. 마르조가 눈이 먼 사연은 이렇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했을 때

이 마르조와 추차라는 암수(雌雄) 사자 한 쌍을 기르고 있던 동물원 사육계

무하마드 아크발은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혔었다.

아크발은 탈레반인 파슈툰족이 아니라 타지크족이었기 때문이다.

힌두쿠시 산맥의 양치기 목동이었던 아크발은 정든 이 사자 부부를 두고

떠날 수 없어 공생공사를 결심했다. 어느 날 탈레반 병사 하나가 자신의

용기를 과시하고자 사자와 격투를 하겠다며 나섰다. 이 병사의 만용은

중상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탓이 되어 죽고 말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그 병사의 형이 복수를 한다고 침입 수류탄을 던져 마르조는 두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이에 마르조는 일거수일투족을 아크발의 목소리와

체온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아크발도 눈먼 친 자식처럼 여겨

그 곁을 떠날 수 없게 됐다.

내전이 심했을 때는 먹이 조달이 끊겨 한 달에 겨우 8달러하는 박봉을

쪼개어 마르조 내외와 근근이 살아냈다. 동물원이 탈레반의 병영이

됐을 때 사살하려 들었지만 더불어 죽여달라며 대드는 아크발의 사랑에

감동하여 살려두었던 것이다. 그 아크발이 심장 발작으로 죽고는 암사자

추차에 의지해 먹이에 인도되고, 먹고나면 물있는 곳에 인도되어 살아

오다가 2년 전에 추차마저 죽었다. 그 짝의 죽음을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마르조는 아무리 비벼대고 엎치고 덮쳐도 예전처럼 체온이 나눠지지

않음을 알자 유체를 떠나지 않았으며, 경내에 묻은 지 닷새 동안 먹이를

먹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마르조에 대한 마지막 소식으로 탈레반 지배하의 아프간 사람들의

상징으로 서방측에 기억돼온 눈먼 사자였다. 이렇게 전화를 살아낸 마르조가

서방측 의술로 광명을 찾을 때 아프가니스탄도 평화를 되찾게 될 것이다.

[이규태코너/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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