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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소리네집꽃밭 |  | |
| 오소리 한 마리가 숲에서 무언가를 빼꼼히 쳐다보는 뒷모습이 우리의 눈에 처음 들어온다. 오소리가 바지를 입었는데 바지에 새겨진 무늬가 동물의 발자국 모양인지, 꽃의 형태를 보연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한 장을 넘기자 오소리의 크기, 형태, 번식방법등 오소리 특징의 전반에 관한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동화의 내용과는 별로 상관이 없을 듯한데... 새로운 형태가 제시되어 신선하기는 하다. 회오리가 부는 모습을 먹을 머금은 붓으로 원을 거칠게 그리고 거기에 몇 가지 물감 색을 더 입혀 우리의 눈을 마치 회오리가 부는 것을 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아무튼 회오리가 부는 날 잿골 오소리 아줌마는 불어오는 회오리 바람에 데굴데굴 날려 갔다. 회오리에 휩싸여 날아가는 모습도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40리나 떨어진 읍내 장터까지 가서 가까스로 멈춘 오소리 아줌마. 그 곳에서 사람들이 온갖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을 보았지만 사람들에게 잡힐 것을 염려하고 얼른 달아난다. 읍내 장터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이 왁자지껄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신발을 구경하는 사람들, 반바지를 들춰보며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 켠에서는 장사가 되지 않아 인상을 쓰고 있는 아주머니 등 시장에서 연상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를 시끌벅적한 시장통에 와 있는 듯하게 한다. 집을 찾아가는 길에 발견한 학교, 그 속에는 예쁜 꽃밭이 있었다. 오소리 아줌마가 이름조차 모르는 꽃들까지 피어있다. 예쁜 꽃밭을 본 아줌마는 자신도 예쁜 꽃밭을 만들 것을 결심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오소리 아저씨와 함께 꽃밭 만들기에 돌입하지만, 집 주위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꽃 때문에 꽃을 쪼지 않고는 꽃밭을 만들 수가 없었다. 제대로 살펴보니 집둘레엔 온갖 꽃들이 피어있는 자연 그대로의 꽃밭이었다. 이른 봄부터 진달래랑 개나리랑 늦가을 산국화까지 피고 지고 또 피고. 겨울이면 하얀 눈꽃까지 피니 그 이상의 꽃밭은 없었던 것이다. 오소리 아줌마와 아저씨의 즐거운 웃음으로 끝을 맺는다. 답답한 도시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교외로 나오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의 손길은 도사리고 있다. 인간의 손을 거쳐가지 않은 것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또 경치가 좋다고 느끼는 것들도 꾸며진 것임을.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권정생 선생은 자연 그대로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것을 느끼는 것은 무척 어렵다. 산으로 가서 강으로 가서 그것에 취해 버리고 싶었지만 20초반의 나이에는 걸맞지 않아서인지 어쨌든 내게 있어 버거운 일이었다. 그것을 느끼기엔 시간이 필요하겠지. 먹을 이용한 듯한 선과 꽃을 형상화한 색채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데 적합한 기법이다. 그리고 오소리의 익살스런 표정과 농촌 부부처럼 느끼게하는 오소리 부부는 더욱 정겹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by 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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