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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어내려, 살 수 있어!” |  | |
|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한낮이었다. 4월 2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2동, 이른바 “청량리 588”이라고
부르는 윤락가의 한 골목에서 안승룡씨는 점심을 먹고 잠시 그늘에서 쉬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이곳에
있는 한 교회에서 몇 달째 만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안씨가 골목 맞은편에 있는 여관의 3층 창문에서 심
상치 않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것은 그때였다. 불이었다! 잠시 후 흰 내의만 걸친 청년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 창가에 나타났다. 아마 독한 연기 때문에 여관 내부 계단으로는 내려가지 못하는 모양이었
다. 하지만 3층은 지상에서 10여 미터 정도 높이여서 뛰어내리기에는 무리였다. 그 청년은 창가에서 이러
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몇몇 주민들이 이 광경을 바라보며 “뭘 받쳐줘야 하는데”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47세의 만화가인 안씨
는 청년이 그냥 떨어지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때 바로 며칠 전에 누
가 버리려고 주차장에 내다놓은 매트리스가 그의 뇌리를 스쳤다. 안씨는 재빨리 매트리스를 가져와 구경
하는 사람들을 시켜 매트리스의 네 귀퉁이를 잡게 했다. 그 순간 불길은 이미 3층에서 4층으로 번져 창문
마다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스물예닐곱쯤 되어보이는 청년은 불길과 연기 때문에 이제 창문에 매달
려 있었다. 안씨가 그에게 외쳤다. “괜찮아, 청년. 뛰어내려. 그러면 살 수 있어!” 그 청년은 잠시 망설이
다가 손을 놓았다. 사람들이 손과 무릎으로 떠받치고 있던 매트리스가 풀썩 바닥으로 내려앉을 정도로 심
한 충격이 가해졌고 청년은 의식을 잃었다. 숨을 죽이고 있던 주민들은 잠시 후 청년이 깨어나자 안도의
환성을 질렀다. 깨어난 청년에게 안씨가 한마디 건넸다. “거봐, 청년. 살았잖아.”
안씨와 주민들은 그 다음 매트리스로 여관 2층에서 20대 남자와 여자를 각각 구했다. 곧 119구조대와 소
방차가 도착하면서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에 나섰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사이렌 소리를 듣고 나서야 화재가 난 줄을 알았다. 이 화재로 5명이 질식하거나 여관건물에서 떨어져서
목숨을 잃었고 5명이 크게 다쳤다. 하지만 주민들의 “매트리스 구조작전” 덕에 여관 투숙객 20명 중 10명
이 여관 앞쪽과 뒤쪽에서 구조되어 귀중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안씨와 주민들이 여관 뒷편에서 맨 처
음 구조해낸 그 청년은 인근 병원에 실려가 진단을 받은 결과, 늑골 2개가 부러졌지만 생명에는 전혀 지
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청년은 병상에서 고마움을 전했다. “‘이렇게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죠. 저
를 구해주신 주민들의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안씨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의식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선행이
아니라 당연한 도리를 했다고 봐야지요.”
[리더스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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