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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놓고 사라지는 ‘얼굴’없는 천사들
지난 24일 오후 2시30분쯤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2동사무소 민방위 담당
유복남(55)씨에게 한 장년의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동사무소 자전거
보관대 옆 공중전화 부스에 놓인 물건을 가져다 동네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라는 말이었다. ‘누구냐’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유씨가 급히 나가보니 공중전화 부스에 돼지저금통 1개와 두툼한 편지
봉투가 놓여 있었다. 부스를 나오며 거리를 둘러보니 방금전 30m쯤
떨어져 이쪽을 바라보던 60대 노인이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봉투와
저금통을 뜯어보니 봉투에는 1만원권 지폐 100만원이, 저금통에는
동전으로 61만2060원이 들어 있었다.

이 동사무소에선 벌써 네 번째 이같은 일이 있었다.
올해 어린이날을 앞둔 5월 4일엔‘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중년
남성의 전화를 받고 동사무소 현관 장애인 도움벨 앞에서 현금 100만원
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년 12월 26일엔 20대 후반 여성이, 재작년 말엔 한 초등학생이 각각
74만5500원과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민원창구에 놓고 사라졌다.
작년 12월엔 동사무소직원들이‘누구냐’며 20대 여성을 붙잡았지만 총총
걸음으로 사무소를 나서 승용차로 떠났다.

천창신(58) 동장은“어려운 이웃이 많은 동 사정을 잘 아는 한 가족이 이
일을 계속하는 것 같다”며“누를 끼칠까 두려워 굳이 찾는 일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사무소는 전화 주인공의 뜻대로 이번에 기탁받은
160여만원을 홀로 사는 노인과 결손가정 등을 위해 쓰기로 했다.

(조선일보 cg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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