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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아버지요강 |  | |
| 이 동시집은 내용상 전부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처음은 주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중간은 자연의 이야기, 마지막 부분은 선생님의 자리에서 본 아이들이나 학교이야기이다. 책도 세 부분 제목이 각각 ´엄마 마중´, ´개구리´, ´학교 나무´ 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어른의 눈으로 이렇게 낮은 곳에 있는 작은 것들의 이야기를 하셨던 시인 임길택님에 대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제목만 보아도 ´새앙쥐´, ´개구리´, ´고마니 풀´, ´아침 새들´ 등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하찮은 것들을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시골에 살면서 매일 보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낮춰볼 수 있다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나 매우 축복 받은 일인 것 같다. 책은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이었다. 잔잔하고 고요했으며 그 속에서도 아기자기 하고 아름다운 슬픔이 배어 나와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이 글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순수한 어른이라면 아이들에게나 마찬가지로 가치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시를 보면 우선 분석부터 하려한다. 심상은 어쩌고.. 은유, 비유 등등.. 그러다 보면 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완전히 분석된 내용만이 머리 속에 남는다. 그러나 이 ´할아버지 요강´이라는 시집은 그냥 있는 그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꽃을 노래하고 있으면 그 속에서 꽃을 보고, 지렁이를 노래하고 있으면 우리도 지렁이를 보면 되는 것이다. 동시를 읽으면서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따져본다면 그것은 동시를 읽을 자격 박탈이다. 시인도 그렇게 썼겠지만 더군다나 그걸 읽은 우리가 일부러 엉터리 분석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문학에서의 비평이라는 것이 참 억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작가의 의도와는 빗나가게 되어서 결국 문학다운 맛을 잃게 되는 것 같다. 시를 읽으면서 한편 한편마다 어떤 영상이 떠오를 만큼 시는 매우 정적인 풍경을 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군데군데 등장하는 이태수님의 점묘화가 마치 머리 속에 영상이 하나 하나씩 점으로 찍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색이 없이도 점으로만 그려진 그림은 잔잔한 추억을 기억해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시의 내용을 흩트리지 않고 잘 그려낸 것 같다. 나의 마음을 제일 울렸던 시는 ´비오는 날´ 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창가에서 분위기를 잡으며 빗방울을 받아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이 시는 그 느낌을 언어만으로 그대로 전해주어서 읽기만 해도 그 간지러운 손바닥의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앞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나 뒤에 학교 아이들의 이야기 속엔 가난의 서글픔이나 삶의 고통들이 고스란이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왠지 모르게 쓰려왔다. 특별히 ´슬프다´, ´불쌍하다´ 라는 감정표현을 한 것도 아닌데 ´아버지´, ´엄마 마중´, ´ 할아버지와 농약´, ´영미의 손´, ´소풍날´ 등에는 묘사만으로도 그런 감정들이 느껴진다. 이 동시집은 아마 읽고나면 징그러운 지렁이도, 가난한 아이들도, 죽어가는 갈가마귀도, 기워입은 아버지의 일 옷도 그저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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