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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만들어낸 ´기적´
죽음앞둔 뇌종양 노숙자 37시간 수술끝 새삶


“서~선생님, 내몸 살려줘 고, 고마워요. 어, 얼른 나아서 서, 선생님 밥이라도 사드릴게요. 정말 고맙습니

다. 고맙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마비돼 일그러진 왼쪽 얼굴을 쉼 없이 꿈틀거리는 이재강(36·무직)씨가 일산 백병원 신경

외과 황충진(黃忠鎭) 교수를 찾아와 고개 숙이며 감사인사를 했다. 이씨는 한 단어씩 더듬거리며 말을 하

다가 힘이 든 나머지 중간에 숨을 몰아쉬기도 했지만,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이씨의 손은 황 교수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황 교수와 의료진은 지난 7월 31일, 이 병원 사상 최대의 수술을 치러냈다. 당시 이씨가 수술 중에 사망

할 확률은 90% 이상이었다. 두개골을 절개해 의료진이 뇌를 볼 수 있게 꺼내는 데만 4시간이 걸렸다. 그

다음엔 지난 10년간 종양과 촘촘히 엉겨붙은 수많은 혈관을 현미경을 통해 하나씩 떼내야만 했다. 하나

의 혈관을 처리하는 데만 5분. 이날 수술에 장장 37시간이 걸렸고 수혈팩은 60개가 사용됐다. 황 교수와 7

명의 의료진은 수술 내내 잘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황 교수는 “수술 내내 몇 백번을 죽었다 살아난 것

과 같은 기분으로 집도했다”며 “신경외과 의사 40년 세월에 가장 오래 걸린 수술이었다”고 말했다.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씨는 노숙과 쪽방을 전전하며 죽을 날만 세고 있었다. 어린아이 주먹만한 지

름 7㎝의 종양이 그의 왼쪽 뒷머리 안에 자라 엉겨붙어 있었다. 이 때문에 왼쪽 얼굴은 마비됐고, 눈과 귀

는 제 기능을 잃었다. 평형감각에도 이상이 생겨 휘청거리다 길에서 풀썩 쓰러지기 일쑤였다.

이씨가 뇌종양에 걸린 것은 10년 전. 당시 큰형이 용접일을 해 벌어오는 돈으로 어렵게 생활하던 그로서

는 믿고 싶지 않은 ‘사형선고’ 같았다. 부모님과 누이도 뇌종양으로 잃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치료비부터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이씨는 그날로 고향인 경남 김해를 등지고 상경했다. 하지만 그는 마땅한 직업도 구

하지 못하고 머리에 종양을 키워온 채 ‘행려병자’가 돼버렸다.

이씨는 숨이 죄어들고 머리가 터질 듯한 고통에 지난 6월 행려자·노숙자 무료진료센터인 서울 영등포 ‘요

셉의원’을 찾았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살다가 죽고 싶다”는 이씨의 절규에 이곳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

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이씨의 상태는 손쓰기에 너무 늦었다는 진단결과만 되돌아왔다. 수술비도 문

제였다. 이씨 같은 행려병자는 의료보험증이 없어 수술비와 병원비 등 모두 1억원 정도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요셉의원에 매주 수요일마다 의료봉사를 나오는 일산 백병원 이응수 부원장이 이씨의 딱한 사

연을 듣게 됐다. 일산 백병원에서는 전 직원들이 지난해부터 외국인 노동자들과 혼자 사는 노인들을 돕

기 위해 급여에서 일부 금액을 떼내 기금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이 부원장은 “이재강씨 사정을 듣는 순

간 ‘그동안 모은 기금을 쓸 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뇌수술 권위자인 황충진 선생님도 응하셔서 수술

비와 수술을 우리 병원이 다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술 후 요셉병원으로 옮겨 계속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이씨와 같은 처지의 행려병자와 노숙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번갈아 가며 이씨의 곁을 지켰다. 대소변을 받았고, 등에 욕창이라도 생길까

봐 매일 밤낮으로 마사지를 해주었다.

이날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른 이씨가 수술을 도맡아준 일산 백병원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하러 다시 찾았

을 때, 일그러진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죽을 날만 세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나, 나한테 왜 이렇게 잘 해주시는지 모, 모르겠어요. ‘저 사

람들 고~고마워서라도 꼭 살자, 살자’ 했어요.”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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