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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눔의 삶 30년 ´산동네 여선생님´ |  | |
| 지난 주말 윤희정(尹姬丁·여·62)씨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서울 은평구 구산동 산61번
지 산동네를 찾았다.
추운 겨울을 맞아 홀로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연탄 1000여장을 전달하기 위
해서였다. 독거 노인 185가구가 살고 있는 이곳에는 아직도 60여 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8월 선일여고에서 교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한 윤씨. 그녀는 30여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매년 서울
구산동과 불광동에 사는 독거노인 등 200여 가구에 연탄, 김치, 밑반찬 등을 제공해왔다. 비록 큰 액수는
아니더라도 1만~2만원씩 은평천사원, 장애우 이동봉사대인 초록봉사대 등 8개 사회봉사 단체에 후원금
을 보내고 있다. 윤씨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기 꺼려했지만, 한 달 생활비의 3할이 이웃을 위해 사용된
다고 말했다.
“솔직히 저도 좋은 옷을 사고 쇼핑도 하고 싶죠. 근데 막상 지갑을 열면 ‘연탄 1장=300원’이란 생각이 떠
올라요. 600원만 아껴도 어려운 이웃이 하루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데…, 그럼 나도 모르게 다시 지갑
을 닫아요.”
이웃 주민들은 이런 윤씨를 ‘동네 맏며느리’라고 부른다.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늘 정성껏 보살펴 붙은
별명이다. 지난 92년에는 이웃에 혼자 사는 팔순 할머니가 오토바이에 치여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입원했
을 때 아침·저녁으로 할머니를 돌봐드려 서울시민대상 장려상을 받았으며, 94년에는 그동안 봉사활동이
소문이 나면서 은평봉사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가 하는 게 ‘봉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이 세상에 훌륭하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전 단지 제
가 먹을 분량보다 조금 더 준비해서 나보다 힘든 이웃에게 나눠주는 것일 뿐이죠.” 윤씨에게 언제부터 봉
사를 했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었다. 윤씨는 “요즘 퇴직 이후에 생활이 빠듯해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을 돕지 못해서 민망하다”며 “지금까지 내가 도운 것보다 불우 이웃들을 통해 내가 배우는 게 더 많
다”고 말했다.
은퇴한 학원 강사인 남편(62)과 독일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아들(28)도 윤씨의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돕
고 있다. 윤씨는 “산동네에 연탄을 갖다주러 갈 때는 우리 영감이 연탄을 지게에 지고 함께 간다”며 남편
자랑을 하기도 했다.
윤씨는 비록 지난 1학기에 퇴직했지만, 연말까지 수업의 연속성을 위해 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생활이 어려워 등록금을 못 내는 제자들에게 등록금을 내줄 뿐만 아니라 1만~2만원씩 용돈을 대주기도
했다. 윤씨는 봉사를 나갈 때면 항상 학생들도 함께 데려간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이런 곳이 남아있다는
것과 봉사가 무엇인지 가르쳐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요즘은 연탄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학생들도 있어요. 하지만 몇 시간 동안 전깃줄로 묶은 연탄 8㎏
을 양손에 나눠 들고 산동네를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자신들이 몰랐던 세계를 알고, 지금 자신들이 가
지고 있는 게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알게 됩니다.”
[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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