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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립투사의 고집
[이완세, 경기도 의정부시]

지해 봄 노량진에서 볼일을 마치고 버스를 탔다. 중간쯤에 빈 자리가 눈에 띄길래 다가섰더니 노인 한 분

이 서 있었고 그 옆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 노인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노인

은 완강히 거절하는 것이었다. 계속 같은 말이 오고가니 그대로 듣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선생님, 자리

에 앉으시지요. 자리를 비워드린 저분의 성의도 생각하셔야지요” 하고 말을 건넸다. 노인은 나를 돌아보

며 “글쎄 아직까지는 서서 가도 괜찮소. 서서 가는 게 건강에도 좋고 습관이 되어서” 하시며 굳이 서서 가

길 고집하셨다. 노인께서는 나와 자리를 양보하려 했던 분을 번갈아 보시며 말씀하셨다. “내 나이 팔십둘

이요. 아침마다 산책을 하니 다리는 아직 튼튼하오만 이 나이에 버스 타고 다닌다고 아들놈이 아침마다

성화랍니다. 집에 자가용도 있어 편하게 외출할 수도 있지만 젊은 시절 만주와 중국 등지에서 나라를 찾

겠다고 항일투쟁을 해온 내가 그렇게 지각없이 행동을 할 수가 있겠소? 지금도 광복회에 가는 길입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이 땅에서 어찌 편하게 자가용을 타고 다닐 수가 있겠소. 지금 우리나라는 지나

칠 정도로 과소비를 하고 있어요. 각자가 스스로 애국하는 마음으로 절약하고 절제를 해야지 이대로는 안

돼요.” 몸은 늙으셨어도 애국지사답게 한마디 한마디마다 정열과 정의감이 넘쳤다. 긴 세월 동안 얼마나

조국을 사랑하시며 살아오셨을까. 순간 승객 모두 숙연해졌다. 버스에서 내리시며 손을 흔들어 보이시던

여유는 지금껏 내 눈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곧은 자세에 흐트러짐 없는 행보는 바른 정신과 나라를 사랑

하는 확고한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리라. 겉보기에 그저 평범하게만 보이는 그 노인은 신선한 가르침의 여

운을 남기고 떠나셨다.

[리더스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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