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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색마을 이색기행 |  | |
| 한반도를 꼭 빼닮은 절벽이 있는 마을, 여전히 사람들이 섶다리 위를 건너 다니는 마을, 겨울이면 설피를 신지 않고 서는 나다닐 수 없는 마을, 와편 굴뚝과 옹기 굴뚝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마을, 드높은 솟대가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마을, 고인돌 위에 호박 널고 고추 널며 쉬엄 쉬엄 사는 마을 …….
「이색마을 이색기행」은 이처럼 특색있는 풍경과 문화를 간직한 다양한 마을들을 찾아갔다. 이 땅에서 이제 더 이상 볼 것은 없다고 성급히 선언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구석구석 넓고 옹숭깊은 땅’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일종의 탈출을 위해 떠나지만 차와 사람들 속에 다시 갇히는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보다 한적하고 색다르며 의미있는 여행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각 글 뒤에 덧붙여진 ‘여행 수첩’을 뒤적이다보면 지금 당장 짐을 꾸려 떠나는 치기를 부려도 될 듯하다. 그만큼 마을을 찾아갈 수 있는 길뿐만 아니라 잘만한 곳, 맛있는 음식, 다양한 연락처 등을 꼼꼼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더불어 주변의 다른 볼거리들을 소개하는 ‘다른 구경’, 비슷한 테마를 가진 다른 마을까지도 안내하는 ‘또 다른 구경’으로 이어진 짜임새 있는 구성은 경비와 일정이 빡빡한 여행조차도 연장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을만큼 유혹적이다.
이 책은 단순히 이색 풍경만이 아니라 거기에서 배어나는 독특한 정취까지도 담아냈다. 시인이기도 한 저자의 미려한 글솜씨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어떤 아름다운 글이 해 뜰 무렵이면 안개가 자욱하게 뒤덮은 강자락이며, 눈 덮인 산 속 마을의 숨 멎을 듯한 고요를 담아내기에 충분하겠는가마는 저자는 과욕을 부리지 않고 마을의 다채로운 풍경앞에서 느껴지는 운치를 잘 녹여냈다. 마을 사람들의 말을 글 중간 중간에 직접 인용한 것도 인상적이다. 여행자가 마을 어귀에서 만난 사람을 붙잡아 여기 저기 가는 길을 묻고 이것 저것 물어보는 현장을 옮겨놓은 듯 생생하다. 사투리까지 그대로 살려 그들의 소박함과 순박함까지도 전해진다.
책 곳곳에 시원스럽게 배치된 250여 컷의 컬러 사진은 섶다리, 설피, 초분 같은 것들이 무엇인지 바로 보여주는 동시에, 아름답고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담아냈다. 더 나아가 반가움에 방문을 열고 나오는 듯한 할머니, 구불구불 황톳길을 걸어오는 아줌마, 얼음배를 타고 노는 아이, 정자 나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사라져가는 이 땅의 서정과 풍경」을 비롯해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의 흔적을 더듬어왔다. 「이색마을 이색기행」 역시 이 ‘사라져가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이색’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마을은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 곳을 찾아가는 여행에 동행하다보면 문득 우리 안의 사라져가는 것, 그래서 낯설고 귀하게 되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by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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