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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통하는 웹사이트가 성공한다
웹은 매우 불안정한 매체이다. 거의 매순간 변모하고 있고 정체되어 있기를 거부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매우 가변적이고 때로는 능동적이면서도 사용자의 입장에 따라서는 매우 수동적인 측면도 존재하는 특이한 존재이다. 따라서, 이러한 웹의 특성을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웹을 사용하는 보통의 사용자에게는 어떤 사이트에 대해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거나 기대하는 모습 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때, 대부분 당황한다. 많은 웹 디자이너 내지 기획자 들이 본의 아니게 간과하는 면이 바로 이 점이다.
상식은 그 속성이 어떤 면에서 비논리적이고 때로는 비과학적이며 경우에 따라 비합리 적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으로서 받아들여지는 많은 합의는 오랜 사회 적 경험이 빚어내는 것이어서 여전히 중요하다. 월드와이드 웹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지만 그 확산 속도나 파급 효과를 놓고 볼 때 20세기 말의 가장 중요한 기술적 전환이며 지적인 충격이기도 하다. 허다한 인터넷 이용자들이 매일 접하게 되는 수많은 웹 사이트들은 그것이 사회적 함의를 담아낼 여유도 없이 바이러스처럼 확산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저자가 과학이나 기술이 아닌 상식을 들고 나온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인류의 역사에서 수많은 획기적인 지적 산물이 소개되었지만 어떤 것은 소개되자마자 빠르게 사회에 정착되고 발전된 것이 있는가 하면 무시되거나 배척된 것도 있고 그 중 일부는 시간적 간격을 두고 다시 수용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사회적 합의 즉 상식에 부합하거나 적어도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던 것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은 수용되고 기존의 상식을 부정하거나 상식을 초월하는 것은 부정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과학적 진보나 사상적 변혁을 이러한 입장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월드와이드 웹처럼 단기간에 전면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주도한 특별한 사건에 대해서는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 된다. 웹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은 보통 인쇄물이 확대된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무엇보다도 강하다. 초기의 웹 디자이너들도 이러한 시각을 강하게 견지하였고 지금도 기술과 지식을 통합하려는 시도나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상품의 진열(display)에 해당하는 온라인 카탈로그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인쇄물 즉 책이라는 매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하며 가장 보수적인 매체 중 하나이다. 따라서 상식이 어느 정도 이용자의 이용 행태를 지배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쯤에서 상식이 통하는 웹사이트가 성공한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갖는 중요성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원저의 제목은 더욱 단순하고 명쾌하다. ˝Don´t Make Me Think!˝ 말하자면 바쁜 세상에 수많은 웹 사이트를 방문하면서 연구하듯이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뜻일 게다. 바꾸어 말하자면 두 번 생각하게 만드는 사이트는 사용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섬뜩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색인을 포함해도 200쪽을 넘지 않으면서 그림이 많은 이 얇은 책은 웹 유저빌러티 디자인의 원칙과 내비게이션과 홈페이지 디자인 그리고 웹 유저빌러티 테스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고민할 필요가 없고 이해하기 쉬운 웹 페이지를 만드는 일에 대해 수많은 사례와 삽화를 통해 간단히 짚어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디자인에 관한 책도 웹 기술에 관한 책도 그렇다고 해서 웹 사이트 운영이나 경영에 관한 책도 아니다. 그보다는 웹 사이트를 통해 본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이요 웹을 통한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행동에 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날마다 새로운 기술이 발표되고 무어의 법칙을 무색하게 할만큼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진보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사용자를 혼란스럽고 당황하게 만드는 사이트들이 결국 인기를 끌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일부러 얇고 보기 쉽게 만들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다. 웹 디자인 관련서를 많이 내는 안그라픽스에서 웹 유저빌러티 총서를 시작하며 내어놓았다. 전면 컬러인쇄에 종이질도 좋고 참고가 될만한 자료도 수록했다. 표지 디자인이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생각도 하지 않는 것(Don´t make me think!를 기억하라)이 저자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길일 듯. 홈페이지 제작자나 기획자는 물론 개인 홈페이지 운영자나 단순 이용자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옮긴이 우유미의 번역도 매끈하다.

책을 덮으면서 역시 인간의 사고는 아날로그 식이며 통합적이며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다시 했다.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를 쓴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이 책에 대해 어떻게 말할지 자못 궁금하다.


by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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