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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밥 해먹기
기자경력 23년의 씩씩한 아줌마 김혜경에게 배우는 스마크 쿠킹 노하우! 이 책의 부제는 언뜻 살림 솜씨가 별로 없는, 그러니까 말 그대로 살림과는 거리가 먼 워킹우먼의 서툰 대로의 부엌살림 노하우를 그대로 뽑아놓은 책처럼 보일 소지가 있다. 조금은 어설프고, 멋대로인, 하지만 너무나 평범한 실수들이라서 일하는 여자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연대의식을 느끼게 하는 평균 이하의 살림꾼 모양새. 하지만 천만의 말씀! 이 책을 들여다보면 책의 저자는 그냥 아줌마가 아니라, 일이며 살림 모두 똑 부러지게 잘 하는, 말 그대로 수퍼 우먼. 아차! 그렇다면 우리가 속은 걸까?
그렇다고 이 책을 덮기엔 책의 팁(tip)들이 너무나 아깝다. 말 그대로 지금 막 떠놓은 회처럼 탱탱하고 쫄깃한 정보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니까. 어디에서 뭘 싸게 팔고, 뭐가 신선한지. 어느 사이트에 가면 어떤 식으로 생선을 가공해서 파는지에 대한 쇼핑정보부터, 맛있는 소스 만드는 법, 훌륭한 정찬 만드는 비결, 한꺼번에 시장 보는 법, 인스턴트 식품을 활용해서 그럴 듯한 음식을 만드는 법까지. 읽다보면 그야말로 살림하는 사람들에겐 메모할 것 투성이다. 지나가던 헌책방에서 절판되어 구해볼 수도 없는 좋은 책을 다발로 낚았을 때의 기분. 대박이다.

계속 책장을 넘기다보면 솔직히 저자가 좀 얄미워질 지경이다. 다른 토마토 소스병보다 프레스코 병을 더 좋아하는 이유가, 다 먹고 난 후 깨끗이 씻어서 보관하면 모양새도 이쁘고 눈금이 그려져 있어 계량을 할 때도 유용해서란다. (나 같은 보통 사람이라면 프레스코 소스로 수십 번 스파게티를 만들었어도 눈금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절대 모른다)

또 커틀릿을 만들 때 먹기 힘든 오래된 식빵을 커터에 갈아 빵가루로 만들면 더 맛있다는 정보쯤은 사람들도 알고 있겠지만, 커틀릿은 특히 바바박, 기름이 올라오지 않는 정도의 온도에서 오랫동안 뭉근하게 튀겨야 맛이 있고, 커틀릿 하나를 더 넣을 때는 기름의 온도를 조금 더 올려 온도가 낮아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할 때는 솔직히 아이고~ 형님! 하고 넙죽 절하고 싶어진다.

이 책은 사실 서민적인 것하고는 거리가 있고 (개인적으로 디자인 하우스의 행복이 가득한 집 생활 무크 시리즈는 편집부터 사진, 컨텐츠까지 대중적인 것과는 다른 고급한 차별화를 시도해 성공한 시리즈물이라고 생각한다), 중산층 정도의 생활력을 가진 주부들을 위한 책이라고 보는 게 좋다. 동양적이기보다는 서양식을 플러스한 퓨전화된 음식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는데다가 코스트 코 (COSTCO)같은 외국 체인의 마켓도 까르푸처럼 그리 보편화된 체인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러 다양한 인스턴트 소스들과 냉동 식품을 이용해 빠른 시간 내에 최대의 효과를 내고 싶은 신세대 주부라면 이 책은 그야말로 어머니가 몰래 숨겨놓은 비법서에 가깝다. 게다가 저자의 쇼핑 노하우를 살펴 보다보면 명품을 사는 즐거움 못지 않게 야채나 고기 등의 식재료나 그릇 등을 사는 것도 참 즐겁고 창의적인 일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당장 달려가서 만들고 싶은 그럴듯한 레시피가 한두 개가 아니라면, 이 책의 매력은 물론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


by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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