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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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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와 구슬 <송재찬> |  | |
| 이 도시에 이처럼 아름다운 마을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푸른 마을 느티나무 골목, 분꽃 나무 꽃이 피는 집.
이게 집 주소라니. 나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누나, 누나 같은 사람들만 사는 마을이래.˝
큰 동생이 말했습니다. 벌써 머리가 허연 그는 내 동생이라기기 보다 나의 든든한 보호자입니다.
˝나 같은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데?˝
˝나이를 먹어도 어린애 같은 사람. 누난 그런 사람이야. 누나에게 딱 어울리겠다 싶어 이 집을 샀어. 나무도 꽃들도 모두 우리 나라 식물 이래. 우리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마을이래요. 집 이 름도 모두 그 집에 있는 대표적인 식물 이름을 따서 지었대요. 저 앞 집은 ´때죽 나무 꽃이 피는 집´이래요.˝
느티나무가 지키고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서 두번째 집. 나는 처음 보는 그 분꽃 나무의 꽃향기를 맡으며 이사를 했습니다. 얌전하게 생긴 잎 위로 소박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작은 꽃들. 분꽃 나무 꽃. 화려하지는 않지만 눈길을 끄는 아름다움을 지닌 꽃나무였습니다.
이 집은 세 명의 남자 동생들이 힘을 모아 사준 집입니다.
˝누나, 이제는 학교에서 코흘리개 가르치는 거 그만 두고 그냥 집에 서 쉬어요. 그 동안 쓰고 싶었던 글도 써보세요.˝
˝누나, 생활비 걱정은 말아요. 누나가 그 동안 누나하고 싶은 거 못 하면서 우리를 공부 시켰으니까, 이제는 우리가 누나 책임질게.˝
˝고맙다, 내가 이런 집에서 살게 되리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어.˝
˝누나, 무슨 소리야. 우리 삼형제를 이렇게 잘 키워주었는데.˝
동생 부부들과 어른이 다 된 조카들 덕분에 이삿짐은 금방 정리가 되었습니다. 집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이삿짐이지요.
˝누나, 그럼 우리는 가요.˝
˝언니, 오늘 힘드셨죠? 푹 쉬어요.˝
˝고모, 저희들 갈게요. 오늘 좋은 꿈 꾸세요.˝
˝그래, 차 조심하고.˝
그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갑자기 집은 아무도 없는 숲처럼 조용해지고, 그들이 있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나는 창가에 앉아 창 밖을 보았습니다. 뜰에 심어 놓은 나무들로 창문은 푸르게 물들어 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나무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사람들은 늙은이를 싫어합니다. 나도 어느새 동생들에게 짐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 그 철없는 아이들도 나 같은 사람보다 젊은 선생님을 더 좋아합니다.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섭섭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요.
나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50이 넘은 여교사입니다. 남들이 우스개 소리로 노쳐녀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이 나이에 처녀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뭐하지요. 큰조카가 결혼해서 애를 낳았으니 곧 고모 할머니라는 소리를 듣게 될겁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며 맡겨놓은 세 동생. 나는 그들을 공부시키고 결혼 시키느라 내 일은 미처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나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바르게 자라주는 동생들을 보며 노처녀로 늙는 슬픔도 이겨낼 수 있었지요. 지금은 모두 제가 맡은 분야에서 한 몫을 하는 장한 동생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철없어 보이던 그들이 지금은 함께 늙고 있어요. 그들보다 나는 더 앞서 늙고 있습니다.
나는 그 동안 쭉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고향이기도 했지만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동생들은 내 힘이 필요없게 되었지만 나는 검소와 절약이 몸에 배였지요. 도시 학교로 나온 것은 동생들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새출발. 그래요, 나는 새출발을 하고 싶었습니다. 곧 학교를 그만둘 생각입니다. 그만큼 일했으니 이제는 남은 시간을 나를 위해 투자하고 싶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점점 힘이 듭니다. 내 힘이 부쳐서 일까요? 지난 해만 해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그저 즐겁기만 했는데 지금은 힘겹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워낙 드세야지요.
토요일이어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나는 집에 들어서자 마자 쓰러져 눈을 감았습니다. 점심을 차려 먹는 것도 귀찮았어요. 한 없이 자고만 싶었습니다. 잠결을 헤치며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전화벨 소리였습니다.
˝몸살인가봐, 한일도 없는데 이사를 하느라 힘들었나 봐.˝
큰 올케의 전화 때문에 나는 일어나 앉았습니다. 저녁 여섯시의 저녁놀이 실내에까지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그 때 짜장면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까 낮에 들어 오면서 대문에 붙어있는 중국음식집 스티커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는 올케의 전화 때문이었을까요? 몹시 배가 고팠습니다. 나는 꿈을 꾸듯 그 전화 번호까지 기억해 내었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도 배달 해 줘요?˝
전화기를 들고 내가 말하자 전화기가 상냥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럼요, 푸른 마을 느티나무 골목, 분꽃나무가 피는 집요? 알지요, 얼마 전에 이사 오셨지요? 다른 것은 시킬 것 없으세요?
˝빨리 보내 주세요.˝
한 잠 자고 났더니 몸이 훨씬 좋아진 것 같았어요. 피로에는 뭐니 뭐니 해도 잠이 최고입니다. 짜장면이 오면 얼른 먹고 다시 자리라 생각하며 커피물을 올려놓았습니다.
짜장면은 이내 왔습니다. 아직 어린 티가 나는 젊은이었습니다.
˝얼마지요?˝
내가 지갑을 꺼내는데 음식점 배달원의 눈빛이 수상했습니다. 그는 내 지갑을 훔쳐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그는 집 안도 한 번 쓱 훔쳐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릇은 대문 앞에 내 놔 주세요. 맛있게 드세요.˝
돈을 받고 나가면서도 그는 자꾸 나를 살폈습니다. 굉장히 배가 고팠는데도 나는 식욕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배달원 청년의 모든 것이 아무래도 수상했습니다. 그가 나가자 나는 황급히 현관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짜장면을 놔둔 채 커튼 뒤에 숨었습니다.
배달원은 뜰을 나가면서도 자꾸 우리 집을 살폈습니다. 아무래도 수상했습니다.
´분명히 도둑의 눈빛이야. 아까 집안을 살피는 것도 수상하고. 저것 봐 빨리 가지 않고 뜰 안도 살펴보네. 조심해야겠어. 앞으로는 음 식도 시켜먹지 말아야겠다. 집이 아름다우니까, 부자인줄 알겠지? 어리석은 놈!´
그가 나가면서 대문이 잠겼습니다.
짜장면은 맛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얼른 먹고 자려고 했지만 먹고 싶지도 않았고 잠도 올 것 같지 않았습니다.
현관문을 확인하고 다시 창문을 꼭꼭 잠근 후에도 집 안에 누가 있는 것 같은 꺼림칙함. 나는 다시 문단속을 했습니다. 몇 번이나, 밤이 깊도록.
이튿날 나는 늦잠을 잤습니다. 어제 그 이상한 배달원 때문에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야 간신히 잠이 들었습니다.
´내가 괜한 사람을 의심하는 건 아닐까? 교육자라는 사람이.´
자고 나니까, 어제의 조바심은 사라지고,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반찬거리를 사려고 대문을 열었습니다. 어제는 점심 겸 저녁을 짜장으로 떼웠지만 맛있는 반찬으로 일요일을 환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
하마터면 나는 소리를 지를 번 했습니다. 웬 젊은이가 우리 집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내가 대문을 열자 그는 당황한 몸짓으로 말했습니다.
˝어제 가져온 짜장 그릇을 가지러 왔는데요.˝
그가 더듬거렸습니다. 그는 어제의 그 젊은이었습니다.
˝여기 놓았잖아요.˝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매정스럽게 말했습니다. 손발이 떨렸지만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예......˝
그는 황급히 대문간의 그릇을 오토바이에 싣고 떠났습니다.
´분명이 우리 집을 노리고 있어.´
그는 사라지기 전에 힐끗 나를 보았습니다. 그의 눈길은 내 몸에서 소름으로 돋아났습니다.
´어쩜 그가 어디 숨어서 내가 집을 비우기를 기다리고 있을 지 몰라.´
나는 시장 가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눈부신 오월의 햇살이 가득한 우리 집 뜰. 그 안으로 들어서자 풀내나는 태양빛이 내 몸으로도 쏟아졌습니다. 나는 눈을 가리면서도 하늘을 보았습니다. 거기서 나는 아주 오래 전에 보았던 태양을 보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 태양에서 쏟아지던 빛… 그 빛을 온몸에 받고 나는 어느새 어린 소녀가 되어 있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와 나는 창가에 섰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쯤이었을까. 그 때가......
햇빛이 쏟아지는 창 밖은 어느새 내가 자란 시골집입니다. 삼천리 강산에 새봄이 왔구나......어린 나는 혼자서 공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옥순아, 잠깐 나갔다 올게.˝
사랑채에 사는 박 선생님 사모님이 소쿠리에 무엇인가 채워들고 나갔습니다.
나의 몸이 갑자기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기다린 기회인가. 나는 사모님이 나간 뒤를 바로 쫒아나가 대문 간에 몸을 숨겼습니다. 사모님은 얌전한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 나가고 있었습니다.
´됐다!´
나도 모르게 빙긋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때였어요. 얌전히 걸어가던 사모님이 뒤에서 지켜보는 눈길을 느꼈는지 획 등을 돌렸습니다.
나는 엄마야! 하며 집 안으로 뛰어들어 갔습니다. 가슴이 킁당킁당 뛰었습니다.
´기회는 지금 뿐이야!´
아버지와 어머니는 들에 가시고 동생들도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박선생님은 외동딸 명혜를 데리고 절에 가셨습니다.
나는 사랑채 장롱 밑 서랍에서 또로록, 또로록 나를 부르는 구슬들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중학교 선생님인 명혜 아빠가 학교에서 가져왔다는 그 구슬들. 소아마비 명혜가 몇 번이고 자랑하던 구슬.
명혜 아버지는 중학교 국어를 가르치는 데 적십자인가 뭔가하는 것을 맡고 있다고 있습니다. 그 구슬은 미국 사람들이 보내준 거래요. 아이들 나누어 주라고요. 학교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것을 명혜에게 주려고 가져온 거랬는데 주고 남은 것만도 서랍으로 가득이었습니다. 그 구슬들은 우리 나라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게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정말 꽃같고 보석같은 구슬들. 나는 명혜가 서랍을 열어보일 때마다 그것을 훔치고 싶어 몸이 달았습니다. 몇 개만, 몇 개만이라도 훔칠 수 있다면….
나는 사랑 채의 마루 문을 열었습니다. 마루 안은 문을 닫고 있어서인지 약간 어두었습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장롱 밑에 붙은 명혜의 서랍을 열었습니다. 아, 숨을 죽이고 있던 구슬들이 반짝거리며 나를 보았습니다. 나는 손을 넣어 한 웅큼 쥐었습니다.
˝옥순아!˝
˝?˝
나는 그대로 몸이 굳어 버릴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요?
˝너, 지금 거기 들어가서 뭐하니?˝
나는 온 몸을 떨며 꼼짝도 못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빨리 마당으로 나와 봐!˝
나는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눈이 부셔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너, 왜 거기 들어갔어?˝
소리는 바로 이웃집 울담 뒤에서 나고 있었습니다.
사모님이 간 곳은 바로 이웃 집이었습니다. 그 집에도 중학교의 선생님이 살고 계셨습니다. 구슬에 눈이 어두운 나는 사모님이 울타리담 구멍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햇빛 쏟아지는 마당에서 어린 소녀가 꾸중을 듣고 있습니다. 구슬을 집었던 손에서는 바짝 바짝 땀이 났습니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눈 앞에 보이던 어린 소녀의 모습을 지워 버렸습니다. 어째서 그 기억이 지금 떠오른 것일까요. 까마득히 잊었던 일입니다. 고맙게도 사모님은 그 일을 우리 집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 선생님의 얼굴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소아마비 외동딸을 위해 인형도 만들어 주던 자상한 아버지. 그 때 내가 훔치려고 했덛 그 구슬은 우리 나라에서 나는 그런 구슬이 아니라 미국에서 만든 보석같은 구슬이었습니다. 기와를 다듬어 구슬을 다듬던 남자 아이들을 나는 기억합니다. 기와를 깨고, 물을 부어 시멘트 벽이나 돌에 자꾸 문지르면 둥근 구슬이 됩니다. 그런 구슬로 구슬치기를 하던 시절에 그 집에는 요즘 보는 구슬보다 더 찬란한 유리 구슬이 있었습니다. 꽃같은 게 들어 있는 구슬. 구슬만이 아니라 풍선도 불기만 하면 터져버리는 그런 풍선이 아니라 불어도 불어도 터지지 않는 아주 질긴 풍선이 그 집에는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자 이상한 소문들이 떠돌아 다녔습니다.
˝그 구슬과 풍선 말야, 한국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미국 적십자 사에서 보내온 거래. 그 선생님이 학교에서 청소년 적십자를 담당하고 있었잖아. 애들 주라고 한 것을 모조리 집으로 가져온 거래.˝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훔쳐온 물건을 다시 훔치려 했던 겁니다.
지나간 일은 모두 아름답다고 하지만 내 기분은 밝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지나며 꽃을 흔들 때마다 향기가 퍼지고 있었지만 내 맘은 어두었습니다. 아, 왜 나는 구슬치기를 하던 사내 애도 아니면서 그 구슬을 훔치려 했을까요. 나는 소아마비 명혜가 늘 부러웠습니다. 그 애의 서랍에는 구슬과 풍선과 인형같은 것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나는 늘 그것을 훔치고 싶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사실입니다.
아주 꼼꼼하게 문단속을 하고 동생에게 부탁해서 개를 사온 것은 순전히 그 중국 음식점 배달원 때문입니다. 개를 기르면서 나는 서서히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막내 동생이 내 집에 문패를 달아 주었습니다.
개를 길러서인지 그 젊은이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중국 음식을 더 이상 시키지 않았습니다. 불쾌했던 그에 대한 기억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우산과 아이들의 일기장이 가득 든 쇼핑백을 들고 우리 푸른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내가 우리 골목인 느티나무 골목으로 들어설 때였습니다.
˝저......˝
나는 주춤했습니다. 낡은 우산을 쓴 젊은이가 내 앞길을 막았습니다. 그 동안 잊었던 그 젊은이었습니다.
˝왜요? 무슨 일이세요?˝
나는 쌀쌀하게 말했습니다. 강하게 밀어붙인 게 효과가 있었던지 그가 잠깐 주춤했습니;다.
˝저......˝
˝무슨 일이죠? 난 바쁜 데.˝
나는 여전히 쌀쌀하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 영호예요, 강영호. 선생님이 맞는 것 같은 데......오래 되어서...... 저 곧 군대가요.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서 그냥 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인사를 안 하고 떠나는 게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왔어요. 문패를 보고 제 눈이 맞구나, 했어요. 저 모르시겠어요? 은내국민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배웠어요.˝
˝은내, 은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꿈을 버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꿈이 자기를 찾아온다고 했어요. 잘 살겠다고 논밭을 팔아서 왔지만 우리는 고생만 했어요......˝
˝그래. 은내초등학교. 강영호. 도시로 간다고 온 식구가 떠났지. 졸업 을 며칠 앞두고. 그래, 근데 나를 너를 전혀 몰랐어. 눈 밑에 있는 점 도 그대로인데......˝
˝전 힘이 들 때마다 선생님을 생각했어요. 성공하면 꼭 찾아뵈려고 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들어가서 차라도 한 잔 하며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음식점 주인이 찾을거라며 그는 빗 속으로 떠나갔습니다.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제자를 도둑으로 의심했다는 마음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눈을 붙였는데 나는 조각난 기와가 되어있었습니다. 누군가 아주 큰 손이 나를 움켜 쥐어졌습니다. 그는 기와 조각이 된 나를 돌 위에 박박 문질렀습니다.
˝제발 그만 좀 해주세요.˝
그러자 나를 문지르던 그 큰 손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였습니다.
˝이렇게 거칠면 굴러가며 세상 여기 저기에 상처를 입히지. 더 다듬 고 다듬어서 가시같은 이 모서리를 없애야 해. 그래야 잘 굴러가는 구슬이 되는 거야.˝
어처구니 없는 꿈이었습니다. 도대체 그 꿈이 무엇을 뜻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보다 나는 영호가 떠나기 전에 따뜻한 식사라도 한 끼 먹여서 보내야 겠다고 생각하고 이튿날 저녁 중국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이미 떠나고 없었습니다.
쓸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며 나는 문득 꿈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요, 나는 아직 기와 구슬이 되지 못한 기와 조각입니다. 하마터면 날카로운 모서리로 그를 찌를 뻔한 기와 조각입니다.
´미안해. 다음 번에 만나면 기와 구슬이 되어 너를 기쁘게 맞고 싶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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