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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같은 1득점 ‘아름다운 패배’ |  | |
| 지난 13일 제32회 봉황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린 서울 동대문구장은 충주 성심학교 청각장애인
야구단의 어눌한 외침과 관객들의 열렬한 응원으로 감동의 구장이 되었다. 성심학교는 성남서고를
상대로 값진 1점을 뽑아내 1대 10을 기록하며 7회에 콜드게임으로 졌다. 그러나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그 누구도 성심학교가 패했다고 생각지 않았다.
초·중·고 과정 장애인 특수학교인 충북 충주의 성심학교 야구부는 지난해 9월 창단된 데다 야구부
선수 17명 중 고교생은 10명에 불과하다. 그중 고2가 두 명이며 아직 고3은 없고 투수는 서승덕군이
유일하다. 고교(선린상고) 시절 야구선수로 뛰었던 조일연 교감(50)이 창설한 성심학교 야구부는
장애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탄생했다. 성심학교는 최근 일본 고베농학교와의
친선경기에서 22대 0으로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국내 중학교와의 연습 경기에선 번번이 패를 면치
못했다.
때문에 이들이 유일하게 출전할 수 있는 국내 대회는 지역 예선이 없는 봉황기뿐이다.
야구를 향한 성심 선수들의 간절한 열망이 하늘에 닿았는지 1차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해 선수들은
드디어 꿈의 구장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이날 성심은 2000년 대통령배 준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1회전에서 안산공고를 6대 0으로 완파한
성남서고를 상대로 도루 3개, 3안타, 1득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어 투수 서승덕 선수 또한
탈삼진을 6개나 뽑아내며 관중들에게 야구의 짜릿함까지도 선사했다.
“1루 밟았지? 3루도 밟았지? 자, 그럼 홈만 한번 밟아 보자!”라는 코치진의 외침을 성심 선수들은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4회초 성심학교 응원단의 하나된 소리가 경기장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성심의 4번타자 장완근 선수가 중전안타로 진루한 뒤 과감한 도루에 이어 성남서고 투수의
폭투로 3루까지 진출했다. 그후 박종민 선수의 투수 앞 땅볼로 장완근 선수가 드디어 꿈에 그리던
홈을 밟아 ‘1점’을 따낸 것이다. 그 후 콜드게임으로 경기는 종료됐지만 성심 선수들은 자신감과
희망을 몸으로 직접 느끼며 배웠다. 여름 한낮의 고된 훈련에 새까맣게 그을린 성심 선수들이 피부
가 더없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성심 선수들은 수화로 교가를 제창하며 응원단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이에 응원단도 우렁찬 함성과 박수로 응답했다. 그들이 모두 떠날 때까지도 관중석은 격려의 응원
이 끊이지 않았다. 떠나는 성심 선수들의 검게 그을린 작은 손에는 닳고 닳은 야구 장비가 꼭 쥐어
져 있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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