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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소년
일본 작가가 쓴 동화는 처음 읽어 보아서 그런지 일본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그림이 낯설었다. 책 겉표지에 그려져 있는 주인공 소년의 얼굴은 독특하다 못해 괴상한 분위기를 풍겼다. 수묵화를 그리는 것 같은 붓터치와 어울리지 않는 색깔의 배치 때문이었다.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이 색깔의 배치는 뒤로 갈수록 부드럽고 밝아진다. 분명 세상과 화홰하는 소년의 마음을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리라. 이야기는 까마귀 소년과 같이 학교를 다닌 것으로 추측되는 누군가가 소년의 얘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소년은 책의 그림으로 보아서는 몇 십년 전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지만 지금도 학급 어느 구석에 존재하고 있을 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는 다른 아이들이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누구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는 아이들에게 이름이 아닌 ´땅꼬마´로 불리며 소외당했다. 세상과 융화되지 못한 소년은 더욱 더 그만의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그렇게 시간의 틈에서 잊혀질 희미한 그의 존재를 발견한 것은 새로온 이소베 선생님이었다. 그는 소년의 특별한 능력을 알아채고 그가 주위와 융화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소베 선생님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뿐만 아니라 꽃 이름을 많이 알고 까마귀 소리를 훌륭하게 흉내낼 줄 아는 소년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년의 특별함을 외면하지 않고 그 속으로 들어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진정으로 소년을 이해하려고 했다. 형식적인 가르침이 아닌 선생님과 내면의 깊은 교감으로 소년은 땅꼬마가 아닌 까마귀 소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소년의 능력은 어찌보면 쓰잘데없는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아이들에게는 없는 소년만의 특별함이었고 이소베 선생님은 그 특별함을 인정하고 이해해주었다. 그러한 이소베 선생님을 보며 나는 진정한 교육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말을 이끌고 돌아가는 까마귀 소년의 모습에서 처음 느껴졌던 차갑고 어두운 느낌이 아닌 밝고 따스한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 결국, 소년의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것이 뭐 어떠하겠는가. 사람들에게는 분명하게 ´까마귀 소년´이라 기억되고 있었으니까..


by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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