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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바다와 소년 외.... / 이케다 다이사쿠 |  | |
| 푸른 바다와 소년
이케다 다이사쿠
아키코와 히로시는 파도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낯선 땅에 와서 처음 맞는 아침입니다. 아버지의 일자리를 따라 가족이 모두 이 섬에 와서 살게 된 것입니다.
푸른 나무의 그림자가 금빛 모래 위에 무늬를 그리고, 바다 냄새를 실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리고 꽃들은 춤추는 나비보다도 더 아름답게 피어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
아키코가 바다를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그러자 오빠 히로시가 말했습니다.
˝친구들이 있으면 좋을 텐데.˝
친구를 사귀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섬사람들의 말은 알아 듣기 어려웠고, 수줍어하는 섬 아이들은 남매와 사귀기를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키코와 히로시는 매우 외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파블로라는 소년이 놀러 왔습니다. 파블로는 언제나 쾌활하고, 즐겁게 노는 아이였습니다. 자기가 사는 이 섬 마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 아이는 남매에게 섬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파블로는 아키코와 히로시에게 해적들이 배를 타고 와서 보물을 감추고, 코코넛과 과일을 따먹었다는 곳을 보여 주었습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바위에 가느다란 청록빛 틈새를 만들며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광경도 보여 주었고 카누를 젓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어느 날 파블로는 아키코와 히로시에게 바닷물 위로 불쑥 뒤틀린 머리를 내민 채 붉게 녹슨 엄청나게 큰 쇠붙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것은 파도에 시달리며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난파선이었습니다. 그 위로는 바닷새가 울며 날고 있었습니다.
˝저건 무슨 배일까?˝
아키코가 말했습니다.
˝기분이 나쁜데...˝
˝글세, 뭘까?˝
파블로도 몰랐습니다.
˝할머니께 여쭤 봐야겠어. 우리 할머니는 옛날 일은 무엇이든지 잘 알고 계시니까.˝
파블로는 아키코와 히로시에게 바닷가의 꽃들보다 더 아름다운 빛깔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얕은 바다를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바다는 언제나 푸른 줄로만 알았어.˝
히로시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기 좀 봐! 보라색도, 초록색도 보이네! 저기 저 짙은 푸른색 줄무늬가 보여?˝
˝저건 해류라는 건데, 바다 속의 강이래. 하지만 조심해야 해.˝
파블로가 말했습니다.
히로시는 바다에도 육지에서처럼 강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습니다.
그 강들은 온 세계의 바다에서 힘차게 흐르고 있습니다.
어느 날 해질 무렵, 파블로는 두 남매를 바닷가로 데려가서 참으로 굉장한 광경을 보여 주었습니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 햇살을 받으며 등이 둥근 이상한 동물들이 떼를 지어 모래 위를 엉금엉금 기어다녔습니다.
˝바다 거북이야.˝
파블로가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야, 이상한 동물이다! 어째서 여기 있는 거지?˝
아키코가 숨을 죽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디서 온 걸까?˝
˝멀고 먼 바다에서 오는 거야.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 오는데, 몇 백만 년 동안 언제나 그랬대. 할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
이튿날, 언제나 먼저 바닷가에 나와 남매를 기다리곤 하던 파블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매는 계속 기다렸으나 끝내 파블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매는 혼자서 낚시하고 있는 파블로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는 반가워하는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이젠 너희와는 안 놀 거야. 할머니한테서 난파선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전쟁 때 너희 나라 사람들이 여기 와서 무슨 짓을 했는지 가르쳐 주셨어.˝
˝우리 나라 사람?˝
˝그래, 너희 나라 사람이 우리 섬을 어떻게 공격했는지 아니? 너희들은 ´적´이야! 난파선은 너희들 나라의 것이래. 가라앉아서 고소해!˝
˝파블로 같은 친구는 필요 없어. 우리가 그의 적이라면, 그는 우리 적인 거야!˝
˝하지만 난 파블로와 친구가 되고 싶어.˝
아키코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오빠, 어디 가는 거야?˝
˝카누를 타고 바다로 나갈 거야.˝
˝혼자서?˝
˝어때서? 느림보 바다거북도 몇 백만 년 동안이나 먼 바다를 돌아다녔어.˝
아키코는 줄무늬진 바다를 향해 카누를 저어 가는 오빠를 불안스레 바라보았습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먹구름이 몰려오고, 곧이어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얕은 바다의 초록빛 물이 짙은 푸른색으로 변했습니다. 하늘이 컴컴해졌기 때문입니다. 히로시는 바닷가로 되돌아가려고 힘껏 노를 저었습니다. 그러나 바다 속에서 무엇인가 카누를 끌어당기는 듯 자꾸 바다 한가운데로 끌려갑니다. 사방에서 산처럼 큰 파도가 출렁거리고 부서진 파도가 히로시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갑자기 카누가 삐걱거리더니 마침내 부서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히로시! 여기야! 이리로 헤엄쳐 와!˝
언제 나타났는지 파블로가 소리쳐 히로시를 불렀습니다.
히로시는 간신히 파블로의 카누로 헤엄쳐 갔습니다.
두 소년은 있는 힘을 다해서 노를 저었지만 육지에서 자꾸만 멀어져 갔습니다. 두 소년은 곧 지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보라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고, 추위 때문에 몸이 으스스 떨렸습니다. 이제 육지는 아무 데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가 파도 사이로 사라져 버리는 커다란 물체가 있었습니다. 혹시 잘못 본 것은 아닐까? 아, 역시 배였습니다!
˝저 배는 우리를 못 보았을 거야!˝
히로시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바로 그때 솟구치는 파도가 두 소년을 그 뱃전 가까이로 밀어올렸습니다.
그러자 햇볕에 그은 늠름하고 힘찬 커다란 손이 흠뻑 젖은 두 소년의 머리를 붙들었습니다!
두 소년을 먼 바다로 밀어낸 것은 해류였다고 소년들을 무사히 집에까지
데려다 준 선장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해류 덕택에 우리 조상들의 작은 배들이 온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거지. 그래서 사람들은 세계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게 된 거란다.˝
˝그럼 파블로의 조상과 우리 조상이 옛날에는 같은 곳에서 살았을지도 모르겠군요?˝
아키코가 물었습니다.
˝형제간인지도 모르겠는걸!˝
˝그래서 히로시가 위험할 때 도와주려고 내가 카누를 저어 갔는지도 몰라.˝
파블로가 말했습니다.
˝형제끼리 어떻게 적이 될 수 있겠어?˝
˝옳은 말이야. 아무도 적이 될 수 없어!˝
히로시가 말했습니다.
˝우리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오직 바다 뿐이야.˝
˝사람들은 때때로 그걸 잊는단 말이야.˝
선장은 슬픈 듯 말했습니다.
선장도 파블로의 할머니처럼 전쟁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걸 잊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나 아키코도, 파블로도, 히로시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세 아이는 바다와 선장이 가르쳐 준 것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선장이 다시 배를 타고 떠나는 날, 세 아이는 바닷가로 나가 손을 흔들어 전송했습니다. 파블로와 두 남매는 서로 미워하는 사이가 아니라 이제는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같은 푸른 바다를 건너는 항해자니까요.
그날 밤 바닷가에는 알을 깨고 나온 수많은 아기 바다거북들이 달빛을 받으며 아기작아기작 바다를 향해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시 해류를 타고 항해해야 하는 바다거북의 일생의 시작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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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이케다 다이사쿠
전쟁이 일어나자, 평화스러운 마을에 비행기가 폭탄을 떨어뜨리고 지나갔습니다. 집과 나무들이 부서지고 불타 버렸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무엇인가를 망가뜨리는 것은 이처럼 쉬운 일입니다.
망가진 것을 본래대로 고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상처 입은 마음을 고치는 일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번 폭격으로 태수와 영애는 소중한 것을 많이 잃었습니다. 집은 불타버렸고 아버지도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어머니는 마음 속 깊이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오누이는 어머니와 함께 언덕 위에 있는 허술한 오두막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구두닦이가 되어 매일 아침 도시로 나갑니다.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먼 길을 걸어 다녀야 합니다. 매일 아침 태수와 영애는 손을 흔들어 어머니를 배웅합니다. 어머니가 안 계시는 동안, 집안은 텅 비어 더욱더 쓸쓸해집니다. 그래서 오누이는 이웃 집 아이들과 어울려 밖에서 노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이따금 오누이는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집에서 맛있는 저녁밥을 짓고 계십니다.
태수와 영애는 어머니에게 근사한 새 집을 지어 드립니다. 잡동사니와 쓰레기 더미뿐이지만 상관없습니다.
그것은 그대로 산도 되고, 집도 됩니다. 큰 돛단배도 되고 성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 우리 집을 지켜 주려고 무서운 호랑이가 왔네!˝
영애가 태수에게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었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금세 오누이의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끼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누이는 사방으로 찾아 다녔습니다. 간신히 새끼 고양이를 찾아 낸 곳은 오누이가 여태껏 한 번도 놀러 와 본 적이 없는 외딴 곳이었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병든 늙은 나무의 앙상한 가지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무 아래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열심히 나무 둥치를 짚으로 감싸주고 계셨습니다.
˝뭘 하고 계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영애가 물었습니다.
˝곧 겨울이 닥칠 테니까 이 나무에 겨우살이 준비를 해 주는 거란다. 나무는 추위를 많이 탄단다. 눈이 많이 오면 얼어죽을지도 모르니까.˝
할아버지께서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이 나무는 벌써 죽은 것 같은데요?˝
태수가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야. 암, 아니고말고. 아직 죽지는 않았어. 하긴 폭격을 받고 난 뒤로는 한 번도 꽃을 피운 일이 없지. 하지만 꾸준히 잘 돌봐 주면 언젠가는 반드시 꽃이 필 거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꽃을 못 볼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꽃이 필 거야. 그래서 이렇게 겨울을 날 준비를 해 주는 거란다. 내가 좀 더 젊어서 척척 일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할아버지는 상처 입은 나무에 짚을 감으며 대답하셨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영애는 그 할아버지와 옹이투성이의 보기 흉한 나무를 좀처럼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밤 영애는 이불 속에서 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둠 속에서 태수 오빠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니, 오늘 낮에 이상한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병들고 늙은 벚나무를 돌봐 주면서 언젠가는 그 나무가 다시 꽃을 피울 거라고 하셨어요. 정말 그럴까요?˝
˝희망을 잃지는 말아야지. 너희들도 할아버지를 도와 드리면 어떻겠니?˝
˝그래, 오빠. 할아버지를 도와 드리기로 해!˝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영애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윽고 세 사람은 평화롭게 잠이 들었습니다. 환한 달빛이 창문을 통해 세 사람을 부드럽게 비춰 주었습니다.
그날 밤, 그 달은 늙은 벚나무 위에도 비추고 있었습니다. 동물 친구들이 그 벚나무 주위에 모여들었습니다. 상처 난 그루터기 사이와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앉았습니다. 그곳은 오랫동안 여우와 오소리, 올빼미, 그리고 다른 동물 친구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였던 것입니다.
이튿날, 어머니가 일터로 가신 뒤에 태수와 영애는 오두막을 나섰습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누이는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을 쏟아 놓을 것 같고, 휘몰아치는 바람은 살을 엘 듯이 차갑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도와 벚나무를 살리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세 사람은 종일토록 가엾은 나뭇가지들을 짚으로 감싸주는 일을 했습니다.
새끼 고양이도 오누이를 따라 왔습니다.
˝나비야, 우리를 이 곳에 찾아오도록 한 것이 너란 걸 알고 있단다.˝
영애가 새끼 고양이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새끼 고양이는 높은 나뭇가지 위에 오도카니 앉아서 가르랑거리는 소리만 내고 있었습니다.
함박눈이 내리자, 가엾은 벚나무의 앙상한 가지들이 눈의 무게를 못 이겨 신음 소리를 냈습니다. 태수와 영애는 신나게 만들고 있던 눈사람도 내버려두고 나무에게로 달려가 눈을 털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오시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너무나 차고 사납기 때문일까요? 오누이는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벚나무를 돌보아 준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군가가 그 나무를 돌봐 주기를 바랐단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여느 때보다 일찍 눈이 내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태산 같았어. 그러나 나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단다. 이제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알겠지! 마음씨 착한 너희들이 나를 대신해서 그 나무를 돌봐 주었으니 말이다. 벚꽃은 언젠가는 필 거다. 내 말을 잘 기억해 두거라.˝
˝네, 그러겠어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태수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아무도 벚나무를 찾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도, 새끼 고양이도, 태수와 영애도 말입니다.
동물 친구들도 꽁꽁 얼어붙은 땅 속의 깊숙한 굴속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모두가 이 무서운 겨울이 어서 지나가고 따스한 봄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습니다. 영애와 태수는 벚나무에 감싸주었던 겨울옷을 벗겨 주었습니다.
˝이번 봄에는 꽃이 피었으면 좋겠는데!˝
태수가 말했습니다.
˝그건 내가 몇 년 동안 늘 하던 말이야!˝
할아버지가 태수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리며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영애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습니다.
˝암, 그렇고말고!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지.˝
그 굉장한 일을 맨 처음 보게 될 사람이 영애가 될지 태수가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어쩌면 할아버지나 새끼 고양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 봄날 아침, 오누이와 할아버지가 벚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을 때 첫 번째 꽃봉오리가 태양을 향하여 분홍색 꽃잎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벚나무는 구름 같은 꽃으로 온통 뒤덮였습니다. 그것은 마치 꽃으로 만든 솜사탕 같았습니다. 하늘이 꽃으로 가득 찼습니다. 나무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벚나무가 다시 살아난 것을 보고는 몹시 놀라고 기뻐했습니다.
영애와 태수는 어머니에게도 활짝 핀 꽃을 보여 드렸습니다.
˝이렇게 예쁜 꽃을 보니 내 마음도 한결 밝아지는구나.˝
어머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어머니의 상처받은 마음이 아물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였는지도 모릅니다. 이웃 마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꽃으로 뒤덮인 벚나무를 구경하러 왔습니다.
˝이제야 생각이 나는군.˝
어떤 사람이 말했습니다.
˝전쟁이 나기 전에는 늘 이처럼 꽃이 피었지. 그런데 이 나무가 다시 꽃을 피울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그러시면 안 돼요. 절대로 희망을 버리시면 안 되는 거예요.˝
영애와 태수가 말했습니다.
이렇게 벚나무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마을도 마침내 다시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새 집들이 생기고, 작은 가게들도 들어섰습니다. 어머니도 마을의 한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먼 길을 매일 걸어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뿐만 아니라 영애와 태수를 돌보아 주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명에 대한 희망은 결코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생명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귀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얘들아, 사랑과 참을성을 가지고 있으면 이루지 못할 게 아무것도 없단다. 너희들도 이제 그것을 알았겠지?˝
할아버지가 미소 지으며 오누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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