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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허의 도시 |  | |
| 참담한 현실과 미래의 경계
1990년대의 많은 SF,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2000년대를 배경으로 만든 것들 중 어느 하나도 ´인류의 행복´을 그린 작품이 없다. 그곳에는 배고픔과 부족함과 슬픔과 암울함, 당사자는 느낄 새도 없는 비참함이 깔려있을 뿐이다. 언젠가 2000년이 다가온다면, 그런 모습으로 올 것이라고, 그동안의 인류가 범했던 잘못을 조물주가 그런 방식으로 벌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국, 모두가 기다리던 2000년은 소리없이 왔고, 우리는 몸속에 붉은 경보신호를 깜박깜박거리는 채로 생을 살아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었다.
폐허의 도시라니, 굉장히 아이러니컬하다. 폐허 위에 도시란 말인가, 폐허라는 말과 도시라는 단어의 공통점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폐허는 아무 것도 없는 곳이다. 무언가 존재했었으나 모두가 사라져버린 비어버린..먼지뿐인 곳. 도시는 모든 것이 존재하는 곳이다. 생명과 기계가 공존하는 시끄러운 곳. 그러나 역시 대단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곳이다. 기억할 것도 없고, 간직할 것도 없는, 아무 것도 없는 곳. 떠나버리면 그만인 곳.
여자는 행방불명된 오빠를 찾으러 점점 무너져가고 있는 도시로 떠난다.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였고, 여자는 살아남아야 하는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그것을 후회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늦어버렸다. 다시는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곳은 제대로 된 정부도 없고,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도 없으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쓰레기를 줍고, 그것을 파는 것밖에 없다. 시체까지도 마음대로 묻을 수가 없는 곳. 영혼마저 마음대로 떠날 수 없는 곳, 그 곳이 바로 폐허의 도시다. 여자는 힘들게 구한 노트에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동안에 겪은 일, 그리고 지금의 일들.
역시 힘들게 구한 연필 몇 자루로 근근히 버텨가면서 깨알같이 그동안의 일을 적어나간다. 물론 모두 놀라운 일들뿐이다. 놀랍지만, 우리에게도 멀지 않은 일이라고 작가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모골이 송연한 일이다. 그 여자가 쓴 일기가 어떤 식으로 전해지게 됐는지는 모른다. 그 여자가 지금 살아있는 지도 모른다.
소설은 전개되는 내내 급박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슬픔을 담고 있다. 정작 주인공은 슬플 겨를도 없이 살고 있는 데... 이것은 과연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일 뿐일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일까....... 두렵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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