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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당선작(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노래 < 조두현>
-1-
 “매앰 맴”
 매미들의 노랫소리가 온 세상을 가득 메운 어느 여름날입니다.
 작은 고목 나무 허리에 매달려 열심히 울어대던 매미가 갑자기
울음을 멈춥니다.
 이상하게 여긴 고목 나무가 매미에게 묻습니다.

 “매미야 왜 노래를 멈추는 거니?”
 그러자 매미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나무에게 얘기합니다.
 “난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가 없어. 만족스럽지가 않은 걸.
저기 지저귀는 새들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싶은데 난
시끄러운 울음소리만 내는걸.”

 “난 네 노래가 아름답게만 들리는데...”
 “아니야. 내 노래는 아름답지 않아. 나무야 너는 내 노래에
뭐가 부족한 것 같니? 음정이 틀리니? 아니면 박자가 맞지 않니?”
 “글세, 네 음정은 정확해, 그리고 박자도 꼭꼭 들어맞아.
하지만 왜 만족스럽지 않은지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난
네 노래를 들으면 행복해 지는 걸.”

 “난 그 이유를 찾기 전 까지 노래를 할 수 없을거야.”
  나무는 낙심하는 매미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매미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내 노래엔 뭐가 부족한 걸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도 매미는 알아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미는 결심을 했습니다.

 “나무야 나 떠날거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노래를 찾아서.”
 “매미야 잠깐만.”
 “안녕 나무야. 내 노래가 완벽해지면 꼭 돌아올게. 잘 있어.”
 나무는 매미를 잡고싶었지만, 매미는 멀리 날아가 버리고 없었습니다.

-2-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노래를 찾아 헤매던 매미는 숲 속 깊이
날아 들어갔습니다.
 숲 속엔 여러 종류의 새들이 화음을 이루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매미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저 새들에게 물어보면 내 노래에 뭐가 부족한지
알 수 있을거야.”

 매미는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이리저리 뽐을 내며 노래를
부르는 꾀꼬리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꾀꼬리 아줌마.”
 “넌 누구니?”
 “전 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노래를 찾아다니는 매미인데요.
여쭈어 보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그러니. 난 바쁘단다. 오늘 독창회가 있거든 연습에
방해되니까. 질문 있으면 어서 하고 가렴.”
 매미는 꾀꼬리의 뻐기는 모습에 화가 났지만 꾹 참고 말했습니다.

 “죄송해요. 어떻게 하면 노래를 완벽하게 부를 수 있을까요?”
 매미가 묻자 꾀꼬리는 배를 움켜지고 웃기 시작했습니다.
매미는 이유 없는 웃음에 기분이 나빴습니다.
하지만 질문의 답을 듣기 위해 참을 수 밖에 없었죠.

 한참을 웃던 꾀꼬리가 동그란 눈 사이로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매미야. 노래를 완벽하게 부르고 싶다면 나처럼 타고난
목청과 아름다운 소리를 가져야 한단다. 하지만 그런 재능은
우리 새들에게만 내려진 축복이지. 너 처럼 작고 못생긴 매미가
어떻게 완벽한 노래를 부르겠니? 그만 포기하는 게 좋을 듯 싶구나.
이런, 독창회시간이 다 됐네. 그럼 잘 가렴.”

 꾀꼬리는 독창회장으로 날아갔습니다.
 꾀꼬리의 말에 매미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난 꼭 완벽한 노래를 부르는 방법을 찾아내고 말거야.”
 매미는 그렇게 몇 번이나 다짐했습니다.

-3-
 숲을 벗어 난 매미는 연못가로 향해 날아갔습니다.
 연못가로 다가가자 그곳엔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었습니다.
 “개골 개골”

 매미는 그들의 울음소리가 완벽한 노래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얼핏 들으면 시끄럽게 들릴지 모르는 소리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무궁무진한 음악성이 잠재되어 있어.
개구리들에게 방법을 물어봐야지.”

 매미는 개구리들에게 인사했습니다.
 “개구리 아저씨들 안녕하세요.”
 매미의 인사에 개구리들은 울음을 멈추고, 매미에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넌 누구니?”
 “전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노래를 찾아다니는 매미예요.
어떻게 하면 아저씨들 처럼 완벽한 노래를 부를 수가 있죠?”

 매미의 물음에 개구리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어 소곤대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 아저씨들도 어려운 문제인가 보구나.`
 얼마동안의 시간이 지나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듯한
개구리가 매미에게 말했습니다.

 “매미야. 노래란 어떻게 자세를 잡느냐에 따라 좋은 소리가
나온단다. 즉 기술이 좋아야 한다는 얘기지. 먼저 무릎을 굽히고,
배에 힘을 준 다음 이렇게 소리를 내면 된단다. 개-골”

 개구리가 우렁차게 소리를 냈습니다.
 “자 해보렴.”
 매미는 개구리아저씨들 처럼 무릎을 굽히려했지만
다리가 많아서 어느 무릎을 굽혀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개구리가 소리쳤습니다.
 “다리는 두 개만 있으면 돼. 무릎을 굽혀 배에 힘을 주고,
이렇게 개골.”

 매미도 개구리를 따라 하려했지만 무릎을 굽히려하면
넘어지고 서 있으려 하면 다리가 펴져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개구리는 그런 매미를 보고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내 평생 너처럼 소질 없는 녀석은 처음 본다. 그만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거라.”

 개구리들은 매미를 뒤로 한 채 자기들끼리 노래를 불렀습니다.
 매미는 그들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4-
 완벽한 노래를 찾아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났습니다.
 매미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정말 완벽한 노래를 부를 수 없는게 아닐까?”
 그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멜로디가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걸
느꼈습니다.
그것은 정말 아름답고도 완벽한 노래였습니다.

 “그래 이거야. 내가 찾던 노래는.”
 매미는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곳을 따라 날아갔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름다운 소리에 매미는 황홀함을 느꼈습니다.
매미가 날아간 곳은 버들가지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들이 바람과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매미는 버들가지들에게 내려가 인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안녕.”
 “안녕.”

 모두들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죠?”
 매미가 버들가지들에게 물었습니다. 버들가지들은 서로 부딪히며
말했습니다.

 “그건 우리가”
 “그건 우리가”
 “내는 소리가 아니란다.”
 “아니란다.”

 매미는 뜻밖의 이야기에 놀라 다시 물었다.
 “그럼 이 노래는 누가 부르는 거죠?”
 “바람이 들려준”
 “들려준”
 “노래를 우리가 다시 부르는 거지.”
 “부르는 거지.”

 매미는 점점 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그 노래는 어딜 가야 찾을 수 있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따라 가 보렴.”
 “곳을 따라 가 보렴.”
 “거기에 네가 찾는 게”

 “네가 찾는 게”
 “있을거야.”
 “있을거야.”
 매미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버들가지님들 감사해요. 은혜는 꼭 갚을게요. 안녕히 계세요.”
 “안녕.”
 “안녕.”
 버들가지들도 매미에게 인사했습니다. 매미는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매미는 마음이 평온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흥분에 가득 차기도 했습니다.

-5-
 아름다운 소리가 시작하는 곳은 어느 작은 동산이었습니다.
그곳에선 소년이 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매미는 이 소년이
부는 피리소리가 자신이 찾던 소리임을 확신했습니다.

 매미는 잠시동안 소년이 피리를 부는걸 지켜보았습니다.
 “안녕 매미야.”
 소년이 부르는 소리에 매미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입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소년의 마음으로부터 들리는 소리였습니다.
 “안녕.”
 “넌 어디서 왔니?”
 매미의 마음속으로 소년이 물었습니다.

 “난 완벽한 노래를 찾으러 여행중이야. 하지만 아직
찾지 못했단다. 그러다 네 피리소리를 듣고 날아 온 거야.
어떻게 하면 너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니?”

 매미도 소년의 마음속으로 물었습니다.
 “글쎄, 난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도 낼 수도 없었단다.
그래서 이 피리 소리가 아름다운지 알 수 없어. 하지만
이 피리를 불때면 부드러운 흙과 바람, 그리고 새들과
주위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단다. 그건 모두가 날 사랑하고
나 역시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매미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랑이라구? 그게 뭐지?”
 매미의 질문에 소년은 다시 매미의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그건 어렵고도 간단한 건데, 네가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이야.”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이라구?”
 “그래, 내가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를 듣고 행복해하는
이가 있고, 그의 행복한 미소로 인해 나 또한 행복해지는
마음이란다. 매미야 너는 네 노래를 듣고 행복해 하는
이가 없니?”

 “내 노래를 듣고 행복해하는 이?”
 매미는 문득 고목 나무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고목 나무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이 계속 말했습니다.
 “내 노래를 듣고 행복해 하는 이가 있으면 그에게 있어
내 노래는 가장 완벽한 노래란다. 그건 재능보다,
또한 기술보다, 더 중요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지.”

 매미는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았습니다.
 처음부터 매미에겐 부족한 부분이 없었던 것입니다.
고목 나무와 함께 부르던 노래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노래였음을 오랜 여행 끝에야 깨달은 것입니다.

 매미는 이제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소년아. 고마워. 나 고목 나무에게 돌아 갈 거야.
난 그곳에서만 가장 완벽한 노래를 부를 수 있거든.
잘 있어. 안녕.”
 매미는 고목나무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 올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노래를 가슴에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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