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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느님의 저울 / 권용철 |  | |
| 하느님의 저울
<<<<<<권용철>>>>>>>>
경북 안동 출생
지은 책; <<하얀 물새의 꿈>> << 내 어머니 흰 아침나라>>
<<마음나라 여행>>
소나기가 그치고, 서쪽 하늘에 고운 무지개가 섰어요.
˝야! 다리가 놓였군요!˝
˝이때를 놓치면 안 돼!˝
넋들은 앞을 다투어 무지개가 선 곳으로 뒤엉겨 달려갔어요.
무지개는 땅나라와 하늘나라를 잇는 다리거든요.
넋들은 이 무지개 다리를 타고 하늘나라로 돌아간대요.
그렇다고 모든 넋들이 다 하늘나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니예요.
하늘나라로 가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또,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항상 하느님이 이상한 저울을 앞에 놓고 앉아 계셨어요.
하느님은 넋들이 가지고 온 것을 그 저울에 달았어요.
그래서 물건의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넋만 하늘나라로 들여보냈어요.
˝내가 먼저 올라가야 돼!˝
커다란 그림자 왕관을 쓴 넋이 다른 넋들을 밀치며 소리쳤어요.
그 소리에 놀라 다른 넋들이 몸을 움츠리며 길을 비켜 주었어요.
그림자 왕관을 쓴 넋은 땅나라를 여행할 때 임금님이었거든요.
임금님은 땅나라에서는 언제나 왕관을 쓰고 있었어요.
잠을 잘 때도 왕관을 벗지 않았어요.
그것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무척 컸어요.
한 번 소리를 지르면 온 나라가 천둥치는 것처럼 쩌렁쩌렁 울렸어요.
백성들은 이 소리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깜짝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눈들이 모두 토끼처럼 동그랗게 되었어요.
˝땅나라를 여행할 때 임금님이었으니까, 하늘나라에 가서도 임금님 대접을 받아야지.
하느님의 저울에 내 왕관의 무게가 제일 많이 나갈 거야.˝
그림자 왕관을 쓴 넋은 맨 앞에 서서 무지개 다리로 올라가며 뽐내는 듯 빙긋이 웃었어요.
˝그렇지 않소. 내가 제일 먼저 올라가야 되오. 내가 가진 것의 무게가 더 무거우니까,
당신은 땅나라에서나 임금님이었지 하늘나라에서는 임금이 아니잖소?˝
한 넋이 그림자 왕관을 쓴 넋을 재빨리 쫓아가며 소리쳤어요.
많은 넋들이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길을 비켜주며 구경만 할 뿐이었어요.
그 넋은 무엇이 가득 든 그림자 부대를 잔뜩 가지고 있었어요.
˝무엇을 가지고 있기에 내 왕관보다 더 무겁다고 떠드시오?˝
그림자 왕관을 쓴 넋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어요.
˝돈이오! 이 부대들 속에 든 것이 모두 돈이란 말이요!˝
그림자 돈을 잔뜩 넣은 부대를 짊어진 넋이 뻐기며 말했어요.
그 넋은 땅나라를 여행할 때 큰 부자였거든요.
그 사람은 돈만 알았어요.
그것도 농부가 농사를 짓듯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니었어요.
그는 못된 꾀로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면서 나쁜 방법으로 돈을 모았어요.
˝흥! 돈? 내 왕관이 그것보다야 훨씬 무겁고 값지지.˝
그림자 왕관을 쓴 넋이 비웃는 것처럼 쓴 웃음을 짓고 나서 큰소리로 말했어요.
그러자 그림자 돈을 짊어진 넋이 더 큰 소리로 말했어요.
˝그렇지 않소! 돈이 제일이오! 돈을 많이 가지고 가는 나만이 하늘나라로 들어갈 수 있소.˝
그림자 돈을 가진 넋이 큰 소리를 치며 그림자 왕관을 쓴 넋을 뒤에서 잡아 당겼어요.
˝이거 놓지 못하겠소!˝
그림자 왕관을 쓴 넋은 그림자 돈을 가진 넋이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을 뿌리치며 눈을 부라렸어요.
그 밑에는 많은 다른 넋들이 저마다 무게가 나갈 만한 것들을 가지고 서로 먼저 가려고 아우성을 쳐댔어요.
그 중에는 땅 나라에서 많은 벼슬을 한 넋도 끼여 있었어요.
그는 자기의 머리 위로 많은 벼슬 이름을 쓴 그림자 팻말을 쳐들고 있었어요.
맨 뒤에는 봄비가 온 뒤, 밤하늘에 반짝이는 샛별처럼 푸르게 빛나는 어린 넋이 조용히 뒤따라가고 있었어요.
˝넌 뭘 가지고 가니?˝
그림자 이름을 쳐들고 가던 넋이 맨 뒤에서 다른 넋들을 쫓아가는 어린 넋에게 물었어요.
˝그림자 풀꽃요˝
어린 넋은 들고 있던 작은 그림자 풀꽃을 힘없이 들어 보였어요.
˝뭐,그림자 풀꽃?˝
그림자 이름을 쳐들고 가던 넋이 어이없다는 듯이 되물었어요.
어린 넋은 힘겹다는 듯이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어린 넋의 표정은 더없이 밝았어요.
˝가엽어라! 넌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겠구나.
네가 가지고 가는 그림자 풀꽃의 무게가 조금밖에 나가지 않을 테니 말야. 내가 가지고 가는 것을 조금 떼어 줄까? 내건 무게가 많이 나가니 네게 좀 주어도 얼마든지 하늘나라에 들어 갈 수 있어.˝
그림자 이름을 잔뜩 쳐들고 가던 넋이 이름 하나를 뗴어주려고 했어요.
˝고맙긴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제가 땅나라를 여행할 때 얻은 작은 그림자 풀꽃 하나만 가지고 가겠어요.˝
어린 넋은 들고 가던 노란 그림자 풀꽃에 입을 맞추며 대답했어요.
어린 넋은 땅나라를 여행할 때, 눈이 크고 말이 없는 착한 아이였어요.
아이는 어느 날 풀밭에서 나비를 따라다니며 놀고 있었어요.
나비는 아이가 쫓아가면 술래잡기를 하듯이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달아났어요.
그런데 기침을 하며 나비를 쫓아다니던 아이가 그만 풀꽃하나를 밟고 말았어요.
˝아이 가엾어라!˝
아이는 쓰러진 풀꽃 옆에 쪼그리고 앉아 풀꽃을 바로 세워 주었어요. 그러나 줄기가 부러졌기 때문에 풀꽃은 곧 다시 쓰러졌어요.
˝언제까지나 네 친구가 되어줄게˝
아이는 잠시도 풀꽃 옆을 떠나지 않았어요.비가 내렸지만 그대로 있었어요.
저녁나절이 되자 슬프게도 풀꽃은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바로 그날 밤이었어요.
풀꽃 옆에서 심한 기침을 하던 아이도 풀꽃을 따라 눈을 감고 말았어요.
어린 넋이 지금 자기가 밟아 죽은 풀꽃을 들고 하늘나라로 가는 건 이 때문이지요.
드디어 넋들은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입구에 이르렀어요.
무지개 다리 끝에는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어요.
바로 하느님이었어요.
하느님 앞에는 큰 저울이 놓여 있었어요.
´누구 게 제일 무거울까?´
넋들은 저마다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맨 먼저 그림자 왕관을 쓴 넋이 으스대며 하느님 앞으로 나아갔어요.
˝보나마나 내 왕관의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갈거요.˝
그림자 왕관을 쓴 넋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기가 쓰고 있던 왕관을 저울대 위에 턱 올려 놓았어요. 옆에서 보고 있던 넋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저울이 가리키는 눈금을 바라보았어요. 저울의 눈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많이 나갔을까요?
아니예요.
구경하던 넋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고작 두서너 눈금밖에 가리키지 않았어요.
왕관을 가지고 왔던 임금님 넋은 울상을 지었고, 구경하던 넋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렸어요.
다음에는 돈을 잔뜩 가지고 온 넋이 저울대 앞으로 갔어요.
˝내 것이 더 무겁지.˝
그 넋은 한껏 으스대며, 그림자 돈이 든 부대들을 저울대 위에 올려놓았어요.
넋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죽이며 저울의 눈금을 바라보았어요.
이번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무게가 많이 나갔을까요?
아니예요. 그림자 왕관보다도 오히려 무게가 적게 나가는 것이었어요.
˝하느님! 이 저울 고장 난 것 아니예요?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어요!˝
그림자 돈을 가지고 왔던 넋은 얼굴을 찡그리며 저울을 탕탕 두드렸어요.
˝그렇지 않아.이 저울은 정확해!˝
하느님은 저울이 틀림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어요.
뒤이어 다른 넋들도 제각기 가지고 온 것들을 차례로 저울대 위에 올려놓았어요.
하지만, 그것들도 얼마 나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어요.
마지막으로 어린 넋이 앞으로 나아갔어요.
˝네 건 달아 보지 않는 게 좋을 걸.˝
˝무게가 전혀 나가지 않겠는데.˝
˝그것도 무게가 나간다고 가지고 왔나?˝
구경하던 넋들이 하나같이 어린 넋을 비웃었어요.
그러나 어린 넋은 묵묵히 걸어나와 하느님 앞에 이르자 눈을 감고 기도를 드렸어요.
하느님은 사랑스런 눈길로 기도를 드리는 어린 넋의 모습을 바라보셨어요.
어린 넋은 기도가 끝나자, 작은 그림자 풀꽃을 저울대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어요.
˝아니!˝
저울을 바라보던 많은 넋들이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눈을 휘둥그렇게 떴어요.
저울의 침이 눈깜짝 할 사이에 한 바퀴나 휙 돌았거든요.
˝왕관이나 돈부대의 무게보다 저 조그만 그림자 풀꽃의 무게가 더 무겁다니? 이상한 저울이야!˝
넋들은 한참 동안이나 떠들며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어요.
˝길이 길이 행복할지어다.˝
하느님은 어린 넋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리고는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문을 활짝 열어주셨어요.
다른 넋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어린 넋을 바라보았어요.
어린 넋은 그림자 풀꽃을 들고 가장먼저 하늘나라로 들어갔어요.
하늘나라에는 밤이 없었어요. 언제나 햇빛이 밝게 빛났어요.
공기는 꽃내음처럼 향기로웠어요.
풀숲에는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고 나무에는 탐스런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땅나라에서 눈을 감았던 어린 넋이 다시 살아난 것이었어요.
그림자 풀꽃이 다시 살아난 것은 물론이지요.
정말로 땅나라에서도 생각도 할 수 없는 평화스럽고 행복한 하늘나라였어요.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들은 무엇 때문에 가장 가벼운 그림자 풀꽃을 가지고 간 어린 넋이 제일 먼저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생가하세요?
네,그건 사랑이에요.
사랑은 참된 사랑은 무슨 일이라도 이루어지게 하는 아주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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