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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슬기야, 빨리 일어나!˝
˝음, 음---.˝
˝야, 너 안 일어나면 누나 혼자 가 버릴 거야!˝
슬아는 동생의 코를 냅다 비틀었다.
˝아야! 왜 그래?˝
˝빨리 일어나란 말야.˝
˝엄마랑 아빠랑 또 나가셨어?˝
졸린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가는 슬기는 아직 발걸음에 잠이 가뜩하다.
˝너 빨리 나와야 돼!˝
슬아는 김장철이 되면서 벌써 며칠째 오늘 같은 아침을 맞는 중이다. 슬기의 잠자리를 대충 정리해 놓고 국을 데웠다. 상보를 걷자 반찬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김이랑 멸치볶음, 슬기의 단골반찬 소시지 부침, 그리고 급하게 쓴 엄마의 쪽지편지가 숫가락 옆에 놓여있다.

´슬아야,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너만 믿는다.´

짧은 편지였지만 슬아는 그 안에 담긴 말을 다 안다. 아침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엄마. 슬기를 챙겨서 학교 보내주는 내가 고마운 엄마. 초등학교 5학년인 나를 믿는다는 엄마. 짜증이 나던 슬아는 엄마의 편지를 읽자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다.
˝꼭 꼭 씹어서 먹어.˝
˝늦을까봐 그러잖아.˝
허겁지겁 밥을 먹는 슬기는 그저 짜증이다.
˝그러니까 제발 좀 일찍 일어나라.˝
밥먹은 그릇은 그냥 설거지통에 넣어 놓았다.
˝슬기야. 제발 철 좀 들어라! 혼자 옷도 제대로 못 입니?˝
앞뒤가 바뀐 슬기의 셔츠를 벗겨 다시 입히던 슬아는 자기가 생각해도 꼭 엄마의 모습인 것 같아 픽 웃음이 나왔다.
학교까지는 걸어서 20분쯤 걸린다. 아빠는 건강을 위해 걸어다니라고 하지만 거의 버스를 탄다. 오늘도 슬기만 일찍 일어났으면 걸어갈 수 있었는데 마음이 급해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려 교문으로 들어서려는데 까만 승용차에서 같은 반 짝꿍 지영이가 내렸다.
지영이 아빠가 차창을 열고 손을 흔든다.
˝지영아, 학교 끝나면 절대 혼자 가지 마라. 엄마가 데리러 올 거야.˝
슬아는 지영이 아빠가 멋있어 보였다.
˝누나, 지영이 누나는 좋겠다. 그치?˝
˝뭐가, 우린 자가용 없었어?˝
˝아니, 아빠가 태워다 주잖아.˝
˝바보야, 넌 발이 없니?˝
˝지영이 누나는 발이 없나 뭐!˝
괜히 눈치 없이 구는 슬기의 손을 확 잡아끌었다.
˝너 친구들에게 엄마 아빠 배추장사 한다는 것 말하지 마!˝
˝누나는 왜 그래?˝
˝그냥 말하지 말란 말야. 바보야.˝
˝치이.˝
슬아네 집은 아빠가 회사에 다닐 때는 아무 걱정이 없었다. 슬아는 외환위기가 무엇인지 모른다. 다만 그것 때문에 아빠가 직장을 잃었다는 것만 알고 있다. 다시 일자리를 잡기 위하여 며칠씩 집을 비우던 아빠는 어느 날 자가용을 팔고 트럭을 몰고 들어오셨다.
그 뒤로 아빠의 트럭은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작은 가게가 되었다. 김장철이 되면서 아빠의 트럭은 배추와 무를 파는 가게로 변했다. 시골 밭에서 들어오는 질 좋은 배추를 받아다 팔려면 농산물 시장에서 새벽부터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한창 바쁜 김장철이라서 엄마까지 같이 다니고 있다.
아침부터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가뜩이나 잘난 체하는 지영이를 부러워하는 슬기를 보자 더 속이 뒤틀렸다. 지영이는 슬아에게 언제나 못 오르는 나무였다. 지난번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도 외국인에게 1:1 대화를 배운 지영이를 당해 낼 수가 없었다. 슬아는 그런 과외는 엄두도 낼 수 없다.
´나도 아빠가 예전처럼 회사에 다닌다면 학원이라도 다닐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아빠가 미웠다. 새벽부터 엄마까지 함께 나가는 날은 아빠가 더 초라해 보인다.
점심시간이었다. 생일초대장을 쓰고 있는 지영이 둘레로 아이들이 모였다.
˝슬아야, 너도 갈 거지?˝
먹는 데라면 빼놓지 않는 금주였다.
˝음 글쎄?˝
˝뭘 또 망설이니? 가서 진탕 먹어줘야지. 누가 아니? 음식도 명품일지.˝
금주는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슬아는 내키지 않았다. 지영이가 짝꿍이니까 어쩔 수 없이 초대하는지도 모른다는 기분이었다. 슬기를 혼자 두고 가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명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지영에게 선물도 부담스러웠다. 슬아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서점에 들려 동화책을 선물로 샀다.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지영이지만 적은 돈으로 달리 살만한 것도 없었다.
토요일 오후.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혼자 있기 싫다는 슬기에게 게임 CD를 주고 나왔다. 약속장소인 교문 앞에 지영이의 아빠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영이는 먼저 데려다 주고 난 후라 다섯 친구들이 차에 탔다. 슬아는 시간도 많아 보이는 지영이 아빠가 마냥 부러웠다. 지영이가 사는 동네는 고급 빌라 촌이었다. 차가 경비실 입구를 막 지나칠 때였다. 한 쪽 옆에 서 있는 트럭에서 배추를 사려는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산지에서 직접 가져온 맛있는 배추입니다. 빨리 빨리 나오세요. 조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배추요, 배추.˝
슬아는 기절할 뻔했다. 마이크를 잡고 손님을 부르는 그 목소리는 분명 아빠였다. 순간 몸을 푹 숙였다.
˝왜 그래, 뭐 떨어졌니?˝
옆에 앉은 금주가 엎드린 슬아에게 물었다.
˝아 아니야. 발가락이 가려워서.˝
˝너 무좀 있구나!˝
목소리가 큰 금주가 고마웠다. 그 사이 지영이 아빠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었다. 애써 경비실 쪽을 쳐다보지 않으려 했으나 온 신경이 그 곳으로 모아졌다. 지영이네 현관문을 들어선 뒤에야 휴우 한숨이 나왔다. 거실에는 음식상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어서들 와라.˝
지영이 엄마는 파티복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 영화에서나 연속극에서 본 옷이다.
˝아줌마, 피자는 왜 아직 안온대요? 전화 좀 해 봐요.˝
지영이 엄마의 재촉에 파출부 아줌마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상에 차려진 음식은 거의 배달된 것들이었다.
˝많이 들 먹어라. 얼마든지 시켜줄게. 아주 비싼 것들이다.˝
슬아는 지영이 아빠의 비싼 것들이란 말이 떨떠름했다.
˝아니. 당신은 일식집에 들려 가져오라고 한 새우튀김은 어떻게 됐어요?˝
˝아, 깜빡했네. 전화해요. 빨리 갖다 달래지 뭐.˝
역시 금주는 먹는데는 일등이다. 벌써 앞 접시에 갈비뼈가 수북하다. 슬아는 자꾸 슬기 생각이 났다.
´밥이나 제대로 챙겨주고 올 걸.´
그때였다. 초인종이 울렸다. 문이 열리자 옷차림이 초라한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아휴, 어머님 뭐 하러 오셨어요? 요즘 애들 노인들 좋아하지 않는 다니까요.˝
˝애들이 아니고 너나 좋아 않겠지. 지영아, 그래 할미가 그렇게 싫으냐?˝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할머니는 지영이에게 목도리를 내 밀었다.
˝옛다. 할미 선물이다. 올해 감기가 무척 심하다는 구나. 목을 항상 따뜻하게 감고 다녀야 혀.˝
˝아이참, 어머님, 지영이 이런 촌스러운 거 하지도 않아요. 오시지 말라니까.˝
지영이 엄마는 지영이의 손에서 목도리를 받아들더니 돌돌 말아서 탁자 밑에 밀어 넣었다.
˝오냐, 그래. 이젠 다 팔아먹어서 있지도 않은 땅문서나 갖고 왔어야 나를 반기지.˝
˝어머니. 그만 가세요. 애들 분위기 다 깼잖아요.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지영이 아빠가 머쓱하니 할머니 손을 끌었다.
˝됐다. 아직은 걸을 수 있으니까 내 발로 가마.˝
˝할머니? 식사하고 가셔야죠.˝
파출부 아줌마가 할머니를 따라 나섰다.
˝괜찮아요. 난 저런 음식들은 입에 맞지도 않는 다우.˝
할머니가 나가자 지영이 엄마는 시원하다는 듯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그러나 방안 가득 찬바람이 쌔앵 부는 느낌이다.
˝얘들아 맛있게 먹어. 더 시켜줄까?˝
˝많이 먹었어요.˝
슬아는 지영이의 어두운 얼굴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영이 할머니가 그렇게 나가고 나자 친구들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슬아의 귀에는 자꾸 아빠의 마이크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왜 가려고?˝
˝네. 동생 혼자 두고 와서 빨리 가 봐야겠어요. 지영아, 이거. 작아서 미안해.˝
책을 내미는 손이 자꾸 움츠러들었다. ´나 이런 거 안 읽어.´ 하고 책상 귀퉁이에 팽개칠 것 같은 걱정이 앞섰다.
˝고마워. 잘 읽을 게.˝
지영이의 대답에 마음이 놓였다. 문까지 따라 나온 금주가 아쉽다는 듯 귓가에 대고 소근거렸다.
˝야, 이럴 때 실컷 먹어두는 거야. 아직 저렇게 음식이 많은데 ....˝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나가다가 경비실 입구의 아빠랑 마주칠까봐 겁이 났다. 마음속으로 아빠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런 아빠의 모습이 싫었다. 밖에 나오자 의외로 조용했다. 누가 따라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뒤를 돌아다보며 입구를 살폈다. 배추 시래기가 조금 흩어져 있을 뿐 아빠도 사람들도 없었다. 슬아는 얼른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몇 정거장 되지도 않는 길거리를 지나면서 유심히 반대로 달리는 트럭을 세어 보듯 했다.
집에 오자 슬기는 컴퓨터를 켜 놓은 채로 방바닥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이불을 꺼내 덮어주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조금 늦으신다는 아빠였다. 기분이 꽤 좋은 목소리였다. 아빠 목소리를 듣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빠한테는 낮에 있었던 일을 모른 척 하기로 했다. 지영이네 집의 분위기가 묘하게 마음 쓰였다.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 지영이 아빠도 할머니를 대하는 모습을 보자 조금 이상했다.
엄마와 아빠는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이것저것 밑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추조림. 콩자반등등.
˝여보, 슈퍼에 가서 돼지고기 좀 사 오세요. 김장하는 날은 뭐니뭐니해도 보쌈이 제일이니까.˝
엄마의 목소리도 달떠있다.
˝엄마! 우리 김장해요?˝
˝우리가 아니고 할머니네.˝
˝우리가 할머니댁이 어딨어요?˝
슬아가 태어나기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다. 외할머니도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슬아도 시험 끝났으니 내일 함께 가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시거든.˝
슬아는 점점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저녁 늦게까지 엄마는 이것저것 챙기느라 바빴다.
일요일 날 아침 아빠 엄마는 일찍 서둘렀다.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디 계시는데?˝
슬기도 오늘은 일찍 일어났다.
˝슬아야, 놀러 가는 것이 아니니까 편하고 따뜻한 옷을 입어라. 슬기도 그렇고.˝
엄마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아빠는 콧노래라도 부를 것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엄마가 들려주는 반찬 통을 차에 실었다. 차에는 약간의 무, 그리고 양념거리가 한쪽에 실려 있었다.
아빠는 운전을 하고 엄마는 슬기를 무릎에 앉혔다. 슬아는 아빠와 엄마 사이에 끼어 앉았지만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
˝시골예요, 아빠?˝
˝왜, 시골이면 좋겠니? 서울이래도 산 밑에 있는 동네니까 시골이나 마찬가지야.˝
아빠가 차를 세운 마당 한쪽에 나무 팻말이 서 있다.
<샛별 노인 회관>
˝여기예요, 아빠?˝
차에서 내리자 할머니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아이구, 오셨구랴! 애기들도 왔구나, 어서 오렴!˝
맨 앞에 할머니가 슬기를 안아 올렸다.
˝저런, 할머니 허리 다치시려고 안돼요. 슬기야, 어서 내려!˝
˝무슨 섭섭한 말을 하우, 애들을 안아본지가 얼마 만인데. 아직 이런 힘은 붙어 있다우.˝
˝슬아야, 슬기 데리고 무를 날라라. 저 안에 들여놓으면 돼.˝
˝아니 무슨, 이렇게 찾아와 준 것도 고마운데 애기들 일까지 시키려고?˝
슬아는 할머니들과 주고받는 엄마 아빠의 대화가 무척 따뜻해 보였다. 무슨 일이든 하고 싶었다. 엄마 아빠는 김장을 해 주러 온 것이었다. 아빠가 차에서 내려주는 무를 받아들으니 날아갈 듯 힘이 났다. 무 한 개씩을 들고 쫓아오는 슬기도 재미있나 보다.
˝어제 늦게 절여서 오늘 일찍 안 될까봐 걱정했는데 알맞게 절여졌어요.˝
˝말도 말우. 할망구들이 하도 고마워서 밤에 잠도 안자고 몇 번이나 손을 봤다우.˝
엄마의 말을 받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하다.
할머니들은 모두 둘러앉아 무채를 썰고 엄마는 배추를 씻어 물이 빠지는 동안 돼지고기를 삶고 양념을 준비했다. 속을 비벼 넣다가 서로 서로 입에 속대를 하나씩 넣어 주었다. 입가가 고춧가루들이 묻어 벌갰다. 슬기는 맵다며 물을 찾고 아빠는 할아버지들께 삶은 돼지고기와 술대접을 하느라 바빴다.
˝아이고, 영감님들, 이러다 배추김치도 되기 전에 동 나겠수. 좀 적당히들 드시구랴.˝
그래도 모두다 싱글벙글이다. 김장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끝났다. 아빠 엄마는 한쪽에 놓아두었던 작은 김치통을 우리집 김장이라며 차에 실었다.
˝이렇게 진 신세를 어떻게 갚을까?˝
할머니들은 차가 있는 마당까지 쭈욱 나와 배웅해 주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시골에 있는 후배가 배추를 준 덕에 우린 그저 심부름을 한 것뿐인데요.˝
˝그런 후배도 다 슬아아빠 덕이지. 우리가 어디서 이런 은혜를 입겠수?˝
˝정 그러시면 우리 슬아 슬기 할머니가 돼 주세요.˝
˝아이구, 그럼 좋지. 아무 것도 없는 우릴 할미로 받아주련?˝
슬기가 쪼르르 달려가 팔을 벌린 할머니 품에 안겼다. 바로 뒤에 서 있던 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못된 것들! 우리 지영이도 애비 에미를 잘 만났어야 하는데 쯧쯧.˝
슬아는 깜짝 놀랐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 바로 지영이 할머니였다. 아! 지영이 할머니하고 부르려다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다행이 지영이 할머니는 슬아를 알아보지 못했다.
˝언제든 놀러 오렴. 할미들이 다른 것은 못해줘도 옛날 얘기는 많이 있단다.˝
어제의 쇠막대 같았던 지영이 할머니의 목소리가 오늘은 솜사탕처럼 부드러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슬아는 어제의 일을 말했다.
˝그래? 어제 생일초대 했던 지영이 말이니?˝
아빠도 깜짝 놀랐다. 슬아는 입구에서 아빠차를 보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땅을 몽땅 팔아서 흥청거린다는 아들이 그럼 지영이 아빠란 말이니? 뭔가 숨기는 듯한 느낌은 들었지.˝
슬아는 아빠가 오늘따라 무척 든든해 보였다. 지영이 아빠의 초조한 얼굴이 넉넉한 아빠 얼굴위로 잠시 스쳤다.
˝그렇게 많은 땅을 팔아 잘 산다며 그래 어머님을 저런 곳에 둔단 말예요?˝
엄마의 목소리가 한껏 높아졌다. 갑자기 슬기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또 김장하러 언제 가요?˝
슬기는 할머니들 계신 곳에 또 가고 싶은 모양이다.
˝김장은 일년에 한 번 하는 거야.˝
그때 아빠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래 그래. 자넨가, 자네 덕에 우리식구 모두 오늘 아주 행복하다네. 고맙네. 그리고 말야. 우리 애들에게도 자네 덕에 할머니들이 생겼지 뭔가!˝
전화를 받는 아빠가 마냥 행복해 보인다.
˝누군데요. 아빠?˝
˝응, 시골 사는 고향 후배란다. 배추농사를 지었는데 내가 그 후배 배추를 많이 팔았거든. 마침 아빠의 뜻을 함께하고 싶다며 오늘 김장한 배추를 내 놓았단다.˝
˝나도 이제 김치 잘 먹을래.˝
슬기의 말에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차창밖에는 하얀 눈이 나풀거린다. 첫눈이다. 슬아의 눈에는 춤추듯 내리는 첫눈이 하늘거리며 웃는 하늘의 웃음같다.(*)

*이글의 지은이인 문영숙 선생님은 시인이지만
인터넷에 수필과 동화까지 발표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글쓰기에 임하는 자세를 본받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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