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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사회
24시간 사회의 빛과 그림자
24시간 사회는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당 부분 이미 우리 주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등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지 오래다. 또 이제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우리가 사고 싶은 상품들을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주문할 수도 있고,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자동화기기에서 아무때나 현금을 인출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점점 일과 소득, 육아, 여가 활용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시간의 압박을 느끼며 살아간다. 24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의 일부만을 이용하던 생활방식에서 전부,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레온 크라이츠먼의「24시간 사회」는 바로 이런 24시간 사회 현상의 특징과 문제점, 그리고 미래의 전망을 밝힌 책이다.

사람들은 보통 ‘24시간 사회’ 하면 상점이 문을 여닫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24시간 사회는 이런 의미를 넘어선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생활과 몸에 밴 시간 관념, 시간을 이용하는 방식과 패턴을 바꾸는 문제다. 즉, 보통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직장에 출근하고 낮에 일하다가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정상적인’ 생활이라 여기는 시간 개념과 그 이용방식이 바뀌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8시간 노동, 8시간 수면, 8시간 휴식’이라는 구호는 이젠 구식이다. 또 낮과 밤, 직장과 가정, 아침과 저녁 같은 일차원적인 시간개념(monochronic)에 의한 구분은 더 이상 24시간 사회를 설명할 수 없다. 사람들은 이제 원하기만 한다면 24시간 중 아무 때나 쇼핑을 하고, 여가를 즐기며, 편안한 시간에 직장에 출근하고 또 잠자리에 들고 싶어한다. 24시간 사회에서는 시계에 의해 결정되는 경직된 시간보다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유동적이고 역동적인 시간을 중요시한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낸 사회적 구조물의 하나인 시간의 운용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할 24시간 사회의 원만한 정착(?)은 무엇으로부터 가능한가. 이 부분에서 지은이는 다소 조심스럽다. 우선 노동과 관련해서 지은이는 탄력적인 ‘교대근무제’의 적극적인 운영을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교대근무제가 사람들의 건강과 노동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은이는 좀더 개선된 교대근무제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24시간 사회가 더욱 심화된 노동착취 사회가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수면과 관련된 건강문제다. 수면 문제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지은이는 시간생물학의 발전에 의한 인간 생체리듬의 조절을 조심스럽게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것은 지은이도 인정했듯이 가까운 장래에는 실현되기 어려운 해결 대안이다. 또 이것은 유전공학에 지나치게 기대를 건다는 점에서 과학 만능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현재로선 ‘잠’이 24시간 사회의 가장 커다란 장애인 것만은 분명하다.

석기시대의 인간은 일주일에 15시간 정도의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먹고 살기 위해 거의 하루에 15시간을 일한다(집안일까지 포함한다면 말이다). 과연 현대인이 더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24시간 사회가 성공적으로 우리의 삶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선 적어도 그것이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의 희생을 담보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바로 이 부분이 24시간 사회에 대한 이 책의 다소 낙관적 전망에 선뜻 동조할 수 없는 이유다.

지은이도 말했지만 24시간 사회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지나친 소비와 향락에 따른 윤리적 타락의 문제, 건강문제, 환경파괴의 가속화 등은 바로 24시간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24시간 사회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대편에서 그에 상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24시간 사회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재조직하는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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