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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망이론 |  | |
| 작년 이맘때 라캉의 책을 몇 권 본 적이 있다. 그는 일찍이 R. 야콥슨이 밝힌 언어의 환유와 은유 구조를 원용하여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설명한다. 무의식은 언어가 구조짓는다는 것! 존재의 근원을 밝히는 일은 그러니 언어에 달린 것이라 해도 무방하겠다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저 깊은 속내를 기호(언어)의 운용 원리로써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경이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헤겔이 <<정신현상학>>에서 보인 바 있는 정신의 발전 과정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했다. 이 과정이 갖는 요체가 바로 ´시간´이라 할 터인데, 여기에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예술장르가 소설이나 영화, 연극, 요즘 인기인 컴퓨터 게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침투하여 시시각각 변하면 안 되는 언어 운용원리가 환유라고 본다면, 이에 가까운 예로 소설이 가장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난 도서관에 가서 야콥슨의 <<일반 언어학 이론>>(권재일 역, 민음사)을 뒤졌다. 역시 그도 환유를 소설에 은유를 시에 어울린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인접성의 원칙으로 끊임없이 운동하는 것, 그것이 환유라면 이 운동의 과정은 시간의 맥락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 그러니 서사란 이 시대의 의미망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인간의 주체 형성은 곧 서사 과정이다. 인접성의 원리인 환유를 떠올려보면 인간의 주체형성은 끊임없는 환유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은 누구나 시간의 질서를 통해 자신의 주체를 형성해간다는 점을 말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타자를 욕망하며 자신의 이전 기표를 버리고 다른 기표로 환치한다. 그런 운동의 과정이 바로 주체형성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라캉은 이를 언어가 무의식을 결정한다는 말로써 압축해버렸다. 서사는 그러므로 존재의 성숙, 곧 교육의 가능성을 다분히 지닌다. 떳떳한 주체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 교육이라 할 수 있다면, 문학교육에서 서사적 심미체험은 곧장 인간성 교육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준다. 그래서 이 시대에 문학교육 나아가 교육은 서사양식에 더욱 주목하게 한다. 내가 문학교육을 연구하는 학도로서 관심을 한층 더 재고하게 한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나에게 여전히 의미 깊은 대상이다.
by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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