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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바늘의 소원 (김향이)
힘찬이는 친구들과 함께 뒷동산으로 놀러갔어요.
술래잡기를 하려고 가위바위보를 했는데요. 힘찬이가 술래예요.
힘찬이는 허리 굽은 소나무 아래 눈 가리고서서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를 외쳤어요. 아이들이 후다다닥 숨을 곳을 찾아 달아났지요.
힘찬이가 술래를 서고 있는 소나무 아래 도깨비바늘 풀이 살았어요.
도깨비바늘 씨앗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어요. 어머니 품을 떠나야 할 때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나는 하늘로 날아가서 구름 배를 실컷 타볼 거야.˝
첫째 언니가 말했어요.
˝나는 아무 데도 안가. 엄마하고 살래.˝
막내가 말했어요.
˝난 바람 등에 업혀서 세상 구경을 떠나고 싶어.˝
둘째 언니가 말했어요.
˝내 소원은…사람 아이들이랑 친구가 되고 싶어.˝
셋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언니들이 펄쩍 뛰었어요.
˝셋째야, 안돼! 사람들 가까이 가면 큰일나. 나물로 캐어가고 소여물로 베어간대…아이고 끔찍해.˝
언니들이 손사래를 치며 말렸어요. 하지만 셋째는 언니들이 하는 말을 귓등으로 흘려버렸어요.
힘찬이가 아이들을 찾아다니다가 소나무 쪽으로 달려왔어요.
˝힘찬아, 어디가?˝
˝어, 오줌 누고 갈게.˝
힘찬이가 도깨비바늘 풀을 스쳐 지나갈 때였어요.
셋째 도깨비바늘 씨앗이 힘찬이 바지에 찰싹 달라붙었어요. 그건 정말 눈 깜박할 순간의 일이었어요.
힘찬이는 오줌을 누고도 한참 동안 뛰어다녔어요. 도깨비바늘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어요. 어질어질 멀미가 나려고 해서 바짓가랑이를 꽉 움켜쥔 채 이를 악물었지요.
땅거미가 지고 어둑어둑해질 때에야 술래잡기가 끝났어요.
힘찬이가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어머니의 호된 꾸지람이 날아왔어요.
˝해 떨어지기 전에 들어오라니까 뭐 하느라 이제 와?˝
고함 소리에 놀란 도깨비바늘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사람들 가까이 가면 큰일나…´
언니들이 한 말이 생각나서 더욱 가슴을 졸였어요.
어머니 눈치를 보며 목욕탕으로 뛰어든 힘찬이가 세수를 하는 동안, 도깨비바늘은 집안 구경을 하느라 두리번거렸어요.
˝얼른 씻고 와서 밥 먹어.˝
어머니가 재촉을 하셨어요.
˝알았어요.˝
힘찬이가 고양이 세수를 하고 마루로 나왔을 때였어요.
동생이 어머니께 고자질을 했어요.
˝형아가 나보고 따라오면 죽는다고 했어요.˝
어머니가 힘찬이를 나무라셨어요.
˝동생 떼어놓고 혼자 나가 놀면 더 신이 나니?˝
어머니 몰래 힘찬이는 동생에게 주먹을 쥐어 보였어요.
˝형아가 나 때리려고 해요.˝
힘찬이가 밥상에 앉으며 볼멘소리를 했어요.
˝아이들이 꼬리 달고 다닌다고 놀린단 말이에요.˝
도깨비풀이 힘찬이네 식구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을 때였어요.
힘찬이가 방귀를 뀌었어요. 방귀 냄새는 뭉게 구름처럼 피어올랐어요.
´으윽!´ 도깨비바늘이 숨도 못 쉬고 있는데,
˝푸 하하하하……˝
동생이 웃음을 터트리는 바람에 밥알 폭탄이 사방으로 튀었어요.
˝어허!˝
아버지가 나무라셨어요.
˝밥 먹고 일기부터 써. 지난 번처럼 벌 청소 하지 말고.˝
어머니가 다짐을 두셨어요.
˝엄마, 형아 일기 쓰나 안 쓰나 잘 볼게요.˝
동생이 힘찬이를 보고 혀를 쏙 내밀었어요.
도깨비바늘은 힘찬이네 식구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끼어 들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잠자코 있었어요.
힘찬이가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왔어요.
책가방에서 일기장을 꺼내는데 동생이 따라들어 오며 말했어요.
˝형아, 일기 또 안 쓰지?˝
˝고자질쟁이. 나쁜 놈!˝
힘찬이가 동생 머리에 알밤을 먹였어요.
˝왜 때려! 엄마아.˝
힘찬이가 동생을 끌어안고 입을 틀어막았어요.
˝아야, 이게 깨물고 있어!˝
힘찬이 하고 동생이 한데 엉켜 엎치락뒤치락 뒹굴었어요.
도깨비바늘은 싸움을 말리려고 동생 팔을 콕 찔러버렸어요.
˝앗! 따가.˝
갑자기 동생이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었어요.
˝왜 그래?˝
힘찬이가 동생 팔을 살펴보다가 도깨비바늘을 떼어냈어요. 힘찬이랑 동생이 머리를 맞대고 도깨비바늘을 들여다볼 때였어요.
˝형아 공부하게 얼른 나와!˝
어머니가 동생을 불러냈어요.
동생이 밖으로 나간 다음에 도깨비바늘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어요.
˝힘찬아, 안녕?˝
하지만 힘찬이는 도깨비바늘이 한 말을 못 알아들었어요. 그대신 도깨비바늘로 자기 손바닥을 콕콕 찔러보다가 일기장 위에 올려놓았어요.
힘찬이가 방바닥에 엎드려 일기를 썼어요.

11월 2일 일요일 바람이 많이 불고 하늘이 높았다
도깨비바늘

도깨비바늘아, 너도 도깨비처럼 요술을 부리면 좋은데...
내 일기도 대신 써주고, 나랑 학교도 다니면 좋은데.
그러면 참 재미있을 텐데.

힘찬이 일기를 보고 도깨비바늘은 콧등이 시큰해졌어요. 힘찬이가 자기랑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나하고 친구가 되고 싶대.´
힘찬이는 일기를 쓰다말고 방바닥에 코를 박고 잠이 들었어요.
도깨비바늘은 잠든 힘찬이 얼굴을 바라보았어요.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해. 내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기다릴 게.´
일기장을 훔쳐보던 도깨비바늘이 웃음을 터트렸어요.

10월 30일 금요일 하늘에 구름이 하나도 없었다.
나의 비밀

집에 올 때 사랑이가 내가 멋있다고 하고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사실은 나도 한사랑을 몰래 좋아했다. 왜 한사랑이 좋으냐면
내가 사랑이를 가만히 보면 아주 예쁜 데가 있다. 뭐냐면 입술 위에 솜털이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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