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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씨농담도잘하시네2
병실에 누워 수술받을 때만을 기다리는 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가끔씩 간호사가 들어와 혈압을 체크하고 체온을 재고, 핸섬하게 생긴 인턴이 혈액을 채취하고, 며칠전 수술을 받아 옆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와 몇마디 나눌 때 외에는 온종일 환자아닌 환자로 누워있는게 참 답답하다. 그러다 보면 병실에 들어오기 전의 자유로운 생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이번 수술이 끝나게 되면 더 즐겁게 더 성실하게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굳히게 된다. 어쨌든 환자가 되어 일주일간 꼼짝없이 병실에서만 지내는 동안 그래도 내게 기쁨을 주고 빨리 가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해 준게 있는데 바로 이 책,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이다. 물리학자 파인만은 어릴 때부터 기계 만지기를 좋아했다. 동네 라디오란 라디오는 죄다 고치고 돌아다니며 일찌감치 뛰어난 손재주를 뽐내던 파인만은 좀 자라서는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삶은 감자를 써는 기구를 발명하고 완두콩을 빨리 써는 기술을 개발해 낸다. 무슨일을 하든 기존의 방식을 답보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나은 새 방식을 추구하는 그의 태도는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사람에게는 귀찮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았고, 그런 분위기에서 그는 혁신이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는다. MIT재학시에는 적절하게 만난 상류층 여학생들과 이루어지는 폐쇄적인 무도회에만 참여하는 또래들과는 달리 누구나 갈 수 있는 개방 무도회에 가는 것을 즐기던 그는 귀가 먼 여자와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두 여자와 춤을 춘 적이 있는데 그들의 호텔로 가자는 제안에 그와 같이 있던 한 남자는 겁을 내고 따라가지 않았지만 그는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모험의 하나로 생각하고 따라간 일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 간 호텔에선 농아들만의 댄스파티가 열리고 있었고 외국어를 배우듯 수화를 배운 그는 수화로 우유를 시켜 웨이터가 겨우 알아듣고 우유를 가져오면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웨이터로부터 웃음띤 책망을 듣기도 했다. 그는 그만큼 사람을 가리지 않고 어울렸으며 악의없이 놀리길 좋아했다. 이런 파인만이 스스로는 사교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것을 보면, 내향적인 성격도 사람을 향해 열려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면 사랑하고 교제하는데 아무런 제한요소가 될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프린스턴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제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원자폭탄 제조를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의 생활이라는게 검열이 심하고 경직된 분위기였음에도 아내와 재미있는 암호를 써서 편지를 교환하기도 하고고 딱히 즐길거리가 없는 그곳에서 금고를 여는 기술을 습득해 원자폭탄 제조 비밀이 담긴 문서를 슬쩍해 친구인 금고 담당자가 사색이 되게끔 하기도 했다. 과학자라기보다는 재기 넘치는 예술가 같은 그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황당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병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생활이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물리학자 파인만의 흥미진진한 삶의 궤적을 내게 실제보다도 훨씬 더 과장되게 전달했는지도 모르지만, 노벨상까지 수상했으면서도 장난꾸러기 소년같은 익살과 재치가 가득했던 그의 일상이 내게 때로 무거울 수 있는 삶을 가볍게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듯도 했다. 그러나 가벼움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가벼움속에 삶의 진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가치를 전해주었음은 물론이다. 아울러 그가 삶을 대할 때 가졌던 끝없는 호기심과 대담성 그리고 모험정신은 그의 물리학에 대한 깊이있고 진지한 업적과 어우러져 향기있는 삶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by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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