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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 동산의 꼬마 유령 - 선안나 - |  | |
| 꼬마 유령은 신이 났습니다.
그렇게도 가 보고 싶던 놀이 동산에서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것도 영원히!
쿵쾅쿵쾅 울려대는 노래, 쉴새없이 움직이는 놀이 기구, 요란한 비명, 깔깔대는 웃음, 오가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꼬마 유령은 좋기만 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빙빙 돌아가는 회전 목마도 타고, 앞뒤로 흔들리는 바이킹도 탔습니다.
˝엄마야!˝
˝꺄악!˝
사람들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꼬마 유령도 목청껏 소리쳤습니다.
˝이-야호!˝
사람들은 물론 그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꼬마 유령이 옆에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어떤 땐 꼬마 유령을 깔고 앉거나, 몸 속을 통과하여 지나다니곤 했습니다. 그럴 땐 꼬마 유령도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거나 엉덩이를 꼬집어 주곤 했습니다.
˝아야!˝
˝욱!˝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간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꼬마 유령은 살아 있을 때보다 유령이 된 후가 훨씬 좋았습니다. 가고 싶은 어디에나 갈 수가 있고, 하고 싶은 무엇이나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 가을……
언제부터인가 꼬마 유령은 지루해졌습니다.
늘 똑같은 놀이 기구, 똑같은 음악, 똑같은 사람들……. 물론 똑같은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결국 다 비슷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꼬마 유령은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날마다 똑 같은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말입니다. 그것도 영원히!
순간적으로 꼬마 유령의 온몸에 오싹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러나 얼른 도리질을 했습니다.
´뭐 어때? 먹고 살 걱정도 없고 죽을 걱정도 없는데.´
어디 그뿐입니까?
공부를 할 필요도, 일을 해야 할 의무도, 누구의 참견이나 간섭도, 아프거나 늙을 걱정도 없었습니다. 물론 가끔은 외롭고, 그래서 누군가 간절히 그립지만……. ˝괜찮아. 어차피 난 늘 혼자였는걸.˝
꼬마 유령은 힘차게 물구나무를 섰습니다.
유령이 되니까 좋은 점이 또 있습니다. 물구나무 선 채 백 삼십 계단이나 걸어 올라도 전혀 힘들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꼬마 유령은 더 이상 놀이 기구를 타지 않게 되었습니다. 청룡 열차조차 너무 시시했습니다.
˝아이 심심해. 뭐 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꼬마 유령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짝´ 하고 손뼉을 쳤습니다.
˝맞아! 그 생각을 왜 진작 못 했지?˝
꼬마 유령은 어디론가 쌩 날아갔습니다. ´유령의 집´에 소동이 벌어진 것은 그때부터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 옷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습니다. 관 뚜껑이 저절로 열리는가 하면, 미라의 붕대가 빙글빙글 풀리고, 징이 혼자 울렸습니다.
손님들은 더 이상 유령의 집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습니다.
유령의 집에서 일하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유령 일을 하던 청년은 도망쳐 버렸고, 표를 받던 직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큰소리를 치던 관리인도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쳤습니다. 도깨비 탈이 춤을 추며 관리인을 쫓아왔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유령의 집에는 굵은 자물쇠가 채워지고 안내 벽보가 붙었습니다.
-내부 수리 중-
이번에는 소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조명이 저절로 꺼졌다 켜졌다 하고, 문이 열렸다 닫혔다 했습니다. 배우들의 모자가 벗겨져 공중을 빙빙 도는가 하면, 갑옷이 철커덕철커덕 무대 위를 걸어다녔습니다.
손님들은 더 이상 공연을 보러 오지 않았습니다. 소극장에서 일을 하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배우들은 도망쳐 버렸고, 표를 받던 직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령 같은 게 있을 턱이 있나?˝
조사를 나왔던 경찰관도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습니다. 지팡이가 쫓아다니며 경찰관의 엉덩이를 쑤셔댔기 때문입니다.
소극장에도 곧 빗장이 채워지고, 안내 벽보가 나붙었습니다.
-내부 수리 중-
물개쇼장도 문을 닫았습니다.
전자 오락실도 문을 닫았습니다.
우주 유람선, 미니 기차, 범퍼 카도 차례로 운행을 멈추었습니다.
˝이러다 놀이 동산이 문을 닫고 말걸.˝
누군가 꼬마 유령에게 말했습니다.
깜짝 놀란 꼬마 유령이 돌아보니 매점 아줌마가 먼지를 털고 있었습니다.
˝어휴. 나한테 하는 말인 줄 알았잖아.˝
꼬마 유령은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맨 처음 꼬마 유령을 데리러 왔던 천사 아줌마말고는 아직 꼬마 유령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천사 아줌마는 어떻게 됐을까? 나를 잃어버려서 아마 혼이 났겠지?˝
천사 아줌마를 생각할 때마다 꼬마 유령은 조금 미안해집니다.
하지만 천사 아줌마는 진짜 멍청했습니다. 숨바꼭질을 하자는 꼬마 유령의 꾐에 그렇게 쉽게 넘어가다니 말입니다. 꼬마 유령이 몰래 도망치는 줄도 모르고, 아줌마는 눈을 감고 백까지 천천히 세고 있었습니다.
놀이 동산에 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천사 아줌마는 아직 꼬마 유령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른 어느 누구도 꼬마 유령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꼬마 유령이 있건 말건, 땅 나라에서처럼 하늘 나라에서도 별관심이 없는 게 틀림없습니다.
˝괜찮아. 어차피 난 늘 혼자였는걸.˝
꼬마 유령은 쓸쓸한 마음을 억누르며 놀이 동산을 둘러보았습니다.
˝이젠 어디서 유령놀이를 할까?˝
웬만한 곳은 벌써 문을 닫았고, 놀이 기구도 멈춰 있습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해 줄 만한 곳은 딱 한 군데, 관리실밖에 없었습니다. 꼬마 유령은 그리로 곧장 날아갔습니다.
이튿날 정문에는 두꺼운 철문이 내려지고, 큼직한 안내 팻말이 세워졌습니다.
-알림-
내부 수리 관계로 당분간 문을 닫습니다.
개장 날짜는 나중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즐거운 놀이 동산 대표 올림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겨울 놀이 동산에는 찬바람만 윙윙 몰아쳤습니다.
꼬마 유령은 외로웠습니다. 북적거리던 사람들과 시끄러운 음악, 윙윙 돌아가던 놀이 기구들, 떠들썩한 웃음, 고함 소리가 그리웠습니다.
´이게 아닌데…… 문을 닫게 하려던 건 아닌데…….´
처음에는 심심해서 가볍게 시작한 장난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고, 자신의 존재를 알아 주는 것이 기분 좋았습니다. ´나 여기 있어´ 하고 자꾸 알리고 싶었습니다.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을 괴롭히려던 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놀이 동산이 영영 문을 닫아 버리면 어떡하지?´
그건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만약에 놀이 동산이 없어진다면, 꼬마 유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어쩌면 낯선 거리를 홀로 떠돌아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것도 영원히!
´싫어. 너무 끔찍한 일이야…….´
꼬마 유령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울면서 자기도 모르게 매점으로 달려갔습니다.
매점 아줌마는 난로 옆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병아리 깃털처럼 노란 털실이었습니다. 콧노래를 하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아줌마를 보자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꼬마 유령이 처음 놀이 동산에 왔을 때도 아줌마는 이곳에서 매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놀이 동산이 문을 닫은 지금도 아줌마는 여전히 매점 안 작은 방에 머물러 살고 있습니다. 아줌마는 가족도 집도 없어서 갈 곳이 없는 모양입니다.
´아줌마는 혼자 무섭지도 않나?´
꼬마 유령은 아줌마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아줌마가 날렵하게 손을 움직일 때마다 조그만 노란 조끼가 조금씩 완성되고 있었습니다.
˝예쁘다. 따뜻하기도 하겠네.˝
완성된 조끼를 만져 보며 꼬마 유령이 중얼거리자, 아줌마가 말했습니다.
˝입어 보렴. 네 거니까.˝
˝예?˝
꼬마 유령은 화들짝 놀라 두리번거렸습니다. 방 안에는 아줌마와 꼬마 유령밖에 없었습니다.
설마 하며 꼬마 유령이 물었습니다.
˝지금, 나한테 말한 거예요?˝
˝응.˝
˝내, 내가 보여요?˝
˝그럼.˝
아줌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며 꼬마 유령에게 조끼를 입혀 주었습니다.
˝예뻐라! 참 잘 맞는구나.˝
아줌마는 꼬마 유령을 가만히 껴안고 토닥거려 주었습니다.
그 순간 꼬마 유령은 깨달았습니다.
˝아줌마는…… 그때 그 천사 아줌마군요. 그렇죠?˝
˝맞다.˝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어요?˝
˝응.˝
˝그런데 왜 가만히 계셨어요?˝
˝기다렸지.˝
˝무엇을 말이예요?˝
˝네 마음도 하늘 나라로 갈 준비가 되기를.˝
˝…….˝
˝네가 살아 있을 때 몸이 아파서 늘 혼자 누워 있어야 했지. 그래서 금방 하늘 나라로 가고 싶어하지 않았어. 다른 아이들처럼 놀이 동산에서 마음껏 뛰어 놀아 보고 싶어했어. 그래서 너한테 실컷 놀 시간을 준거야.˝ 꼬마 유령의 마음 가득히 환한 빛이 커졌습니다.
하늘 나라에서 꼬마 유령을 잊어버린 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천사 아줌마가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이제 떠날 수 있겠니?˝
˝아직 안 돼요.˝
˝왜?˝
˝나 땜에 놀이 동산이 문을 닫았거든요. 그래서…….˝
˝그 일이라면 걱정 마라.˝
천사 아줌마는 꼬마 유령의 손을 잡고 사뿐히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구름 위에 걸터 앉아 아래쪽을 가리켰습니다.
˝저기를 보렴.˝
봄날이었습니다. 벚꽃 이파리가 분분히 날리고 색색의 꽃들이 핀 사이로,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습니다. 놀이 기구는 쉴새없이 돌아가고, 웃음 소리, 비명 소리, 고함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습니다. 오래 전에 들었던 정다운 음악 같았습니다. 꼬마 유령은 천사 아줌마와 함께 하늘로 가볍게 날아 올랐습니다. 전에도 몇 번이나 날아 보았던 것처럼, 거침없이 훨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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