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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금이 있던 자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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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드라마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정말로 인상깊게 본 드라마라면 매우 오래도록, 남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기억한다. 이게 드라마였는지 영화였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인데, 주말에 학교가 일찍 끝나고 집에 갔을 때 텔레비젼에서 한 화면이 나왔다. 어여쁜 한 아가씨가 자신의 고향에 오랜만에 찾아가서 반갑게 아버지를 만나고,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이었다. 실은 그 어여쁜 아가씨는 유부남과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 유부남은 어여쁜 아가씨에게 도망가자고 제안했고, 어여쁜 아가씨는 착하고 여린 마음씨 때문에 쉽게 승낙을 못 하고 고향으로 잠시 그에게서, 현실에게서 도망쳐 온 것이다. 그 어여쁜 아가씨는 고향 땅을 밞으며 어느새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옛날, 어여쁜 아가씨가 어렸을 적에 집에 새로운, 역시 어여쁜 한 여인이 찾아온다. 어머니와 달리 얼굴이 뽀얗던 그 어여쁜 여인때문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시지만, 어린 아가씨는 사실 그녀의 오빠들처럼 그 어여쁜 여인이 밉지가 않았다. 몰래 분도 발라보기도 하다가, 어느새 어여쁜 여인과 양치질도 같이 하게 된다. 그 어여쁜 여인은 양치질을 참 많이 했고, 어린 아가씨의 잘못된 칫솔질을 바로 잡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날 어린 아가씨는 보게 된다. 아버지의 발을 씻어 주는 어여쁜 여인의 얼굴을 보며 행복해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말이다. 후에 어린 아가씨가 어여쁜 아가씨가 됐을 때도 아버지의 그렇게 행복해 하시던 모습을 아가씨는 볼 수가 없었다. 결국 어여쁜 여인은 집을 나가게 되고, 마지막으로 양치질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어린 아가씨는 그녀가 울고 있단걸 느끼게 된다. 집을 떠나던 여인은 떠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같이 살지 말라고......˝하지만 어느새 어여쁜 아가씨가 되버린 어린 아가씨는 그 어여쁜 여인과 같은 모습을 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기억하는 화면에 나왔던 내용은 여기가 끝이다. 결론은 어떻게 된지 모른채 그렇게 지내다가 난 우연히 새벽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라디오소설이란 프로를 듣게 됐다. 그 곳에서 내가 아는 똑같은 내용이 나왔고, 난 그게 바로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곧바로 소설을 읽어 보았고, 난 그 쓸쓸한 결말에 가슴이 아련해 지는 걸 느꼈다. 이전까지는 불륜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이었던 내게 그것이 불륜이라고 이름지어졌을 뿐 정말 진실된 사랑이라면 어떻게 해야할지가 심각한 고민으로 다가왔다. 결혼이라는 약속에 대해서 책임감을 져야하는 이성적인 측면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가족의 아픔은 감수한 채 사랑을 따르는 감성적인 측면 어느 하나에도 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는 고정적인 사고 방식에서 좀 더 상대방을 이해하고 고민할 수 있게 기회를 준 작품이었다.
by 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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