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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제 로봇의 일기(신현득) |  | |
| 수영이의 생일날 밤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커다란 선물 꾸러미 하나를 들고 오셨습니다.
˝이건 숙제를 싫어하는 수영이에게 굉장한 선물이다. 숙제 로봇이야. 이 로봇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간단한 말로 대답도 할 줄 안단다. 이세상에 있는 숙제라는 숙제는 모두 입력해 두었단다. 그래서 자기가 판단해서 숙제를 하는 거야. 주요 부분 외에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무게도 아주 가볍지.˝
수영이는,
˝야호!˝
소리치면서 꾸러미를 풀었습니다.
네모지고 판판한 스탠드 위에 손 두 개와 얼굴 하나가 달린 로봇이었습니다. 눈이 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높이는 30센티미터쯤.
그래서 장난감으로도 썩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숙제할 일이 있을 때 왼쪽 뺨을 살짝 건드리면 안에 있는 컴퓨터가 작동하지. 책과 공책을 로봇의 앞에 갖다 놓으면 주문대로 숙제를 마쳐 주는 거야. 그림도 그려 주지.˝
이튿날은 일요일이어서 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숙제를 싫어하던 수영이도 숙제 걱정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숙제 로봇이 있으니까요.
수영이는 마음놓고 놀다가 밤 9시가 되어서야 로봇 앞에 앉았습니다.
˝수학 16쪽 곱셈 숙제야.˝
수영이는 로봇의 왼쪽 뺨을 살짝 건드린 다음 수학책과 공책을 로봇 앞에 내밀었습니다.
로봇은 수학책을 16쪽까지 넘겼습니다. 그리고 공책을 폈습니다. 필통을 열고 연필을 쥐는가 싶더니,
˝찌르릉:˝
하는 벨 소리와,
˝다 했습니다.˝
하는 말이 같이 들렸습니다.
로봇은 책과 공책을 수영이 앞에 내놓았습니다. 30초도 안 돼 숙제를 해낸 것입니다.
˝편리한 기계다!˝
수영이는 놀랍고 기쁘고 신기해 손뼉을 쳤습니다.
˝편리한 기계다. 얘, 로봇아. 이번엔 그림 숙제다. 제목은 ´상상화´지. 등대가 있고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바닷가 풍경을 상상해서 하나 그려 주렴 .˝
수영이는 로봇 앞에 크레용과 도화지를 내밀었습니다.
로봇은 이것저것 크레용을 바꾸어 써 가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찌르릉! 다 그렸어요.˝
1분도 못 되어 멋진 바다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편리하다. 다음은 읽기책 4과를 읽고 내용 정리하기야.˝
로봇은 읽기책을 넘기며 읽더니 내용을 간추려 공책 반장에다 썼습니다.
정말 편리한 기계입니다 이제 일기만 쓰면 숙제는 마치게 됩니다.
이번에 수영이는 퍽 미안해하며 로봇에게 부탁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이다. 로봇아, 일기 하루치만 써 다오.˝
로봇은 1분도 안돼 일기를 써서 내놓았습니다.
수영이는 기뻐하며 일기를 읽었습니다.
9월 3일 일요일
날씨가 더웠다. 나는 수영이 책상 앞에 종일 앉아 있었다.
수영이가 아침에 불을 끄고 나간 다음. 캄캄한 골방에서 나는 혼자 있었다.
종일 심심했다.
수영이는 놀다가 와서 밤 9시부터 나에게 숙제를 시켰다. 나는 수학 숙제 미술 숙제, 지금 일기 숙제를 해 주고 있다.
수영이는 게으른 아이다. 얼마나 게으르면 기계에게 숙제를 시킬까?
내일 수영이라는 이 게으름뱅이는 숙제를 선생님 앞에 내놓을 것이다.
선생님은 남이 해 준 숙제라는 걸 모르고,
˝수영이 , 수학 문제가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군. 글씨도 깨끗이 썼는데? 이 그림도 썩 잘 그렸어.˝
하고 창찬할테지.
일기를 읽어 본 수영이는 ´아!´ 하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일기장을 로봇에게 던지며 소리쳤습니다.
˝이건 내 일기가 아니야. 너의 일기야. 다시 내 일기를 써 달란 말야.˝
로봇은 다시 일기장을 잡더니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수영이가 일기를 써 달라고 해서 일기를 써 주었다. 그랬더니 막 화를 내며 자기 일기를 써 달란다. 수영이가 오늘 하루 동안 어디 가서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생각했는지, 어떻게 알고 일기를 쓸까?
그건 말도 안 된다.
나는 오늘 종일 어두운 방안에 있었을 뿐이다.
방안에서 보고 생각한 것은 다 썼다.
˝찌르릉! 다 썼어요.˝
수영이는 다시 일기강을 내던지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써. 다시 쓰란 말야. 내 일기를 쓰란 말야.˝
숙제 로봇은 다시 일기장을 잡았습니다.
수영이가 또 일기를 쓰란다. 그런데 수영이가 걱정이다.
수영이네 선생님은 이제 수영이를 수학 잘 하는 아이로 믿게 될 것이다. 수학 경시 대회 학급 대표로 내보낼 것이다.
그 때는 이 숙제 로봇이 거들어 줄 수 없지. 수영이는 꼴찌를 하고 창피를 당할 것이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다시 생각할 것이다.
´수학은 어쩌다 보니 실패했지만 그림은 잘 그리는 게 사실이지.´
수영이는 학급 대표로 미술 대회에 나갈 것이다.
수영이는 미술 대회에서 아주 못난이 그림을 그려 꼴찌 점수를 맞을 것이다.
이런 수영이가 자라면 무엇이 될까?
˝찌르릉! 다 썼어요.˝
수영이는 일기를 읽은 다음 이번에는 성내지 않았습니다.
˝그 말이 맞아. 숙제는 내가 해야 되는걸.˝
수영이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제 알았니?˝
숙제 로봇의 손이, 수영이의 머리에 ´쾅!´ 하고 꿀밤 하나를 때렸습니다.
˝아야얏! 그래, 맞아도 싸지.˝
수영이는 숙제 로봇을 안고 아버지 방으로 갔습니다.
˝아버지, 이 선물 되돌려 드릴래요. 저에겐 소용없는 선물이에요.˝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수영이가 벌써 깨달았구나. 사실 이 숙제 로봇은 숙제를 해 주는 로봇이 아니고 숙제를 하게 해 주는 로봇이란다. ˝
수영이는 공책을 펴 놓고 수학 숙제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수영이의 방에는 오래오래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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