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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 기다림이고 베푸는 것입니다 |  | |
| 서울 금호동 금남시장 한 편에 자리한 구두닦이 노점, 두 사람만 들어가도 꽉 차는 구둣방 주인
황무 님(61세, 구두수선공)은 본래 사방이 탁 트인 시골에 터를 잡았던 농부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 농사일에 쫓겨 마음껏 공부하지 못했던 한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아
1990년 1월에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에는 아파트 경비원 일을 했지만 그 월급으로 살림이 여의치 않아 구두닦이로 나섰다.
‘구두라면 나이 들어서도 힘 안 들이고 닦을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손에 익지 않은 연장으로
구두 뒤축을 자르다 손을 다치기도 수십 번, 구두를 닦다가 태워 먹고, 잃어버리는 등 크고 작은
실수가 끊이지 않았지만 우직하게 기술을 익혀 가는 동안 단골도 늘고 수입도 꾸준히 올랐다.
그가 서울 올라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일이 바로 ‘저축’이다. 그는 하루 수입 가운데
2만 원을 떼어 들고 날마다 은행으로 달려간다. 은행이 쉬는 공휴일은 그 다음날 반드시 두 배로
채워 넣었다. 이 예금은 하루 세 끼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과가 되어 황무 님이 통장을 내밀면
은행원들도 으레 2만 원이겠거니 하고 입금 처리할 정도다. 구두수선을 해 버는 돈이 넉넉해서
저축하는 것은 아니다. 아내도 노점상, 파출부 일을 해 가며 열심히 뒷바라지했고 온 가족이
아끼고 절약해 생활비를 줄였다. 자녀들이 이런 아버지에게 불평하지 않는지 물었다.
“아버지가 이렇게 궂은 일을 해도 학교 갔다 오는 길에 꼭 가게에 들러 친구들 인사시키고 음료
수도 건네고 간답니다.”
깍듯한 자녀와 헌신적인 아내는 그의 또 다른 재산인 셈이다.
저축하는 만큼 그는 남을 돕는 일도 좋아한다. 교회를 통해 불우이웃을 돕고, 해마다 시각장애인
한 명의 개안수술비를 기탁해 왔다. 남이 버린 구두나 우산을 말끔하게 수리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악착같이 저축한다고 지독한 자린고비라고 하지만, 친구 만나면 밥도
사고 저녁에는 귤도 사 들고 집에 갑니다. 저축은 돈을 묶어 두는 게 아니라 가치 있게 쓰일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지요.” 성실한 저축 습관과 미덕이 널리 알려져 지난해 저축의날에는
국민훈장을 받기도 했다. 상을 탄 뒤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니 말도 조심하게 되고
몇 푼 안 되는 구두수선비나마 깎아 줘야 할 것 같다
며 호탕하게 웃는 그의 얼굴이 정겹기만 하다.
(좋은생각 /이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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