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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아프던 날
나는 어린 시절을 전남 영광군 염산면에서 보냈다. 추운 겨울에 방학을 맞아 날마다 동네 아이들과 밖에

서 놀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흙투성이가 되어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러면 집에서는 아궁이에 장작을 태

워가며 가마솥에 밥짓는 냄새가 났다. 나를 많이 혼냈지만 그래도 친구들에게 딱지를 많이 따오면 봐주기

도 하던 작은 누나. 하루는 그렇게 장난도 잘 치고 튼튼하던 누나가 심한 독감에 걸려 안방 아랫목에 하

루 종일 누워 있어야만 했다.

부모님은 산에 나무를 구하러 나가셨고 시간이 지나 아궁이 불씨는 꺼져갔다. 방이 점점 차가워지면서 혼

자 두꺼운 이불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누나를 보고 나는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가 나는 어

디에선가 감기에 칡이 좋다는 말을 들은 것이 생각이 났다. 나는 다음날 해가 밝으면 앞산에 올라가 보기

로 마음먹었다.다음날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선 나는 산을 찾아 먼 길을 걸어갔다. 산을 타는데 날씨가 몹

시 추운 탓에 몸이 굳어 몇 번씩이나 굴러 떨어졌다. 산중턱에 다다랐을 즈음 비스듬히 깎여 있는 산모퉁

이를 보니 칡이 보였다. 나는 준비해 간 낫으로 여러 뿌리를 잘라 자루에 담았는데 벌써 해가 저물기 시작

했다. 겨우겨우 길을 찾아 산을 내려왔어도 신작로를 따라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었다. 한 시간 남짓 걸

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고 동구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시는 어머니

가 가로등 불빛 아래 보였다. 나는 그날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호된 꾸중을 들었다. 어쨌든 속으로 대견하

셨던지 어머니는 다음날 내가 캐온 칡을 달인 물을 누나에게 마시게 했고 누나는 아픈 와중에도 슬쩍 웃

어보였다. 나는 누나가 벌써 나은 듯 기뻐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정성에 하늘도 감복했는지 누나는 하루

가 다르게 회복되었고 며칠 후에는 아프기 전 모습처럼 다시 활달해 있었다. 물론 나는 누나의 꾸지람을

또다시 들어야 했지만 그래도 누나가 아픈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김대윤, 서울시 용산구/디더스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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