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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病魔에 온몸맞선 아버지
[선한 이웃 좋은 세상…세준군 부친 엄명호씨]

고대해왔던 아들의 고교 입학식날,아버지는 아들 대신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돌아오면서 속으로 울었다.

“아들아,내가 죽어서라도 네가 세상을 헤쳐나갈 수만 있다면…”

인천 산곡1동 주택가에서 6평짜리 행운세탁소를 운영하는 엄명호씨(48·인천부개2동 동산아파트501호)

는 정신지체 2급인 아들 세준군(16·인천부평고1 휴학)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돼있다.


지난 1월24일 서울대병원에서 뇌 속의 지름 6㎝짜리 암덩어리를 꺼낸 뒤 1주일에 세번씩 받는 항암치료

때문에 휴학계를 냈지만 내년 봄 아들이 수업할 수 있는 특수반을 만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낸다.

6세때 소아암 치료과정에서의 약물로 인해 정신지체가 된 아들.10년만에 암이 재발해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163㎝ 키에 몸무게 38㎏의 앙상한 모습으로 병마와 싸우지만 아들이 다시 일어나 학교에 갈 희망

을 품고 산다.

결혼 당시 강원 삼척군 도계탄광에서 일하던 엄씨는 아들이 소아암에 걸리자 3년간 아들과 함께 영동선

을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다.2주 단위로 서울대병원을 다닐 때마다 기차 침대칸 표 1장을 사 자신의 옷으

로 베개를 해주며 아들을 위해 모든 삶을 바치리라 다짐했다.갱도 유지보수를 하면서 받는 월급 100만원

중 60만원 이상이 치료비로 들어갔지만 힘든 줄을 몰랐다.


세준이가 초등학교 1학년때 서울 상계동으로 이사해 세탁일을 배운 엄씨는 6학년때 담임교사로부터 특수

반이 있는 중학교로 진학시키라는 권유를 받고 1998년 인천으로 이사했다.아들의 오랜 치료로 이제 가진

돈이 거의 없는 엄씨는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딸(18·고3)을 위해 작은방을 내주고

큰방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겨울에도 보일러를 끄고 산다.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중학교 2학년때까지 만해도 글씨를 점으로 찍어주면 그것을 따라 글씨를 ‘그리던’

세준이가 지난해 어버이날 처음으로 ‘아버지’라고 쓴 것.6세때 소아암이 발병하기 전 세살 터울인 누나에

게 온 학습지를 어깨 너머로 보고 한글을 썼을 만큼 총명했던 아이가 발병 9년만에 ‘아버지’를 쓴 것을 보

고는 흘러넘치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엄씨는 부평고에 특수학급을 만들기 위해 인천통합교육부모회에 나가 열성으로 활동한다.자신이 없는 세

상에서 아이가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때가 많다.그래서 아들이 특수학급에서 글을

익혀 자신의 앞가림을 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엄씨는 “아들이 수술후 극심하게 야위어 안타깝지만 살아 있는 것 만해도 고맙다”며 “생명이 얼마나 귀중

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죽을 때 같이 데리고 죽을 수도 없는 자식,내가 없어도 제 앞가림을 하고 살 수만 있다면…”

8일은 어버이날.세상의 모든 부모는 누구나 자식을 이처럼 사랑할 것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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