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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1
나쁜 피.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에는 하루키의 찬사가 크게 작용했다. 그는 그의 수필집에서 개리 길모어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비치고는 이 책을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칭찬했던 것이다. 하루키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 그렇다면 한 번 읽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이 길고 어두운 길모어가의 기록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사랑을 갈구한다. 그들이 손길을 뻗치는 상대는 물론 자신을 낳아준 부모,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이다. 그런데 아이가 이 손길을 거부당하고 혼자 내버려졌을 때, 외로움과 고통은 아이 속으로 깊게 깊게 침식해 들어간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 기억이 어른이 될 때까지 이어져 그들의 아이에게도 똑같은 식으로 고통을 주게 된다는 점이다. 나는 지금 개리 길모어의 아버지 프랭크 길모어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거부당한 그는 외롭게 자라서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고 평생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인생을 보냈다. 대체 항상 프랭크를 뒤쫓았던 ´깔끔한 정장, 마른 몸매의 푸른 눈 사나이´는 누굴까? 나는 개리 길모어의 어머니 베씨가 묘사한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오싹 한기가 돌곤 했다. 개리와 베씨가 알게 된 아버지의 추악한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마이클은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말해주지 않는다. 항상 중요한 순간이 되면 저자 마이클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얼버무린다는 느낌이 든다. 하기야 자신의 가족사의 추한 일면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거란 생각은 들지만...
베씨와 결혼한 프랭크는 네 명의 아들을 낳는다. 그는 아들들을 사랑해주지만, 그건 아들들이 자신의 수하에 얌전히 엎드려 있을 때 뿐이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되었을 때 프랭크는 아이들을 학대한다. 수백가지의 규칙들을 정해놓고 아이들이 걸려들면 가죽채찍으로 묶어놓고 때린다. 맞다가 굴욕감을 느끼고, 이윽고 무감각해질때까지. 개리는 네 명의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반항적이었고, 가장 학대받은 아이였다. 그는 벌을 받을수록 점점 삐뚤어져가는 그런 아이였다. 가장 먼저 죽이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고, 실제로 병든 아버지에게 유리잔을 던졌던 적도 있는 개리지만 형무소에서 아버지가 사망했단 소식을 간수에게 전해들은 개리는 미친듯이 날뛴다. 대체 가족이 뭐길래...하는 생각이 든다. 미친 듯이 싸우고, 다시 화해하려는 마음을 먹었다가 상대의 냉담함에 질려 상처 받고. 그런 악순환이 몇 번이고 계속된다. 하루키 역시 책을 읽다가 몇 번이고 집어 던지며 ´왜 또 이런 일이...´ 하며 한숨을 쉬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정말 읽다보면 ´왜 또 이런 일이...´ 하고 내 일도 아닌데 마음이 괴로워진다. 프랭크는 어릴 때 받았던 수모의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 자신을 거스르는 사람은 참지 못했던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만이 사랑을 제대로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프랭크도, 베씨도 모두 제대로 사랑 받고 자라나지 못했기에 아이들에게 그것을 주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고, 그것이 모두를 새까만 고통 속으로 몰아갔다. 길모어 집안을 늘 따라다니던 유령들도 이제는 잠잠해졌을까. 그들이 원하던 피의 복수를 이제 다 이뤘으니 말이다.


by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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