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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것이 있다는 것이 행복˝ |  | |
| 생면부지에 신장.간 기증 변길자씨19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102병동 7호실 침대에는 환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한 한 중년 여인이 며칠 남지 않은 대수술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10년 전 생면부
지의 10대 소녀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던 변길자(60)씨가 이번에는 자신의 간 일부를 내주기
위해 입원한 것이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12년 역사상 가족·친지가 아닌 사람에게 장기를
두 차례나 기증하는 것은매우 드문 일.
“없어도 상관없는 내 몸 일부를 필요한 사람한테 주는 게 뭐 대순가요. 남을 위해 내가 뭔가 줄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더 행복할뿐이에요.” 도대체 ‘왜’ 자신의 장기를 두번씩이나 누군지도모르는
사람에게 내주는지 궁금했던 기자는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표정을 읽었는지 변씨는 겸손한 목소리로 “물질적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형편이 못돼 줄 수
있는 건 몸뚱어리밖에 없다”면서 “내 신체의 작은 한 부분을 기증하면 한 생명을 구할 수있는데
그걸 어떻게 모른 척 할 수 있겠느냐”는 설명을 곁들였다.
지난해 남편을 잃고 미혼인 아들(35·학원강사)과 단둘이 살고있는 변씨는 지난 93년 자신이 다니
던 교회 집사가 신장을 기증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장 2개중 하나를 떼어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평생 살림만 하던 그가 ‘나도 뭔가를 남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곧바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전화를 했죠. 며칠 지나지 않아 생활보호대상자로 신부전증
을 앓으며 힘들게 지내던 여중생에게 신장을 이식할수 있게 됐어요.”
이번 간기증 역시 간 일부분을 잘라내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는사실을 최근 알게 되자 곧바로
결심한 것이다.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아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간과 함께 골수 기증의사도 밝혔지만 여성은 50세가 넘으면골수기증이 위험하다고 병원측
에서 말렸다. 살아서 더 기증할수 있는 장기는 없다는 게 아쉽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초 20일 오전 예정됐던 14시간의 간이식수술은 피이식자(신원불공개 원칙)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오는 26일로 연기됐다. 변씨는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자신의 사망 후 각막과 시신기증을
약속했으며, 뇌사시에도 모든 장기를 기증키로 했다.
문화일보 200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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