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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년 퇴임 선생님과 제자 이야기 |  | |
| 교직에서 정년 퇴임한 뒤 집안에서 소일하며 시간을 보내던 이 선생은 한 제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제자는 서울에 가면 한번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는 오랜만에 제자를 만난다는 사실이 기뻐 옛날 일을
떠올리며 좋아했다.
며칠 뒤 주소 하나만 달랑 들고 그를 찾아온 제자는 들어오자마자 배고프다며 저녁상을 좀 봐 달라고
부탁하고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은 뒤 제자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한 달 정도 서울에 머물러야 하겠는데, 그 동안 여기서 좀 뒹굴겠습니다.˝
이 선생은 아내의 눈치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그저 웃기만 했다.
서울에 그 제자의 친척이 살고 있다는 것도 다 아는데, 하필이면 이곳에 머물겠다는 눈치 없는 제자가
미웠다. 그때 그의 아내가 무슨 생각에선지 이렇게 말했다.
˝그러세요. 이 집에 늙은이 단둘이 사는데, 한 달 동안 푹 묵었다가 가세요.˝
제자는 아내의 손을 덥석 붙잡고 좋아라 했다. 그 날부터 울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제자는 응석을
부리기도 하고 꽃게탕 냄새가 고소하다며 꽃게 몇 마리를 사 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렇게 지나다가 방학이 끝날 무렵 제자는 울산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제자가 묵었던 방을 청소하던
아내가 봉투 하나를 들고 나왔다. 그 속에는 편지와 함께 하숙비로 치면 한 달 비용은 더 될 듯한 돈이
들어 있었다.
˝요즘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으려 하고 또 피해를 보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 세상이 참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저를 한 달 동안이나 보살펴 주시니...˝
편지를 읽어 가던 아내는 눈물이 그렁거렸고...
˝허 참, 그거...˝ 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이 선생은 고개를 숙였다.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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