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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생활 속의 개인주의
자립, 자조, 자애 그리고 민주주의
「공동 생활 속의 개인주의」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기본이 된 이 시대에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매뉴얼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홀로 서기란 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홀로 서기이고 종속된 경쟁을 중지하는 것이다. 이런 자립의 경우 자조(自助)를 바탕으로 한다. 동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선 스스로를 동정해야 한다. 스스로 돕는다는 것은 자신이 지금 공동체의 가치에 중독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중독자가 스스로의 중독을 인정하기 어렵고, 스스로 중독을 치료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무모한 발언인가. 홀로 서기에는 연대가 필요하다.
홀로 서기의 걸림돌이 고독이 아니라 중독이라는 것은 노동운동, 여성운동, 동성애와 같은 소수자 운동 등에서 이미 발견한 것들이다. 프랑수아 드 생글리의 「공동 생활 속의 개인주의」는 오히려 함께 하는 방법 속에서 혼자 되기의 가능성을 찾는다. 우리가 함께 하는 것에는 언제나 불편 부당함이 있으며, 이런 불편 부당함을 피해서 함께 하는 방법을 찾을 때 자립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혼자라고 외치는 것보다 공동 생활, 공동체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에 역설적으로 자립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더 그럴싸해 보인다.

「공동 생활 속의 개인주의」는 표면적으로 지혜로운 부부 생활에 대한 세세한 매뉴얼로 구성되어 있다. 남성과 여성의 공동 생활, 성인과 아동의 공동 생활을 다루지만 이 속의 지혜는 다른 공동 생활이나 집단, 공동체에 적용되어도 좋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사회의 민주주의나 다원주의를 논하는 것보다 우선 가정을 문제삼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든 동거를 하든 공동 생활을 하는 것을 들여다 볼 때 민주주의에 대한 더 많은 생각을 진전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다.

우리가 연애를 할 때 이념적 가치가 서로 동일해서만도 아니고, 취미가 완벽하게 일치해서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아서 사랑하게 되는 것 또한 아니다. 대개 사랑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알고 싶다고 소망하는 것이니까. 그러므로 사랑에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사랑은 타자를 구속하는 독재이고, 사랑 밖에서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자립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모든 독재자는 인류애든 동포애든 간에 열렬한 애정 고백을 바탕으로 타자를 구속해왔던 것을 기억하자.

저자 프랑수아 드 생글리가 제안하는 매뉴얼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전화기는 공동 생활을 방해한다든지, 부부 공간 속에 ‘각자의 집’을 따로 지어야 한다든지, 결혼생활의 상징인 공동의 음악을 찾는다든지 하는 얘기는 무척 흥미롭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민주주의는 그 어떤 것도 ‘제도’로써 당연시되거나 어떤 틀에 짜 맞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민주주의에는 많은 상상력이 필요로 하며 쇄신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국민 투표와 직접 선거와 보통선거 이걸로 끝, 이라고 하는 것이 없다. 민주주의에서 필요한 것은 균열을 억제하고 꿰어 맞출 제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고 자립을 행할 조건을 부단히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공교롭게도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상상력에는 조금 인색하다.


by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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