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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택시기사´ |  | |
| 범인 끌어안은 ´아름다운 택시기사´
자신 해친 택시강도 가정형편 알고 돕기로
˝큰 일도 아닌데… 부끄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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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는 세끼 밥은 먹고 사니까요”
택시강도를 당한 한 택시운전사가 범인이 잡힌 뒤 어려운 가정형편을 알고 오히려 범인의 가족을 도와줘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택시운전사 이창수(48)씨는 지난해 10월17일 새벽 6시께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손님 문모(18)군을 태웠다.
5분쯤 택시를 타고 가던 문군은 갑자기 품안에서 흉기를 꺼내며 강도로 돌변,이씨의 목에 흉기를 들이댔다.
이씨가 반항하자 문군은 흉기로 이씨의 손가락을 베고 3만원을 빼앗아 그대로 달아났다.
어이없게 강도를 당한 이씨는 괘씸한 생각에 범인을 꼭 잡겠다는 일념에 두 달이 넘게 운전대를 놓다시피 하면서 경찰들과 함께 ‘잠복근무’에 나선 끝에 6일 문군을 붙잡았다.
경찰 조사결과 문군은 이씨 외에도 같은 수법으로 택시강도를 4번이나 저질러 21만원을 택시운전사들로부터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두 달여 간 끈질기게 범인을 추적한 이씨는 막상 범인을 잡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자식 또래의 앳된 문군을 본 뒤 마음이 녹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과 함께 문군의 강동구 암사동 옥탑방을 찾아간 이씨는 눈물이 핑 돌았다.
사업에 실패해 고전을 면치 못하다 2년전부터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이씨에게 문군 남매의 어려운 형편은 남의 일이 아니었던 것.
누나(23)와 단둘이 살고 있는 문군의 집은 한 겨울에 보일러도 없이 여름철 홑이불 하나만 덜렁 깔려져 있었다.
도저히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문군은 범행 당시 돈이 없어 이틀을 굶은 상태였고 월세 15만원인 방값도 석달째 밀려 있었다. 밖으로만 나도는 동생 때문에 누나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고 직장인 옷가게마저 사정이 어려워 몇 달째 월급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문군의 아버지는 어렸을 적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문군의 초등학교 6학년 때 구속돼 수감 중이었다. 문군 남매는 아무도 돌봐 주는 사람없이 겨우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중학교를 그만둔 문군은 점점 범죄에 발을 들여놓아 벌써 전과 3범이라는 굴레를 쓰게 됐다.
이씨는 “차라리 내가 돈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서 돈을 더 빼앗겼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문군의 형편을 알고 나서 눈에 아른거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9일 문군의 누나에게 10만원을 건네준 이씨는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어린 아이가 강도를 했겠느냐”고 반문하고 “나도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더 어려운 문군 남매를 계속 도와주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씨는 “큰 일도 아닌데 기자들이 전화를 해 와 부끄럽기만 하다”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의 온정 소식을 들은 문군은 “죄값을 치른 뒤 그 분의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누나를 도와 바르게 살겠다”고 다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조선일보 200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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