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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지막 식사
나는 늘 길거리에서 푸성귀를 파는 할머니들에게서 장을 본다.
용돈이라도 벌겠다며 한겨울 추위도 아랑곳 않는 할머니에게서
내 엄마의 얼굴을 본다.

평생 가난에 허덕이며 사시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 버린 엄마.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달려가 보니 엄마는 병원 영안실에 누워 계셨다. 장례 준비
를 위해 집에 갔다가 엄마가 낮에 드셨던 밥상이 부엌 부뚜막에 놓여 있는 걸 보았다.
상보를 들추자 눈앞이 이내 뿌옇게 흐려졌다. 된장찌개가 조금 남은 뚝배기, 김치와
풋고추가 전부였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식사치고는 너무나 초라했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며느리가 해다 준 밑반찬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끼느라 늘 된장찌개와 김치만으
로 끼니를 때우셨다. 다락문을 여니 계단에 접시가 놓여 있었다. 덮은 종이를 치우니
호박전이었다. 마침 집에 와 있던 옆집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이구, 할마시도 내가 어제 드린 걸 아낀다고 안 먹고 놔둔 모양이다.”
그 말에 또 눈물이 솟았다.

아끼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린 가엾은 우리 엄마. 아깝다며 상한 음식 드시고 탈이 날
만큼 악착같이 사셨건만 엄마는 늘 가난했다. 무거운 함지를 머리에 이고 장사를 다니
면서 모은 돈을 친척에게 빌려 주었다가 떼인 뒤 그 화를 삭이느라 엄마는 심장병에
걸렸다. 조금만 놀라도 가슴이 뛰어 약을 먹는 엄마를 걱정이라도 할라치면, 엄마는
입버릇처럼 괜찮다 하셨다.

“뭐든지 나는 괜찮으니 너희만 잘살면 된다.”

그렇게 내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아픔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신 엄마. 세월이 흐를수록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엄마가 그리워 오늘도 내 발길은 시장통 할머니에게로 간다.

[좋은생각에서, 한인실 님 /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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