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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미줄에 걸린 봄 이야기 (김문기) |  | |
| 거미줄에 걸린 봄 이야기
(김문기)
이른 봄날, 참 맑은 하늘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먹구름 한 점이 이리저리 떠돌다가 미루나무를 훌쩍 넘었어요. 이번에는 제비와 숨바꼭질을 하는가 싶더니, 철이네 마당 위에 멈추었어요.
˝자, 봄소식입니다. 아주 조금……˝
먹구름 한 점이 빗방울을 뿌렸어요. 아주 조금, 철이 손등만 약간 적실 정도로 빗방울을 뿌리고는 산 너머 다른 동네로 가 버렸어요.
창문 밖으로 손등을 내밀고 있던 철이가 현관문을 열고 나왔어요.
´애걔걔! 겨우 이거야! 이 빗방울로 무슨 꽃을 피우겠어.´
철이는 하늘을 향해 혀를 쏘옥 내밀어 보였어요. 거실로 들어가 물컵을 들고 나오더니 꽃밭에 휙 뿌렸어요.
참 맑은 봄날입니다. 그런데 철이네 담장 아래에 거미줄이 있었어요. 거기엔 좀 전에 살짝 뿌려진 빗방울 몇 개가 매달려 있었지요.
˝땅에 떨어져 꽃을 피우고 싶어.˝
˝난 풀들을 많이 자라게 할거야.˝
˝난 시냇물이 되어 흐를 거야.˝
하지만 거미줄이 너무 끈끈해서 빗방울들이 좀체 땅에 떨어져 내리질 못했어요. 힘들여 떨어지려 노력해도 안되었지요. 그런데,
˝어머!˝
저쪽에서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오지 뭐예요. 잠자리는 목이 말랐나 봐요. 날아오자마자 빗방울을 먹으려 달려들었는데, 이를 어째! 잠자리까지 거미줄에 걸리고 말았어요.
˝조심해야죠.˝
˝어쩜 좋아! 거미줄인 줄 몰랐으니! 큰일 났네!˝
잠자리는 몸부림치며 거미줄에서 빠져 나가려 했어요. 하지만 거미줄은 너무 끈끈했어요.
˝잠자리 아저씨, 큰일이에요. 잠시 후 거미가 다가올텐데……˝
˝글세 말야. 낑낑, 빨리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는데…… 휴……˝
˝힘내요!˝
˝힘내요!˝
빗방울들이 응원을 보내도 잠자리는 어쩌질 못했어요. 몸부림치다가 그만 지쳐 버렸지요.
저쪽 구석을 보니 이기 거미들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와, 잠자리가 걸려 들었어. 잡아 먹어야지.˝
˝아빠를 깨우자.˝
˝안 돼. 아빠는 지금 주무신단 말야.˝
아기 거미들 여러 마리가 슬금슬금 기어오며 좋아했어요. 아빠 거미가 이리저리 줄을 쳐 놓은 것인데, 가만있어도 먹이 감이 걸려들지 뭐예요.
˝빨리 잡아먹자.˝
˝가만…… 어차피 우리 먹이 감인데, 좀더 살펴보자.˝
아기 거미들은 축 늘어져 있는 잠자리를 살펴보았어요. 꼬리를 만져보기도 했고 날개를 툭 쳐보기도 했어요. 평소에는 하늘 높이 우아한 날개를 펴며 빙빙 날던 잠자리였지요.
아기 거미들은 평소 잠자리를 참 부러워했어요.
˝우리에겐 왜 날개가 없을까? 참 슬퍼.˝
˝잠자리 날개가 참 우아하단 말야. 멋있어. 우리에게도 이런 날개가 있으면 참 좋겠는데……˝
˝우리는 맨날 기어다니기만 하니……˝
아기 거미들은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가며 잠자리의 모양새를 살펴보았어요. 길다란 잠자리 꼬리를 보니 정말 신기했지요. 몸체에 비해 다리가 무척 가느다란 것도 신기했어요. 무엇보다도 하늘을 가볍게 날아다닌다는 건 아기 거미들에게 꿈같은 일이지요.
˝이봐. 잠자리가 눈물을 흘리고 있어.˝
˝정말! 잠자리가 정말로 눈물을 흘리네.˝
아기 거미들은 잠자리 눈을 살펴보았어요. 눈에 안경을 쓰고 있는 듯한데, 자세히 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아기 거미들에겐 그것도 참 신기하게 보였지요.
˝야, 하늘의 공주처럼 보이던 이 잠자리도 눈물을 흘릴 때가 있구나.˝
˝우리에게 죽게 되었으니까.˝
˝이봐, 이게 모두 잠자리 눈물인가 봐.˝
아기 거미들은 거미줄에 걸려있는 빗방울들을 보며 놀라워했어요. 그 모든 게 잠자리의 눈물로 보인 거지요. 눈물 방울이 참 많았어요.
˝이 잠자리가 불쌍해.˝
˝정말 그래. 아빠가 깨어나면 이 잠자리를 무조건 잡아 잡수실 거야.˝
˝그럴 거야. 그럼 우리가 풀어 줄까?˝
˝그게 좋겠어.˝
마음씨 착한 아기 거미들은 잠자리 눈물 방울들을 보고는 그냥 있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거미줄에서 잠자리를 떼어놓았어요. 잠자리로서는 절대 못하는 일이지만, 아기 거미들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요.
티잉-
마침내 잠자리가 거미줄에서 풀려났어요. 그리고 거미줄이 튀겨지면서 빗방울들이 모두 땅으로 떨어져 내렸지요.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일이라 빗방울들은 신나게 소리쳤어요.
˝땅에는 지금 봄이다! 난 꽃을 피우고 싶어.˝
˝난 풀들을 많이 자라게 할거야.˝
˝난 시냇물이 되어 흐를 거야.˝
아기 거미들은 자기들이 잘한 건지 잘못한 건지 아직은 몰랐어요. 멍한 시선으로 하늘 높이 날아오른 잠자리와 땅에 떨어진 빗방울들을 쳐다 볼 뿐이었어요.
˝이크, 아빠다! 피해!˝
아기 거미들은 얼른 줄을 타고 내려가 담구석으로 피했어요. 그리고 아빠 거미를 몰래 몰래 바라보며 가슴 졸였지요. 잠자리를 풀어준 사실이 발칵 되면 큰일날 일이니까요.
아빠 거미가 낮잠에서 깨어나 거미줄로 나오고 있었어요. 그리고 기지개를 켜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이젠 봄이 다 되었군 그래. 저기 날고 있는 잠자리 모습이 참 아름다워. 구름은 시원하게 보이고 말야. 그리고 또 어딘가에서 물소리가 들리는군. 아, 좋은 봄날이야.˝
아빠 거미가 혼잣말을 내며 기분 좋아하자 아기 거미들은 담구석에서 살금살금 빠져 나왔어요. 그리고 크게 소리치며 달려 들었어요.
˝아빠!˝
˝아빠!˝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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