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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일본을왜곡하는가 |  | |
| 몇 년 전 <일본은 없다>라는 용감무쌍한 책을 읽고 충격 받은 적이 있다. 이면을 바라보려는 진지한 노력 없이 저자가 자신의 피부에 닿은 느낌과 눈에 들어온 그대로만을 글로 옮겨 책을 내다니.... 그게 그 책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이었다. 그처럼 쉽게(?) 책을 낸다면 누군들 책 한 권 못내랴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전 몇 해 동안 일본에서 살며-아버지 직장 일로 가족과 더불어 오사카에서 4년간 살았다- 내가 직접 만나고 체험했던 일본과 일본사회는 그처럼 단순하게 이야기할만한 대상이 아니었기에 그 충격은 더했던 것 같다. 내가 직접 만나본 일본과 일본인의 모습은 이전 20여년 계속됐던 나의 왜곡된 일본관-부정적인 이미지로 일관하는-을 일시에 깨트려버릴 만큼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굳이 비유하자면 고등학교 때까지 극단적인 반공교육을 받아오다 대학에서 그와 상반된 시각을 보이는 사회과학 서적을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더불어 한일간의 문제도 이전처럼 옛날 이야기 속 선악구도처럼 단순히 생각할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었다. 얼치기 유학생으로 일본을 경험했던 나의 눈에도 일본은 그토록 복잡한 생각들을 일으켰었는데,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하는 의무를 갖고있는 언론인이, 더구나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라 할 수 있는 방송사 특파원이 어쩌면 그토록 단순한 사고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단순논리가 뻔히 보이는 그런 책이 한참 동안이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라니.... 이런 답답한 심정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속 시원히 그를 비판하는 글이나 책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드디어 이 책 <누가 일본을 왜곡하는가>를 만났다. 저자는 <일본은 없다>뿐만 아니라 기록적인 판매고를 기록했던 김진명의 반일소설들, 우리 나라 전국민의 분노를 몰고 왔던 ´쇠말뚝´사건이나 ´구총독부건물 철거´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가 다 우리의 ´왜곡된 일본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통렬한 비판을 해댄다. 때로는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가 들이미는 비판의 칼은 한번도 무디게 지나가는 법이 없다. 오랫동안 한편에 치우친 시각에 익숙한 보통 사람들로서는 저자의 (때로는 과격하게까지 보이는) 비판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토록 우리의 ´왜곡된 일본관´ 역사가 뿌리깊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기는 일본의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일본을 긍정적으로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양국의 국민성도 완전히 딴판인 데야.... 저자도 ˝한국인의 기질은 일본인들에게는 버겁고 일본인의 기질은 한국인에게는 이해되기 어렵다˝며 한일간을 ˝부부였다면 성격차이로 이혼할 가능성이 많은 부부˝에 비유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에 대한 접근을 포기하고 편견만을 되새길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을 왜곡하는 일이 실은 우리 자신을 왜곡시키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문화를 보는 데는 균형 잡힌 감각과 객관적인 태도가 필요하리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방적인 자세는 곤란하다. 그건 왜곡된 시야를 불러일으켜 편견을 낳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을 이야기할 때는 그런 당연한 자세를 지켰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이 책 <누가 일본을 왜곡하는가>가 나왔으니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쉽지 않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저자 박유하 교수와 더불어 우리의 일본관을 지금부터라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아야할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처럼 ˝한 나라가 완전한 백조거나 흑조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순하고 순진한 발상˝에서 벗어나 ˝지혜로운 눈으로 타자를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한국인들˝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by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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