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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의 죽음 |  | |
| 트루먼쇼와 사생활
인간은 파놉티콘이라 불리는 원형 감옥에서와 같은 통제 아래서만이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제레미 벤담은 얘기했다. 사실, 오늘날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 개인은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법과 규칙에 따르며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에게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을 고난과 시련조차 없는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까지 주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루먼은 갖은 고생 끝에 원하던 자유를 찾고야 말았다. 왜였을까?
예전의 한국 농경 사회의 각 가정에는 오늘날과 같은 철로 만든 울타리가 없었다. 텔레비젼 드라마 ´전원일기´에서와 같이 한 마을에 사는 주민 전체가 한 가족과 마찬가지여서 서로에게 숨길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오늘날 도둑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노려볼 만한 허술한 집들이 많았다. 한 마을이 공동체 생활을 한데다 각자 먹고 사는 형편이 비슷하여 누가 누구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산업 사회가 도래하면서 도시가 발달하고 빈부 격차가 점차 심화되어 갔다. 이전의 대가족이나 마을 공동체와 같은 개념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우리 식구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자기 중심적인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의 가족, 남의 물건, 그야말로 남의 것을 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생활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남의 것 훔쳐보기를 더욱 즐기게 된지 모른다. 텔레비젼에서는 몰래 카메라가 등장하여 유명 연예인의 실수나 사생활을 들춰내고 시청자들은 즐거워한다. 일반인들도 유명 연기자의 성행위를 담은 비디오를 돌려보고, 백화점과 여학교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여 은밀한 장면을 녹화한다. 전 국민이 남의 것을 보고 싶어 안달아 난 듯하다.
그러나 남의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디오에 담겠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두 손을 내저을 것이다. 남의 비밀은 눈요기거리가 될 수 있을 지라도 내 것은 감추고 싶은 것이다. 얼마 전 계획했던 전자 주민증 제도도 개인 정보의 유출을 우려한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취소됐다. 개인의 모든 정보를 담고있는 카드 한 장을 공공 장소 아무데서나 사용할 수 있다면 그만큼 위험 정도도 커진다. 그 정보를 관리하는 책임자의 실수나 고의로 개인 정보가 공개되어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욕과 섹스.
입은 옷을 다 벗고 하는 일에는 이 두 가지가 있다. 그리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두 가지를 공개 장소에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욕실과 침실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옷을 벗을 수 있고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왜냐면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개인 영역에서는 두려울 것도 불안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안한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21세기는 정보의 시대라 한다. 머지않아 추진 중이었던 전자 주민증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보의 수집과 효율적인 처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정보의 시대라는 것은 누가 정보를 잘 처리하고 누가 더 많이 저장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 정보를 얼마만큼이나 잘 활용하고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개인 생활을 빼앗긴 채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는 불안한 생활 속에서 창조적인 일이 가능할까?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행복없이 이룬 결실이 과연 최선일 수 있을까?
정보의 수에 비례해 통제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면 관리자들은 어떻게 하면 그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을까에 골몰해야 한다. 각 개인들 역시 남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는 자신의 영역도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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