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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이야기는어떻게만들어지는가 |  | |
| 이토록 많은 가족 관련 소설들이 있었는지 지각하지 못했었다. 읽으면서도 그것이 가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텍스트 그 자체에만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안에 존재하는 진짜 핵심을 놓치는 독서를 하고 있었지 않나 싶다. ‘가족’은 이중적 의미를 지니는 아주 묘한 단체이다. 온갖 따스함과 정으로 포장된, 궁극적으로 지켜져야만 하는, 모든 이들이 추구하는 곳임과 동시에, 구성원들의 권력 차이로 인한 지배와 억압에 대해 어떠한 반항도 허용치 않는 파시즘의 결정체. 최근 후자의 의미에서 가족을 조명하고 있는 움직임들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의 위기 등, 안정성에 대한 추구가 필요한 시점이면 강조되는 제 1의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국가와도 동일시 되며,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이기 때문에 지켜져야만 하는 당위성마저 지니는 너무도 강력한 조직인 듯 하다. 지난 97년 IMF, 유난히도 무너진 아버지들의 상에 대한 조명의 움직임이 잦아 보였던 건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책 역시 전후소설들에서 보여지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위기시에 보여지는 가족으로의 회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가족문제 자체에 대한 시각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작가는 이것이 결코 여성들만의 문제는 아님을 이야기한다. 공적이고 외적인 일은 남성의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가족에 대해서만큼은 여성 고유의 것으로 치부되어지는, 그러면서도 언제나 그 위에는 남성이 군림하는… 그 구조적 모순에 대한 터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이고도 직접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 이는 ‘가족’을 다루고 있는 텍스트에 대한 분석에만 머무르고 있는 듯 해 보인다. 비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석의 대상이 되는 작품들이 1차적으로 읽혀져야만 한다. 그러지 않은 이들은 아무리 좋은 비평을 읽어도 그 비평이 지니는 가치에 다가감이 어려울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요소를 다분히 지니고 있다. ‘가족 이야기’ 란 결코 텍스트상에만 존재치 않는다.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족이야기들 속에서 우린 텍스트에서 보다 더 많은 이데올로기 갈등을 엿볼 수 있으며, 그에 대해 우리는 분명 문제제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위기시 어머니의 이름으로 억척스러움을 요구 받았던 여성, 하지만 평상시에는 가녀린, 그래서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며 남편에게는 한없는 순종만을 해야 하는. 남녀평등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는 가부장제에 기반한 사회이기에 그에 대한 논의가 있었더라면 보다 살아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싶다.
by 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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