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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정신의 기원 |  | |
| 권력 정신의 분석 혹은 권력에 대한 정신분석
가라타니 고진은 내이션〓스테이트의 특질을 보기 위해서 그것에 선행하는 ‘제국’의 특질을 고찰한다. 로마제국이나 중국제국이 그것이다. 제국은 농업공동체와 그것을 지배하는 봉건적 국가, 그리고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서 성립하는 도시(국가)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제국이 성립하려면 이질적인 것을 융합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 필요에 의해 세계종교가 등장했다. 로마는 자신의 신들을 버리고 크리스트교를 국교로 승인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세계제국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언어적 측면에서도 제국은 세계 언어를 갖는다. 그때 그 언어는 종교와 마찬가지로 서로 이질적인 언어들 사이를 초월해야 하는 것이었다.
근대국가는 이런 제국의 해체와 농업공동체의 해체에 의해 생겨났다. 종교에 대한 계몽주의의 광범위한 비판이 있었고 그 이후에 생겨난 것이 내셔널리즘이다. 내이션은 개인을 그 민족의 조상에서 자손에 이르는 영속성 속에 위치시킨다. 내이션이 종교를 대신해 불사를 실현하는 초월론적 가상이 된 셈이다. 루소와 같은 철학자는 ‘국어’를 자연화했다.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려 할 때 하나같이 문자언어를 가졌으며, 그때 음성중심주의가 취해진 것이다. 국어의 성립과 함께 민족적 자의식과 내면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강력한 권력의 형식은 아마도 국가권력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를 더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결과는 썩 나아지지 않았다. 가라타니 고진은 3장에서 투표의 예를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를 허구의 산물일 뿐이라고 하거나 해체를 주장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뾰족한 수를 내놓지는 못했다. 또한 국가를 해체하려는 기존의 사회주의는 더욱 강력한 국가화를 초래했을 뿐이다. 여기에 민주주의의 역설이 존재한다. 민주주의는 냉소적이 되거나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권력자를 바라게 되는, 둘 중 하나가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물론 이때의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일컫는다.
가라타니 고진은 자본주의〓내이션〓스테이트의 삼위일체론을 제시한다. 이 세 가지가 극복되지 않으면 국가는 해체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진은 그 세 가지를 각각 서로 다른 교환의 형태로 규정한다. 즉, 국가에 의한 교환, 내이션에 의한 교환, 자본주의에 의한 교환이라는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국가나 민족이나 이런 것을 교환의 형식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권력의 형식이란 결국 교환의 형식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가라타니 고진에게 국가의 해체는 위의 세 가지 교환과는 다른 교환의 형식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어소시에이션’이라 부른다. 이렇게 다른 교환의 형식을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냉소를 넘어서고 권력의 해체를 위해 권력을 쥐는 역설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가라타니 고진의 최근 사유의 변화와 실천적 관심을 담고 있다. 3장에서는 대의제를 비판하고 아테네 민주정치의 ‘제비뽑기’를 철학적으로 사유하는가 하면, 4장에서는 화폐를 새롭게 사유하며 새로운 통화론을 제안한다. 투표와 대의제를 비판하는 가라타니 고진의 비평에서 건질 것이 상당히 많다. 우리는 ‘밀실’(투표소는 밀실과 같다)에서만 주권자가 되고 밀실 밖을 나오면 회사의 상사를 비판하지도 못하고, 대표한다는 것은 대의제에서 불가능하다는 역설, 그리고 어째서 민주주의가 냉소 아니면 독재를 염원하는 것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역설을 읽을 수가 있다. 정치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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