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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는 마법사 (고수산나)


[동화]


우리 오빠는 마법사



고수산나



“준희야, 너 유치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준서가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준희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훌쩍거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반 강다빈하고 이소연이 자기들끼리만 속닥거리잖아. 나한테도 말해 달라고 했는데 아주 중요한 거라 가르쳐 줄 수가 없대. 나만 쏙 빼놓았단 말이야.”

준희의 눈가에는 아직도 이슬 방울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습니다.

“여섯 살짜리들이 무슨 큰 비밀이 있다고. 준희야, 신경 쓰지 마. 정말 시시한 얘기일 거야.”

“치, 나는 시시한 얘기조차 없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나한테는 특별한 게 없어. 다른 아이들한테 숨기고 나만 아는 비밀을 꼭 갖고 싶은데.”

준희는 저녁밥을 먹을 때까지도 비밀을 생각하느라 헛숟가락질만 하고 있었습니다.

준서는 그런 준희를 보며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내가 준희한테 특별한 걸 만들어 줄까?’

준서는 저녁 식사 후 텔레비전에 빨려 들어갈 듯 앉아 있는 준희를 보았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준희가 가장 좋아하는 마법사 가족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바로 저거야.’

준서는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 책 한 권을 샀습니다. 그리고 무얼 하는지 며칠 동안은 방문을 꼭 잠가 놓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준서는 놀이터에 나가지 못해 뾰로통해 있는 준희를 자기 방으로 불렀습니다.

“오빠가 너한테 보여줄 게 있어.”

준서는 준희와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준희야, 내가 아주아주 커다란 비밀 얘기를 너한테 해줄 거야. 내 얘기 듣고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알았지?”

“비밀? 오빠랑 나랑 둘이서 지키는 거야?”

준희는 비밀이라는 말에 입이 함박꽃만해졌습니다.

“그래. 사실은 있잖아…. 놀라지 마……. 오빠가 마법사야.”

“마법사? 텔레비전 만화에 나오는 마법 가족 같은 그런 거 말이야?”

“그렇다니까.”

“우아, 그럼 마법도 할 줄 알겠네?”

준희의 눈은 점점 동그래지고 커졌습니다.

“내가 너한테만 마법을 보여줄게.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사람한테만 보여주는 거거든. 너도 만화에서 봤지? 보통 아이들인 척하고, 마법사 가족이란 거 다른 사람들한테는 모두 숨기잖아.”

“알았어. 지킬 테니까 어서 마법 보여줘.”

준서는 준비한 종이에 빨간 색 크레파스로 준희가 좋아하는 강아지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꼬리는 짧게 그릴까, 길게 그릴까? 그래, 짧고 귀엽게 그리자.”

준서는 그림을 다 그린 후에 손을 폈습니다. 어느새 손에 쥐고 있는 크레파스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어, 오빠! 크레파스가 없어졌네. 방금까지 있었는데. 내가 꼬리를 그리는 거 봤단 말이야.”

“그러니까 마법이지. 자, 또 하나 보여줄게. 기다려.”

준서는 신문지를 마구 구긴 뒤에 접었습니다. 그리고 접은 신문지에 물을 부었습니다. 하지만 준서가 신문지를 다시 폈을 땐 신문지는 전혀 젖어 있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지? 오빠, 정말로 마법사구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마법사 말이야.”

준희는 너무나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쉿! 준희야. 오빠가 마법사라는 거 절대 말하면 안돼. 엄마한테도 아빠한테도.”

“알았어, 말 안 할게. 근데 나랑 제일 친한 예솔이한테만 말해주면 안돼?”

“안돼.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그건 비밀이 아니야. 비밀은 꾹 참고 말해주지 않는 거니까.”

준희는 어쩔 줄 모르고 방안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오빠가 마법사라니. 어휴, 이걸 어떻게 말 안하고 참지? 오빠! 비밀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와서 고무 풍선이 됐나 봐. 내 몸이 붕붕 뜨는 것 같아.”

준희는 두 팔로 가슴을 꼭 누르고 준서 방을 나갔습니다.

“준서야, 준희가 왜 저러니?”

준서 엄마가 곱게 갠 양말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비밀이에요.”

준서는 씽긋 웃었습니다.

준서 엄마가 양말을 넣으려고 옷장 서랍을 열었습니다. 속옷과 양말이 들어 있는 서랍 속에 ‘마술 이야기’라는 책이 들어 있었습니다.

“준서야, 이게 뭐니?”

“이거요….”

준서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동안의 일을 엄마에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엄마! 이 얘기 절대로 준희한테 말하시면 안돼요. 아셨죠?”

“넌 비밀도 많구나.”

엄마는 준서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 주었습니다.

“엄마, 근데 나중에 준희가 크면 내가 거짓말한 거 다 알텐데 어떡하죠?”

“마술이나 마법이나 다 비슷한 거 아니니? 그리고 내가 보기엔 너, 진짜 마법사 맞아.”

“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사 말이야. 준희는 정말 마법에 걸린 것처럼 행복해 보이던걸.”

엄마의 말에 준서는 활짝 웃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술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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