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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 트래블스 1 |  | |
| 후끈한 열기. 막막한 자유.
처음엔 웬 팔자 좋은 사람의 글인가 했다. 항상 꿈꾸기만 하고 떠나지 못하는 나에게 여행기의 주인공은 모두 팔자 좋은 사람들이다. 거기다 이 사람은 유학 가서 박사학위를 눈앞에 두고 있던 사람이 아닌가.
하지만 멕시코의 바닷가 사람 없는 누드 비치에서 모래와 물결을 느끼며 “나는 행복하다”고 중얼거리는 모습, 바람이 드는 창으로 한 없이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이 여행은 그녀에게 사치가 아니라 꼭 필요한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적성에 맞긴 했겠지만 22년간 학교를 다닌 베테랑 학생. 그러나 넘치는 향학열보다는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이 마음을 누르는 상태. 그런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곳을 넘나드는 반년의 여행은 남다른 의미이리라.
관광객은 보고자 했던 것을 보고 여행자는 보이는 것을 본다고 했던가. 저자는 천상 여행자이다. 그녀는 독자에게 어느 나라의 명승지, 꼭 보아야 할 무엇을 알려주지도 않은 채 이리저리 발길 닿는 대로 남미를 누비고 다니며 일기를 적는다. 바닷바람이 온몸에 닿았을 때의 느낌, 교회에서 혼자 노는 꼬마아이와 과자를 나눠먹으며 아즈텍 문명의 역사가 문득 떠올랐던 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채 보낸 젊은 시절을 아쉬워 하는 나이든 여행자와의 저녁식사…. 타박타박 그녀가 브라질의 보도 위를 걸을 때 내리쬐었을 나른한 햇볕과 가난한 나라 콜럼비아 시골길의 후끈한 공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나에게 여행의 매력은 남들이 기대하는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되는 상태, 무엇을 요구받지 않는 막막한 자유 그 자체이다. 오늘은 어딜 갈까? 하루 종일 해먹에서 낮잠을 즐길까? 산 위의 온천에 갈까?……회사와 집 사이, 그 엄청난 교통체증을 뚫고 다니는 과정을 ‘모던 오디세이’라고 과장하면서 사는 사람에게 일상을 떠나 그런 자유를 간접 체험하게 해주는 것으로 이 책은 역할을 다했다. 20대말, 30대 초반, 아니 어떤 나이든 이제까지 살아온 익숙한 생활을 접고 막막한 세상 앞에 다시 서려는 사람들은 짐을 꾸리거나 이 꾸밈없고 대책없는 여행에 정신적인 동반자가 되어도 좋겠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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