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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밍아웃 |  | |
| | 솔직히 말해 내가 처음 동성애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동성애자들은 어떻게 섹스를 하는 지가 가장 궁금하였다. 어떻게 성적 만족을 느끼게 되는 지, 누가 여자역할을 또는 남자 역할을 하는 지 그런 일들 말이다. 남녀 관계에서는 들어가고(?) 나옴(?)이 있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이 되는데, 들어감만 있는 사람들끼리는, 나옴만 있는 사람들끼리는 어떻게 그걸 할 지, 왜 그런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좋아하는 지가 젤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기가 그렇기 쉽지 않았다. 왜냐면 이런 질문을 하기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을 하면 나를 꼭 섹스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취급할까봐였다. 이런 질문을 하면, 동성애자는 섹스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예요.‚ 라고 말할까봐 겁나서였었다. 동성애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가보거나, TV에서 하는 동성애에 관한 토론을 관심있게 지켜보기도 했지만,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받은 인상은, 모두들 본론을 말하고 있다기 보다는, 길고 현학적으로 포장된 서론만을 끝없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커밍아웃˝이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것은 정말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로소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되어 매우 기쁘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질문을 너무나도 정당한 것으로 느끼게 만들어 준, 이 책의 태도에 감사한다. 어리석은 질문이란 없다고 말하는 이 책은, 실제로 상당히 ˝어리석게˝ 들릴 수도 있는 질문들에 대해, 이제껏 찾아보기 힘든 진지한 답변으로 질문자의 붉어진 얼굴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어리석은˝질문을 가졌던 나에 대해 이제는 자부심까지 들 정도이다. 질문은 관심의 표현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에 대해 알고싶을 때 우리는 질문을 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당신은 나비수집을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은가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가 실제로 궁금해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 사실 입을 다물고 있을 때가 많다. 이것은 따지고 보면 답을 줄 사람의 진지성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내가 ˝당신은 나비수집을 하나요?˝라고 물어보았을 때, ˝뭘 그런 것을 물어보나요?˝하는 답변을 얻을까 두려워서이다. 이런 회의적인 태도가 사람들간의 진지한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은 동성애와 동성애자,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삶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시원한 답들을 주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추천하게 된 더 큰 이유는, 이 책이 길고 지루한 ˝아빠는 뭐하세요?˝류의 서론같은 건 치워버리고 바로 더욱 중요한 문제로 들어가는 태도를 가르쳐주었다는 것이다. 어떤 질문도 따뜻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찌들은 회의주의에 반하는 진지함을 모두에게 내열어 보였주었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던 많은 질문들을 깨우고, 더 나아가 거기에 날개를 달아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이 책을 통하여 얻게 되었다. 세계는 크게 두 부분, 나와 나와는 다른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세계를 사는데 중요한 지침들을 일깨워 줄 뿐 아니라, 이런 세계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축하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 기획한 컴투게더, 번역/감수한 이형석씨, 그리고 박영률 출판사에게 모두 감사드린다. 반포의 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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